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eck 3d gpu
바로가기
메뉴로 이동
본문으로 이동

찻집에서 밥을? 쫀득쫀득 연잎밥 입이 즐거워

[경남 맛집] 창원시 성산구 '차향이 머무는 뜨락'

박정연 기자 pjy@idomin.com 2014년 01월 22일 수요일

오랜만에 여유가 묻어나는 공간을 찾았다. 다녀오니 몸과 마음이 맑아진 기분이다. 수백 개의 커피전문점이 즐비한 도심에서 점같이 남겨진 전통찻집을 찾는 일은 쉽지 않다.

창원시 성산구 가양로116번길 8-1. '차향이 머무는 뜨락'에서 '차 우림이' 김인숙(56) 씨를 만났다.

"뜨락이란 뜰이란 뜻으로 내 집 앞마당을 의미하죠. 이곳은 제 개인 앞마당이 아니라 찾는이의 뜰이 되는 공간이죠."

김 씨는 사장이란 표현이 부담스럽다고 했다. 스스로 이름 붙인 '차 우림이'는 순박하면서도 그 표현에 긴 시간을 내포하고 있다. '내려 먹는' 커피보다 '우려 먹는' 차는 내는 방식부터 차이가 난다.

   
  '차향이 머무는 뜨락' 사장 김인숙 씨가 차를 따르고 있다. /김구연 기자  

차 우림이 김인숙 씨와 마주 앉아 녹차를 우려 마셨다. 태어나 처음으로 차맛을 제대로 알았다.

차는 한 사람당 찻잎 2g을 기준으로 우려낸다. 두 사람은 0.5g을 더해 2.5g, 세 사람은 0.1g을 더해 2.6g이 되는 양으로 잎을 우린다. 두 사람 기준으로 2.5g의 찻잎은 다섯 번을 우려 먹을 수 있다.

찻잎을 찻주전자에 넣고, 끓인 물은 반드시 식혀 차를 우린다. 겨울에는 물을 80도로 식혀 따뜻하게 마시고 나머지 계절에는 70도 정도까지 식혀 마시면 좋다.

두 사람이 마주 앉아 차를 우려낼 물의 양은 한 번 우릴 때 찻잔 2잔 분량이다. 한 번 우려낸 차는 찻주전자에서 완전히 비워내야 한다. 우려진 차가 남은 주전자에 물을 부어 다시 우려내면 쓴맛이 난다.

한 번 우릴 때 걸리는 시간은 심호흡을 3번 하면 되는데 1분이 채 되지 않는다. 차를 찻잔에 따를 때는 6번으로 나눠 따르는데 2잔에 맛을 공평하게 나누기 위해서다. 차맛을 공평하게 나누려면 차 우림이는 우선 첫물을 차 우림이 잔에 조금 붓고 두세 번째는 손님 잔에, 네다섯 번째는 다시 차 우림이 잔에, 마지막 끝물은 손님 잔에 따른다.

   
  두 사람 기준으로 2.5g의 찻잎은 다섯 번 우려 먹을 수 있다. /김구연 기자  

차는 두 번째 우린 맛부터 진가를 발휘한다. 첫 번째는 싱겁지만 두 번째는 입안에 잠시 머금었다 목으로 넘기고 나면 혀 끝에 단맛이 감돈다. 차 우림이의 내공에 따라 두 번째, 세 번째, 네 번째 우린 맛은 같다. 마지막 다섯 번째 우린 차는 약간 떫은 맛이 나는데 타닌 때문이다. 항산화 작용을 하는 요소이니 끝까지 마셔야 제대로 차를 마셨다 할 수 있다.

인숙 씨는 요즘 배웠던 차 공부를 사람들에게 나누는 재미에 빠져 있다. 차를 배우는 사람이 모이면 뜨락은 동네 사랑방 역할도 톡톡히 한다.

