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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과 쉼터]매물도

김훤주 기자 pole@dominilbo.com 2001년 05월 03일 목요일
매물도. 통영에서 20km 가량 떨어져 있는 섬으로 한산도보다 남쪽에 있다. 사실, 매물도라는 섬은 없다. 대매물도와 소매물도가 있을 뿐이다. 소매물도에는 또 등대섬이 딸려 있다.

소매물도와 대매물도 둘 가운데 더 잘 알려진 것은 소매물도다. 소매물도에 배가 닿을 때는 ‘소매물돕니다’ 하고 안내하지만, 대매물도는 ‘대매물돕니다’ 라 하지 않고 ‘당금마을입니다’, ‘대항마을입니다’ 하고 마을 이름을 부르기 때문이 아닐까.

그래서 외지 사람들은 소매물도를 대매물도로 잘못 알고 등대섬을 소매물도인 양 착각하기도 한다. 와서 놀고 낚시하고 술 마시고 잠자는 데 섬 이름 따위는 중요하지 않다.

하지만 백과사전에까지 엉터리로 나와 있는 것은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 한국정신문화연구원이 펴낸 <한국민족문화대백과사전>의 매물도 항목에 실려 있는 사진은 분명 등대섬인데도, ‘소매물도 전경. 통영군청에서 제공했다’는 설명을 거느리고 있다. 통영시 당국과 시의회는 이같은 잘못을 바로잡을 생각이 없는 것일까.

또 소매물도 앞쪽에 떠 있는 여(암초. 물 속에 잠겨 있는 바위)의 이름도 마찬가지다. 오가는 사람들이 제멋대로 일러 ‘오륙도’라 하는 모양인데, 주민들에 따르면 ‘가래여’가 바른 이름이다. 바람이나 재앙 따위를 ‘가로막는다’는 데서 나온 말이고, 오륙도는 소매물도 뒤에 있는 암초인데도 이제는 해군들조차 그렇게 부른다고 한다.

대매물도와 소매물도의 ‘매물’은 섬 모양이 말을 타고 돌아온 장군을 닮았다고 해서 지어진 이름이라고 한다. 아닌 게 아니라 대매물도에는 254m짜리 장군봉이 있기도 하다. 하지만 한편에서는 대매물도-소매물도-등대섬으로 이어지는 게 꼭 말꼬리(馬尾)를 닮아서 생긴 이름이라고도 한다.

소매물도와 등대섬은 배를 빌려 타고 한 바퀴 둘러보면 좋다. 앞서 소매물도를 가로질러 등대섬까지 가보는 것은 더욱 좋다. 마을 사이로 난 오솔길을 따라 오르다보면 매물초등학교 소매물분교가 나온다. 96년 폐교돼 지금은 좀 썰렁한 느낌을 준다.


조금 더 가면 무너진 등대터가 나오고 철탑이 무너져 내린 곳도 나온다. 길은 사람들이 자주 다녀 뚜렷한데, 양쪽으로 동백과 키 낮은 소나무가 우거져 있다. 심한 해풍 탓인지 소나무가 크게 자라지는 않았다.

길은 사방팔방으로 흩어져 있다. 섬에 온 사람들이 궁금한 곳을 찾아 이곳저곳 헤맨 자취들이다. 꼭대기에 이르면 천지 사방에서 불어오는 바람이 시원하다. 바람을 업고 낭떠러지까지 가보면 깎아지른 바위 아래 바닷물이 아득하고 멀리서는 간혹 오가는 배들만이 수평선을 어지럽힌다.

소매물도와 등대섬은 썰물 때 하루에 두 번 길면 5시간 정도씩 자갈길로 이어진다. 150m 남짓 되는 거리를 물이 빠지면서 매끄러운 몽돌자갈이 길을 만들어주는 것이다. 등대섬에는 해양수산부 소속 등대지기 2명이 지키고 있다.

이들은 외지 사람들을 원망했다. 1년에 줄잡아 8만명 정도가 등대섬을 찾는 건 좋은데, 치울 데도 없는 섬에 내려 구경 잘하고 쓰레기까지 버리고 간다는 것이다. 옛날에는 맨발로 다녀도 될 만큼 잔디가 좋았으나 이제는 사람들이 마구 다녀 망가졌다는 푸념도 곁들인다.

