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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과 쉼터]진전면 창포만 일대

바다내음 꽃향기에 이리꼬불 저리비틀

김훤주 기자 pole@dominilbo.com 2001년 05월 23일 수요일
마산의 바닷가는 섬들이 올망졸망 떠 있는데다 해안선이 이리 꼬부라지고 저리 비틀어져 드라이브하거나 따라 걷는 재미가 만만찮다.

마산시 진전면에는 창포만이 있다. 경남도와 마산시는 97년 7월 이곳 일대 갯벌과 바다 540만평을 매립해 공업단지로 만들겠다고 했다. 또 한국중공업(현 두산중공업).삼성물산 등과 공동개발 기본합의서까지 조인했으나 IMF로 자본 유치가 어려워 실행에 옮기지 못했다. 물론 환경단체도 반대했으며 최근에는 해양수산부까지 갯벌을 더이상 죽일 수 없다는 쪽으로 입장을 바꿔 공유수면 매립계획을 승인하지 않는 바람에 분별없는 개발은 불발로 그치고 말았다.

창포만의 갯벌은 한 눈에 다 들어오지 않을 정도로 넓다. 사람들은 남해안에서 넓이가 이만한 갯벌은 이제 찾아볼 수 없다고 입을 모은다.

바다낚시꾼들을 위해 갯지렁이를 잡는 아낙 서너 명이 눈에 띈다. 게들은 꼬물꼬물 바삐 움직인다. 크지도 않은 것들이 제각기 집을 짓고 앉아 바닷물의 드나듦에 따라 집의 뚜껑을 닫고 연다니 재미있다.

멀리 우뚝 솟은 함안 서북산에서 이어지는 산줄기는 올망졸망 뻗어 있다. 진동면 앞 수우도와 멀리 구산면 저도까지 이어지고 창포만 앞의 송도.양도도 부드러운 선을 뽐내며 둥실 떠 있다.

해안선을 따라 걸으면 차를 타고 갈 때와는 달리 요모조모 따져 보는 재미가 있다. 하얗게 핀 찔레꽃이나 머리 숙인 엉겅퀴, 이제는 열매를 맺고 빳빳이 고개 쳐든 달래도 어루만질 수 있다. 이름 모르는 꽃이나 보기 드물게 예쁜 꽃을 만나면 카메라 렌즈를 갖다대도 좋다.

언덕바지에선 철 먼저 익어버린 산딸기를 따먹는 즐거움을 맛볼 수도 있다.

이명마을과 창포마을을 지나면 속개(소포)가 나온다. 속개 앞바다는 물이 맑고 또 깊다. 그래서 경남지역의 스킨스크버 다이버들이 훈련하러 몰린다.

속개 앞쪽에는 고성군 동해면과 바로 이어지는 다리가 놓이고 있다. 동해면 해안 일주도로와 맞닿는 이 다리가 내달 말 개통되면 이 곳은 보통 아니게 붐빌 것이다.

임진왜란 때 이순신 장군은 이곳에서 목이 좁고 물이 깊은 것을 이용해 승리를 거뒀다. 물이 깊은 이곳에 거북선을 감춰두고 바깥 바다에서 싸우다 밀리는 척 왜선들을 꾀어 들였다.

마치 강처럼 폭이 좁은 만을 따라가면 당항포가 나온다. 한 척 남김없이 쳐부수고 물 속에 가라앉힌 당항포해전이 바로 그것이다.

속개라는 이름은, 이순신 장군이 왜적을 ‘속였다’는 데서 나왔다. ‘-개’는 작은 나루를 일컫는 경상도말이다.

속개에서 소포마을을 지나 시락 마을로 가는 길에는 낚시하는 사람들이 많다. 물이 맑고 흐름이 급하지 않으니 입질하는 고기도 많다. 또 고기들이 산란하기도 좋은 곳이다.

횟집들은 난리법석이다. 전세 관광버스가 서너 대씩 세워져 있고 아줌마.아저씨들이 2층 방에서 장단에 맞춰 손을 잡은 채 빙글빙글 돌고 있다. 노래방 연주기와 마이크에서 나오는 소리는 묘하게 어울린다.

