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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맛있는 집]초당 보리밥

시골 음식맛의 비결은 올케의 손맛

임대현 기자 pressim@dominilbo.com 2001년 07월 21일 토요일

닷새면 어김없이 돌아오는 시골장터는 촌로와 장사치의 흥정소리로 시끌벅적하다. 막걸리에 파전을 곁들여 파는 허름한 주막은 해가 반이 채 못 기울어 이미 얼큰하게 한술 오른 사람들의 웃음소리로 가득하다.

칼질 한번으로 한치 오차없이 고기 건수를 잘라내는 푸줏간 주인의 얼굴에도 넉넉한 웃음이 가시질 않는다. 길가로 늘어선 먹거리와 생활용품은 어지럽게 오가는 사람들의 입방아소리와 다르게 가지런타.

불과 10여년 전 시골장터는 어딜 가나 같은 모양이었다. 진한 사람 향내가 가득했고, 피곤하고 나른한 삶에 활력을 불어넣을 수 있는 곳도 바로 그곳이었다. 그 시골장터만 생각하면 떠오르는 곳이 장터 한 모퉁이에 자리잡고 있던 꽁보리밥 집이다.

큼직한 놋그릇에 고들고들 푸짐한 꽁보리밥, 거기다 투박하게 양념된 열무김치와 갖은 나물을 곁들이고 고추장 한 숟갈에 풋고추를 숭숭 썰어 넣은 시골된장을 끼얹으면 속된 말로 ‘둘이 먹다 하나 죽어도 모르는’ 맛이 나온다.

마산시 공설운동장 정문에서 길을 건너 좁은 골목길에 자리잡은 보리밥 전문집 초당보리밥(대표 김시철)은 그런 시골맛이 고스란히 배있는 곳이다.

가지무침과 마늘짱아찌.물김치.열무김치.멸치액젓.숙주나물에 살짝 구운 생선 한 마리는 밑반찬으로 손색없고, 상추와 배추.양배추.다시마에 호박잎은 쌈으로 싸먹기에 또 넉넉하다. 여기다 시원한 냉국까지 곁들여 먹으면 보리밥비빔과 꼭 어울린다.

반찬과 쌈 이야기에 정작 중요한 보리밥을 빼놓았다. 초당보리밥집은 한 그릇에 4000원한다. 앞에서 말한 것처럼 갖은 반찬에 특별히 그릇 가득 담겨져 나오는 부추와 배추 채 썬 것에 투박한 양념을 한 비빔용 야채무침을 보리밥에 넣어 비벼 먹으면 그 맛이 꿀맛이다.

특별히 음식에 모양을 내고 좀더 맛있게 해 보겠노라고 필요없는 양념을 넣지 않은 것이 또한 이 집의 매력이다. 옛날 시골장터에서 꽁보리밥을 비벼 먹어본 경험이 있는 어른들이라면 꼭 그 맛이구나 할 게다.

초당보리밥집은 한 가족이 주방에서 홀에서 자기 몫을 한다. 쉰을 넘긴 이 집 안주인 정자순 씨는 인심좋은 얼굴로 주방과 홀을 오가며 손님을 맞는다. 주방은 밀양에서 농사를 지으면서 동네에서 음식 맛깔스럽기로 소문났던 안주인의 올케가 맡아하는데 시골 음식맛의 비결은 모두 올케의 손맛이다.

대학다니는 딸은 바쁠 때 어김없이 찾아와 일을 돕는다. 음식을 만드는 재료는 모두 밀양과 창녕의 친인척 집에서 댄다. 주된 재료인 보리는 창녕부곡에서 보리농사를 짓는 안주인의 언니가 맡았다. 나머지 재료도 하나같이 시골에서 수확한 농산물로 쓴다.

메뉴는 오직 보리밥이 전부지만 보리밥을 즐겨하지 않는 혹시 모를 손님을 위해 2500원하는 국수도 내놓는다.

초당보리밥에 초당은 ‘본채에서 따로 떨어진 정원에 억새.짚 등으로 지붕을 인 작은 집채’란 뜻이다. 초당이란 이름을 어떻게 짓게 됐는지 물어보지는 않았지만 아마도 시골마을에서 살았던 경험이 이름으로 됐으리라 짐작한다. 초당보리밥은 시골을 맛볼 수 있는 그런 곳이다. (055)245-21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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