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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과 쉼터]양산 내원사

추녀 끝에 걸린 '푸른 여름'

김훤주 기자 pole@dominilbo.com 2001년 08월 01일 수요일
무더운 여름. 가만히 있기만 해도 땀방울이 콧잔등을 타고 흘러내린다. 어떻게 좀 해볼 수 없을까 생각하지만 사방 천지 아파트로 막힌 도회지에선 다른 방법이 있을 리 없다.
시원한 물에 발이라도 담그려면 머나 가까우나 산이나 바다를 찾아 떠나는 수밖에 없는 것이다. 아니면 아무 은행이나 찾아 영업이 끝날 때까지 죽치고 앉아 눈칫밥을 먹든지.
양산 천성산 내원사 계곡은 오래 전부터 잘 알려진 물놀이터다. 하지만 잘 모르는 사람도 많다. 내원사는 지리산 골짜기에만 있는 줄로 알고 있는 사람도 꽤 많은 것이다.
양산 내원사는 지리산 골짜기와는 달리 전혀 험하지 않으며 물의 흐름조차 여유롭다. 개울을 거슬러 걸으면 때로는 지루한 느낌이 들 정도로 계곡은 길게 이어져 있다.
하지만 6㎞에 이르는 계곡은 한 번도 같은 장면을 연출하지 않은 채 이쪽저쪽으로 숲이 우거져 시원한 그늘을 마련해주면서 여느 이름난 계곡 못지 않게 풍부한 물을 뿜어내고 있다.
또 지리산 골짜기는 곳곳에 깊은 웅덩이가 있어서 조금은 위험한 반면 양산 내원사 계곡은 시종일관 얕고 잔잔하게 흘러서 아이들이 부담없이 물놀이를 하기에는 안성맞춤이다.
그래서인지 가족 단위 피서객들이 눈에 많이 띈다. 내원사 바로 아래 다리에서부터 피서객들은 자리잡고 앉아 있다. 한쪽에서는 빙 둘러앉아 카드나 화투놀이를 즐기는 무리들이 있고 다른 쪽에서는 안주와 함께 술잔을 돌리는 모습도 보인다.
그늘에 자리를 깔고 도란도란 담소를 나누는 부부의 모습도 있는데, 그들의 눈길을 따라가니 초등학생 서넛이 튜브를 타고 노는 웅덩이에 가 닿는다. 조그만 고무 오리에 서너살 된 딸아이를 태운 채 끌어주면서도 웃고 있는 아버지의 모습을 보면 ‘도대체 전생에 무슨 업을 쌓았기에’ 하는 생각이 절로 들기도 한다.
한편으로 “풍덩” 소리에 고개를 돌리면 친구를 물에 빠뜨려 물을 먹이고 즐거워하는 10대들도 놀고 있다. 근육이 여물어가는 어깨에 북숭아빛으로 잘 익은 살갗이 건강미를 더한다.
내원사는 양산이 자랑하는 명산 천성산(812m)의 품에 안겨 있다. 따라서 등산과 물놀이를 함께 즐길 수 있다는 이점을 안고 있다. 산중턱쯤에 걸려 있는 내원사는 물놀이의 종점이면서 동시에 등산의 시발점이기도 하다.
양산시 하북면 용연리 계곡 들머리에서 내원사까지 가려면 다리 여섯 개를 건너야 한다.
입장권을 사서 제일 먼저 건너는 것이 성인(聖人)을 찾는다는 심성교다. 바로 위의 뜻을 알기 어려운 진산교와 시멘트 덧칠에 이름이 가려진 다리를 건너면 골짜기의 맑은 물을 칭찬하는 옥류(玉流)교가 놓여 있다. 잇달아 속세의 티끌을 씻어낸다는 세진교가 나오고 절집 바로 앞에서 여의교가 발길을 맞고 있다. 세상 만물을 자기 뜻대로 한다는 말이겠는데, 손오공의 여의봉이나 승천하는 용이 물고 있다는 여의주가 떠오르는 것은 속세에 묶어두고 온 욕심이 크기 때문일 것이다.
내원사는 사방팔방 높은 봉우리에 둘러싸여 옴팍 꺼진 곳에 자리를 잡았다. 절 앞 대나무는 스쳐지나가는 바람만으로도 시원한 소리를 들려주는데, 절집 대문은 열려 있으나 “옆문으로 들어오세요”라는 안내판이 막고 있다. “출입금지”의 우악스러움이나 “옆문을 이용해 주십시오” 하는 뻣뻣함이 없어 오히려 상냥한 느낌을 준다.
내원사는 청도 운문사와 함께 비구니들이 불경을 배우는 곳으로 알려져 있다. 또 참선 도량답게 별다른 꾸밈이 없다. 절집 마당에 서 있는 현대식 석등 하나가 오히려 조화를 깨뜨린다. 큰 법당도 대웅전이 아니라 선나원(禪那院)이며 보통이라면 탑이 있을 자리인 한가운데는 선해일륜(禪海一輪)이라는 선원(禪院)이 자리잡고 있다.
선나원 마루에 앉았으려니 바람이 이마를 스친다. 간혹 스님을 태운 차가 조용하게 올라오고 합장하고 고개를 숙이며 주고받는 인사 소리가 도란도란 울린다. 잠시 고개를 들어 보는 천성산 자락은 푸른빛이 짙은 채로 아늑하다. 때로는 흐르는 물에 담그지 않고도 시원함을 느낄 수도 있나보다.

