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eck 3d gpu
바로가기
메뉴로 이동
본문으로 이동

총각기자의 '녹두빈대떡' 도전기

이동욱 기자 ldo32@idomin.com 2010년 06월 22일 화요일

많은 비가 올 계절이다. 이 즈음 생각나는 음식이 뭐니뭐니해도 전이다. 전도 종류가 모두 헤아리기 어려울 정도로 많은데, 빈대떡은 그 가운데 하나다. 대개 빈대떡은 녹두를 맷돌로 곱게 갈아서 부친 전을 일컫는다.

조선시대 빈대떡은 가난과 나눔의 상징이기도 했다. 흉년이 들면, 먹을거리가 부족해 허덕이던 사람들이 성문 밖에 몰려들었다. 이 때 베푸는 일을 마다하지 않았던 양반들이 아랫사람을 시켜 달구지나 지게 등에 빈대떡을 싣고 와 이들에게 줬다고 한다. 자기 집 어른의 이름도 들먹이며 적선 삼아 빈대떡을 나눠준 거다. 빈대떡이 한편으론 가난한 이들을 위한, '빈자(貧者)떡'으로도 불렸다는 얘기다.

피자가 토핑으로 화려해지듯이, 빈대떡 또한 고명에 따라 다양하게 변할 수 있다. 고사리와 숙주나물은 가장 흔하게 쓰인다. 여기에 돼지고기나 오징어, 홍합, 굴 등 해산물을 써도 좋다. 빛깔이나 모양을 좀 더 화려하게 하려면, 애호박, 붉은 고추, 파, 당근, 양파, 버섯 등을 함께 얹어도 된다. 장마철뿐만 아니라 겨울철 별미로도 즐길 수 있다. 어쭙잖고 형편없는 솜씨로 인터넷 검색과 어머니 조언을 구해 녹두 빈대떡을 직접 만들어봤다.

1. 녹두·쌀  물에 8시간 불리기

20일 한 마트에서 녹두 500g짜리를 4000원 주고 샀다. 이 양이면, 적어도 7~8인분을 만들 수 있다. 세 사람이 먹을 정도로 200g 남짓을 썼다. 쌀도 100g이 안 되게, 어렴풋이 녹두 양의 절반에 못 미치게 준비했다. 씻지는 않고, 둘 다 따로 물에 담가 불렸다. 그래야, 녹두나 쌀이 부드러워지고, 녹두 껍질도 잘 벗겨진다. 


이렇게 약 8시간을 기다려야 했다. 이따금 녹두나 쌀의 상태를 봐서 시간을 줄일 수도 있다. 적당히 불었다 싶으면, 다음 단계로 넘어가면 된다.

2. 물은 갈아 놓은 곡물 양 4분의 1

물에 불린 녹두는 벅벅 문질러야 한다. 계속 문대서 껍질이나 이물질을 걷어내야 한다. 여기서 신경 써야 할 건 녹두를 이리저리 밀고 비빌 때 물을 자주 갈아주면 좋지 않다는 사실이다. 그러면 껍질을 벗기기 어려워진다.

껍질 벗긴 녹두와 불린 쌀은 깨끗이 씻어 물기를 없애준다. 옛날에는 맷돌로 갈았지만, 이젠 믹서가 그 일을 대신해준다. 녹두와 쌀을 따로 갈아 나중에 함께 섞어줬다. 물은 믹서에 넣은 곡물 양의 4분의 1가량 넣었다.

3. 나물·돼지고기·신김치 준비

   
 
 
숙주와 고사리나물을 준비해보자. 숙주 250g이 880원, 고사리 220g이 1430원이었다. 둘 다 절반 정도만 조리했다. 냄비 두 개에 물을 적당히 받고, 깨끗이 씻은 고사리와 숙주를 따로 냄비 뚜껑을 닫지 않고 삶았다. 가끔 나물이 어느 정도 익었는지 알아보기 위해서다. 숙주나물은 고사리보다 빨리 삶아졌다. 줄기의 흰 빛깔이 없어지고, 다소 투명해지면 씹어서 먹어봤다.

고사리는 숙주에 비해 질겨 오래 삶아야 했다. 만져봐 물렁물렁해지면 또 씹어서 확인했다. 돼지고기와 신김치도 꺼냈다. 간장과 참기름, 다진 마늘 등으로 양념한 돼지고기를 먼저 구웠다.

신김치도 손으로 길게 찢었다. 신김치는 속을 털어주고 국물을 짜도 된다.

4. 가장 약한 불로 은근하게 굽기

갈아 놓은 녹두와 쌀을 섞고, 여기엔 부침가루도 한 움큼 넣었다. 그냥 부치면 끈기없는 녹두 때문에 모양이 흐트러지기 쉬워서다. 이어 소금을 조금 뿌려 간했다. 반죽에 고명을 섞어 구워내도 되지만, 반죽을 굽는 과정에 고명을 살짝 얹는 방식을 택했다. 프라이팬에 식용유를 둘렀다. 녹두 빈대떡은 타기 쉽다. 가장 약한 불로 은근하게 구워내야 한다. 첫 장은 두께 조절에 실패했다. 반죽을 부어 둥그렇게 펴주는데, 너무 커졌다. 거기에 삶은 숙주와 고사리, 신김치와 돼지고기를 잘라 얹으니 더 두꺼워졌던 것이다. 어슷썰기 한 붉은 고추, 푸른 고추, 대파 등도 얹어 모양을 낸다. 같은 실수는 없으리라. 두 번째 장부터 그나마 볼품없지만, 빈대떡 같은 모양이 나왔다. 고명들을 얹고 뒤집는 순간도 서서히 맞췄다. 다행히 찢어지는 불상사는 없었다.

맛보기 전, 간장에 매운 고추를 썰어 넣고 식초도 약간 뿌려 양념장을 만들었다. 빈대떡만으로는 싱겁다면, 여기에 찍어 매콤한 맛을 더할 수 있다. 신김치나 돼지고기 양념 맛 때문인지 간이 적당한 듯했다. 녹두의 고소함이 다른 재료의 맛과도 어우러지는 것 같았다. 녹두 빈대떡은 따스하면서도 푸근한 음식이었다.

◇재료 : 녹두 200g, 쌀 70g, 숙주나물 100g, 고사리 100g, 신김치, 돼지고기, 붉은 고추, 푸른 고추, 대파, 소금, 식용유, 간장, 참기름, 다진 마늘 등.

신문 구독을 하지 않고도
경남도민일보를 응원하는 방법
<저작권자 ⓒ 경남도민일보 (http://www.idomin.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동욱 기자

    • 이동욱 기자
  • 여러분의 이야기를 듣고 싶습니다. 010 9074 2162 ldo32@idom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