경남에서 가장 남쪽에 있는 유인(有人) 등대인 이곳도 아주 경치가 좋다. 특히 남쪽으로 탁 트여 있기 때문에 멀리 바다를 바라보며 이리저리 생각에 잠길 수도 있다.

며칠 뒤면 어린이날, 사람으로 북적대는 놀이공원이나 유원지에 나가 시달리는 것보다는 아이 손 잡고 낚싯대 있으면 둘러매고 바닷가 섬들을 찾아보는 게 낫지 않을까 싶다. 아이들은 손가락 마디만한 조개라도 잡을 수 있다면 너무너무 좋아하니까.

△찾아가는 길과 가볼만한 곳

배를 타고 한 바퀴 두르면 바닷가 풍경을 한껏 느낄 수 있다. 세상에 태어나자마자 헤어질 수밖에 없었던 쌍둥이 남매의 슬픈 사랑 이야기를 안고 있는 남매바위에서부터 촛대바위.병풍바위.공룡바위 등으로 이어지고 등대섬 뒤쪽에는 ‘글씽이굴’이 있다.

글씽이굴에 들어가면 여름에는 서늘하고 겨울에는 따뜻하다고 한다. 하지만 이름에 얽힌 이야기는 그리 유쾌하지 않다. 진시황이 불로초를 구하러 보낸 ‘서불’이라는 사자가 여기 와서 보고 너무 경치가 좋아 “서불과차(서불이 여기를 다녀갔노라)”라고 붓으로 써놓았다는 것이다.

요즘 사람들이 좋은 물건을 자랑할 때 “미국 가서 사온 건데 일본에서도 인기가 높다더라” 하는 것과 구조가 너무 닮아 있지 않은가. 사대주의를 넘어 자기 느낌까지 남의 나라를 빌려 말해야 할 정도까지 가버린 자기 비하가 씁쓸하다.

배는 현지에서 3만원이면 빌릴 수 있는데 많아도 4명까지밖에 탈 수 없다.

통영에서 소매물도 가는 배편은 오전 7시와 오후 2시 하루 두 차례 있다. 나오는 배편도 하루 두 차례인데 오전 8시와 오후 3시 30분이 배 떠나는 시각이다. 낚시하러 온 것이 아니면 아침에 들어와서 사진 찍으며 밥해먹고 놀다가 오후에 나가도 좋다.

배삯은 1만4100원 또는 1만원으로 일정하지 않다. 직항로로 바로 오가는 오전 7시 가는 배와 오후 3시 30분 돌아오는 배편은 1만원으로 싸게 먹히고 한산마을과 당금.대항 마을을 들르는 오전 8시 돌아오는 배와 오후 2시 가는 배는 1만4100원이다.

느긋하게 하룻밤 묵으려면 오후에 들어와 다음날 아침 배편으로 나가는 게 적당하다. 마을사람들이 하는 민박집에서는 지금 2만원씩 받고 있는데 여름철 성수기에도 3만원‘밖에’ 안받으니 바가지는 아니라고 이곳 주민들은 말한다.

아니면 등대섬에서 공짜로 숙식을 제공하니 이곳을 이용해도 좋겠다. 밥을 해먹을 수 있는 시설까지 갖춰놓고 있는데, 다만 이메일(atonms@netian.com)이나 팩스((055)249-0389)로 미리 신청해야 한다.(문의 전화 (055)249-038~4 마산지방해양수산청 항로표지과)

통영까지 와서 그 유명한 ‘충무김밥’을 먹어보지 않을 수 없다. 여객선 터미널 주변에는 ‘60년 전통’ 운운하는 밥집이 여럿 있는데 막 해낸 듯한 따뜻한 밥으로 만 김밥에다, 양념에 버무린 문어와 무김치를 함께 내놓는다. 예전에는 오뎅이 없었는데 오뎅이 새로 들어 있는 게 낯설다. 값은 3000원인데 양이 좀 적은 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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