여인은 들꽃을 뜯었다. 곧 시들고 말겠지만, 꽃향기는 시들 때 더욱 짙어진다고 들었다며 많이는 말고 조금만 꺾어든다.

방파제에 나가 앉으면 바닷바람이 시원하게 불어온다. 신발을 벗고 편안하게 앉아 조용히 출렁이는 물결을 내려다본다.

이명마을 들머리에서 시락마을까지 걷는 데는 2시간 남짓 걸린다. 좀 더 기분을 내면 이명 한 정거장 앞선 율티 마을에서 내려 시락보다 한 정거장 더 넘어 있는 정곡마을까지 걸을 수도 있겠디.

오랜만에 맛보는 기분 좋은 노곤함이 스며든다. 오늘은 세상 없이 깊은 잠을 잘 수 있을 것 같다.

△찾아가는 길

걷기를 즐기려면 마산 경남대 앞 댓거리에서 66번 시내버스를 타면 된다. 마산 합성동 시외버스 터미널에서 정곡마을까지 하루 10차례 오간다. 1시간 45분 간격이다. 합성동에서 오전 7시 15분에 첫차가 나가고, 정곡에서 마산 시내로 들어오는 막차는 오후 10시 20분에 있다.

하지만 시골 냄새를 풍기려는지 시각을 정확하게 지키지는 않는다. 적어도 10분 정도는 일찍 나가 기다려야 하겠다. 점심 무렵 댓거리에서 타려면 12시 10분에는 정류장에 나가야 하고 저녁에는 시락에서 6시 30분에는 정류장 표지 밑에서 기다려야 한다.

자가용을 이용하려면 진주로 가는 국도 2호선을 타고 가다가 해병대 전적비를 지나자 마자 이명.율티 마을로 가는 왼쪽 좁은 길로 접어들어야 한다. 빠르게는 갈 수 있겠지만, 덜컹거리는 버스 안에서 의자에 기댄 채 조는 천연스러움은 즐길 수 없다.

‘걷는 사람들’은 한 달에 한 번 걷는 모임을 갖고 있다. 회장도 없고 회원제로 운영되지도 않는다. 아무런 구속도 없는 모임이다. 오가는 차비와 점심 도시락만 준비하고 누구나 약속 장소에 모이면 된다. 바쁜 일이 있으면 오지 않아도 되고, 친한 동무를 데리고 와도 된다.

다만, 처음 모임에 오는 사람은 점심을 먹고 나서 노래를 한 곡조 뽑아야 한다. 이 때 소주를 한 잔 곁들이게 되는데, 대개 바다를 내려다보며 그늘이 시원한 나무 아래서 진행된다. 이번 걷기에 참석한 9명 가운데 2명이 노래를 불렀다. 모임에 함께하고 싶으면 (055)241-8369로 연락하면 된다.


창포 마을과 속개.시락 마을에는 횟집단지가 이뤄져 있다. 그러니까 식구들끼리 와서 아이들과 갯벌에서 모종삽을 갖고 게를 잡고 놀다가 횟집에 들어가면 된다. 몸을 깨끗이 씻을 수도 있고 싱싱한 회도 먹을 수 있다.

조금 외진 데는 단체 손님을 받지 않았는지 조용한 편이지만 가운데 자리잡은 크고 화려한 집은 아래위층이 각각 다른 연주기를 틀어놓고 노래를 불러대는 통에 얼이 빠질 지경이다. 집을 골라 들어가야 한다는 말이다.

‘걷는 사람들’은 도시락을 싸들고 다닌다. 물론 돈을 들이지 않기 위해서다. 바닷가에서 하는 회 한 접시도 느낌이 좋겠지만, 시원한 바닷바람에 몸을 맡기고 갯바위에 걸터앉아 꼬득꼬득 김밥을 씹는 즐거움도 남다르다. 소주도 한 잔 걸치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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