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쓴맛도 단맛도 인생의 맛, 시인의 국수

[경남 맛집] 창녕군 대합면 '버들국수'

박정연 기자 pjy@idomin.com 2014년 03월 12일 수요일

"육수 남기지 마세요."

엄마가 생각났다. 육수 내는 데 얼마나 공을 들였는데 면만 쏙 건져 먹고 국물은 아깝게 버리느냐고 잔소리를 하던 엄마와 같다.

가게 한쪽 벽 천 위에 새겨진 '육수를 남기지 말라'는 손글씨를 보고 있자니 음식을 사랑하는 주인장의 마음이 보였다.

창녕군 대합면 가시연꽃마을에 있는 '버들국수' 주인장은 시인 송미령(56)이다. 우포늪을 아끼고 시를 사랑하는 이들은 송미령 시인의 '우포에는 맨발로 오세요'라는 시를 익히 알고 있다.

시인이 삶아낸 국수라고 별반 다를 건 없다. 주방에 있을 때는 시인이든 누구든 모두 요리사다.

그가 직접 손으로 쓴 메뉴판은 단출하다. 버들국수, 파전, 버들계란이 전부다.

송미령 씨가 내온 버들국수와 부추전 그리고 삶은 버들계란을 맛봤다. 메뉴판엔 파전이라고 적혀 있지만 준비되는 재료에 따라 부추전, 호박전, 김치전 등 뭐가 나올지 모른다.

   
  버들국수의 상차림. 왼쪽 위부터 시계방향으로 버들계란, 부추전, 버들국수. /김구연 기자  

국수는 손님상에 오를 때까지 면과 육수가 분리돼 따로 나온다. 노란 주전자에 담긴 육수를 먹을 만큼 그릇에 적당히 부어 먹으면 된다.

육수를 붓는 순간 아니나 다를까 "모자라면 더 드릴 테니까 남기지는 마라"는 주인장의 목소리가 들려온다.

버들국수라 이름 붙은 이유는 밀가루 면을 뽑을 때 버들잎이 들어가기 때문이다. 어릴 적 버드나무 그늘에서 뛰어논 적은 있어도 버들잎을 입으로 가져가 본 적은 없으니 맛이 궁금했다.

쓴맛. 맵고, 짜고, 단 음식은 먹어봤어도 쓴맛이 나는 음식은 처음이다. 면발에서 나는 첫 쓴맛은 고명과 육수가 어우러져 덜해졌다.

   
  버들국수는 밀가루 면을 뽑을 때 버들잎이 들어가 쓴맛이 난다. 하지만 대추가 들어간 육수와 고명 등이 어우러져 쓴맛이 상쇄된다. /김구연 기자  

삶은 부추, 빨간 고추, 쪽파, 김가루, 달걀 노른자와 흰자로 따로 부친 고명이 전부지만 면을 덮을 만큼 올려져 국수 그릇이 푸짐했다.

육수는 시원하면서도 약간 단맛이 났는데 알고 보니 대추 때문이었다.

버들국수 육수 재료는 무·멸치·밴댕이·다시마·표고버섯·밤·대추이며, 3시간 정도 우린다.

   
  버들국수의 주인 송미령 시인이 면이 담긴 그릇에 육수를 따르고 있다. /김구연 기자  

"버들잎이 찬 성질을 가지고 있어서 면만 먹으면 몸이 냉해질 수 있어요. 다른 육수 재료는 일반 국숫집과 비슷하지만 밤과 대추가 들어가는 게 좀 다르죠. 따뜻한 성질을 내는 육수를 만들어 곁들이면 중화하는 효과가 있다고 봤어요."

강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버드나무에서 나는 버들잎은 잘 알려진 약품 '아스피린'의 주원료다.

의학사를 살펴보면 기원전 5세기 히포크라테스는 환자들의 고통을 덜고자 버들잎을 씹게 했다고 한다. 버드나무에는 열을 내리고 통증을 완화하는 성분이 있다.

국수를 먹다 보면 면이 중간에 툭 끊어지기도 하는데 송 씨에게 물으니 "가성소다(양잿물)를 넣지 않아 탄력이 덜해서 그렇다"고 설명한다.

국수 가락을 뽑기 위해 2주에 한 번 읍에 나간다. 버들잎을 찌고 말리는 일은 송 씨 몫이지만 얇은 면가락을 뽑을 재간이 그에게는 없다.

부추전은 집에서 구워먹는 맛과 별반 다를 게 없지만 찍어 먹는 간장 맛이 일품이다.

   
  창녕군 대합면 가시연꽃마을에 위치한 버들국수 외관. 담벼락에 버드나무 그림과 시가 적혀 있다. /김구연 기자  

버들국수는 가게 담벼락 옆에 옹기종기 모여 있는 장독대가 말해주듯 직접 메주를 띄워 장을 담근다. 공장에서 찍어내는 간장 맛과 차원이 다른 이유다. 여기에 직접 만든 과일 효소가 설탕을 대신한다.

버들국수 주방 한쪽에는 송미령 씨가 각종 열매나 잎에서 발효시킨 효소가 병에 빼곡히 담겨 있다. 20여 개가 되는 병에 견출지를 붙여 만든 날짜와 재료를 적었다.

마지막 메뉴인 버들계란은 얼핏 보면 구운 달걀처럼 검다. 껍데기를 까서 먹어보면 구운 달걀보다 수분이 촉촉이 살아 있어 목이 덜 멘다. 버들계란은 버들잎을 우린 물에 하루 꼬박 삶아 노른자까지 연갈색을 띤다.

송미령 씨는 "나는 시인이기 전에 농부였고 먹고사는 문제 때문에 국숫집을 열게 됐다. 내가 만든 백숙 맛이 좋다는 소리에 백숙집을 할까 하는 생각도 해봤지만 매일같이 닭의 모가지를 비트는 일보다 차라리 국수를 만드는 게 나을 것 같았다"며 웃었다.

   

<메뉴 및 위치>

◇메뉴: △버들국수 5000원 △파전 5000원 △버들계란 3개 2000원.

◇영업 시간: 낮 12시∼오후 7시(매월 셋째 목요일, 일요일 휴무).

◇위치: 창녕군 대합면 쟁반2길13(신당리).

◇전화: 055-532-858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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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연 기자

    • 박정연 기자
  • 삶이 예술이다. 문화체육부 기자 박정연입니다. 공연(연극·음악·무용 등)분야, 맛집, 서평을 담당하고 있습니다. 언제든지 무엇이든지 귀기울입니다. 연락처 010-5119-6213, 메일 pjy@idom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