지난 2008년 3월 처음 뜨락을 열었을 때는 생각보다 전통차를 즐기는 이가 없어 운영이 어려웠다. 곰곰이 생각해보니 몰라서 못 먹는 것이란 걸 알고는 차문화를 전파해야겠다고 결심했다.

2012년 6월부터 모집한 '다빈회'는 3개월 과정으로 벌써 5기까지 40여 명의 수강생이 들었다. 겨울인 12월부터 이듬해 2월까지는 쉬고 오는 3월부터 10명 정도의 6기를 모집할 예정이다.

직접 잎차를 덖어 만들지는 않는다. (사)차인연합회 한국다도대학원까지 졸업해 5년 간 차 공부를 마치고 가게 문을 열었지만, 그는 우림이 역할만 할 뿐이다.

"저도 차를 덖을 줄은 압니다만, 재배하고 수확해 덖는 전문가는 따로 있지요. 차를 잘못 덖으면 사람에게 치명적일 수 있어 녹차, 보이차와 같은 잎차는 사옵니다. 복분자, 오미자 같은 효소차는 재료를 사와 직접 만들고 있지요."

녹차와 황차(녹차를 발효시킨 차)는 하동 칠불사 근처 곡천제다에서 가져오고, 보이차는 중국차 무역을 전문으로 하는 인천 수경무역을 통해 산다.

차를 마시러 온 손님들이 밥을 먹을 수 있으면 더없이 좋겠다는 말에 지난 2012년부터 연잎밥 정식도 선보였는데 점심·저녁 모임 예약이 꾸준히 늘고 있다.

   
  지난 2012년부터 선보인 연잎밥 정식. 연잎 향이 깊이 밴 찰밥이 쫀득쫀득 차지다. /김구연 기자  

차맛도 좋지만 연잎밥 맛도 일품이다. 연잎 향이 깊이 밴 찰밥은 쫀득쫀득하니 차진 게 입이 즐겁다. 차진 밥의 비결은 방앗간에서 이틀 분량을 20분 정도 미리 쪄서 냉장보관하고 가게에서 압력밥솥에 10분을 더 쪄 내는 것이다.

연잎밥 정식에 함께 나온 삼겹살 바비큐는 기름기 없이 담백하고, 직접 담근 도라지·고춧잎·김 장아찌와 울릉도에서 공수해 온 명이나물이 입맛을 돋운다. 배추김치는 따로 내지 않으며 계절별로 장아찌를 담가 손님상에 올린다.

삼겹살 바비큐가 담긴 접시 반대편에는 육고기를 먹지 않는 손님을 위해 두부구이가 오르며 그 가운데는 상큼한 상추 샐러드가 차지한다. 조미료가 전혀 들어가지 않고 정갈하게 차려진 밥상을 비우고 나면 배가 불러 뒤로 젖혀지는 게 아니라 든든하게 속을 채운 기분으로 가볍게 일어설 수 있는 정도라 더 좋다.

연잎밥을 먹으려면 1시간 전 예약은 필수이고, 오전 11시 30분∼오후 2시, 오후 5∼7시 두 차례만 먹을 수 있다. 차는 오전 9시 30분부터 오후 10시 30분까지 언제든지 먹을 수 있다.

   

<메뉴 및 위치>

◇메뉴: △연잎밥 1만 원 △녹차 우전 7000원, 세작 5000원 △보이차 6000원 △한방차 7000원 △대추탕 6000원 △오미자 6000원 △복분자 5000원.

◇위치: 창원시 성산구 가양로116번길 8-1(남양동 27-3번지). 055-274-3253.

<저작권자 ⓒ 경남도민일보 (http://www.idomin.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박정연 기자

    • 박정연 기자
  • 삶이 예술이다. 문화체육부 기자 박정연입니다. 공연(연극·음악·무용 등)분야, 맛집, 서평을 담당하고 있습니다. 언제든지 무엇이든지 귀기울입니다. 연락처 010-5119-6213, 메일 pjy@idom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