△가볼만한 곳

천성산은 성인 1000명이 산다고 붙은 이름이다. 신라 문무왕 때 원효대사가 중국 당나라를 보니 태화사 스님 1000명이 산사태에 파묻힐 형국이라 “원효가 판자를 던져 대중을 구하노라”고 적힌 현판을 던져 이들의 목숨을 구해 줬다.
이들이 원효를 스승으로 모시고자 찾아 왔는데 원효대사가 이들이 머물 곳을 찾아 양산에 대둔사와 내원암을 비롯해 90개 사암을 지었다. 원효는 또 화엄경을 강해서 이들을 성인이 되도록 이끌었는데 이 모든 것이 양산 천성산에서 이뤄졌던 것이다.
천성산은 풍광이 빼어나 ‘제2의 금강산’이라고도 일컫는다. 바위가 길게 뻗어 있는 병풍바위도 있으며 내원사 계곡을 빼더라도 작은 폭포와 아담한 연못이 그림처럼 이어진다. 가지산 등과 함께 영남 알프스의 일원인데, 낙동정맥 끝머리의 정기가 맺힌 듯 옹골차게 붙어 있다는 말을 산악인들에게 듣는 산이다.
내원사 들머리에서 여의교를 건너지 말고 골짜기를 거슬러 오르면 된다. 산등성으로 오르는 비탈길이 기다리고 있는데 20분 남짓 땀을 흘리면 주능선에 가 닿는다. 천성산 꼭대기는 2시간여 떨어진 거리에 있다.
내원사와 계곡 곳곳에는 “양산시가 소유자인 내원사의 허가도 없이 임도를 내어 보기 드문 고산습지를 파괴한 데 대해 규탄한다”는 플래카드가 붙어 있고 큰 법당 앞에서는 서명을 받고 있기도 하다.
여기서 말하는 고산습지가 바로 천성산 꼭대기에 있다. 지난날 원효산이라 하던 데를 지금은 천성산 1봉(922m)이라 하는 모양인데 내원사를 안고 있는 천성산 정상에서 천성산 제1봉까지 이르는 능선에 펼쳐져 있다.
고산습지를 일러 화엄벌이라 하는데 원효가 중국 스님 1000명을 이곳에 모아 놓고 화엄경을 설파했다고 해서 붙은 이름이다.
내원사 여의교에서 산 정상까지는 2시간 30분이면 족하다. 내려올 때는 천성산 제1봉을 거쳐 원효암과 홍룡사가 있는 상북면 대석마을쪽도 좋고 아니면 웅상면 백동 마을쪽도 가능하다. 하지만 오르기 전에 내원사 골짜기에다 자리를 잡아두고 되밟아 내려오는 게 가장 좋은 수다.

△찾아가는 길

창원.마산쪽에서 간다면 창원터널을 지나 남해고속도로를 따라가다 경부고속도로로 갈아타고 남양산 나들목으로 빠지면 된다. 국도 35호선을 골라 타고 더듬어 올라가다 보면 하북면 용연리가 나오고 ‘내원사 계곡’을 알리는 표지판이 눈에 띈다. 여기서부터 내원사 계곡까지는 5분이면 충분하다.
밀양쪽에서 나간다면 경부고속도로를 타고 남쪽으로 가다 통도사 나들목으로 나와 35호 국도를 타고 내려가야 한다. 왼쪽으로 보이는 내원사 계곡 표지판을 따라가면 된다.
창원 등 중부 경남에서는 내원사까지 이르는 대중교통이 불편한 편이다. 하지만 부산에만 가면 손쉽게 대중교통편으로 내원사 계곡물에 발을 담글 수 있다. 부산 명륜동 동부시외버스터미널에서 신평행 버스를 타고 내원사 입구(용연마을) 정류장에서 내려 걸으면 된다.
버스를 타고 양산시외버스터미널에 내려 다시 언양으로 가는 완행버스를 타고 용연마을 앞에서 내려도 된다. 시내버스도 자주 다니므로 양산까지만 가면 충분히 찾아갈 수 있다.
하지만 식구들이나 친구들끼리 어울려 갈 때는 짐이 많을 것이므로 자가용 차량을 몰고 가는 게 좋겠다.
골짜기에서 천막을 치고 야영을 하거나 밥을 끓여 먹는 것은 못하게 돼 있으니 참고할 것. 오후 6시면 골짜기에서 다 빠져나와야 한다는데, 제대로 지켜지는지는 알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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