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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날 연탄불에 구워 먹던 장어 생각날 때

[경남 맛집] 진주시 본성동 '옛날장어'

박정연 기자 pjy@idomin.com 2014년 05월 21일 수요일

봄이 짧아지고, 낮에는 뜨거운 볕 때문에 보양식을 찾는 시기가 빨라지고 있다.

보양식의 대표 주자 장어구이를 맛보러 진주 남강변에 있는 '옛날장어'를 찾았다. 진주시 본성동 촉석루 앞 논개길에는 10여 개의 장어구이 집이 모여 있다.

동일 메뉴를 선보이는 식당이 모여 있다는 것은 여러모로 손님 입장에서 유리하다. 이 집 저 집 맛을 비교해 가며 먹을 수 있어 좋고, 가게마다 단골을 확보하려고 상차림과 서비스에 정성을 기울일 수 있어 이득이다.

서로 '원조'라는 간판을 내걸어 어느 집이 진짜 원조인지 정확히 알 수는 없다. '제일 처음 생긴 집', '제일 오래 장어를 구워 온 사장이 있는 집' 등 저마다 원조 기준이 제각각인데 누가 틀렸다고 볼 수도 없으니, 고객으로선 입맛에 맞는 집을 고르면 될 일이다.

'옛날장어'도 여느 집처럼 바다장어와 민물장어 두 종류를 다룬다. 바다장어는 양념구이로, 민물장어는 소금구이로 주문해 맛을 봤다.

   
  민물장어 소금구이 1인분. /박정연 기자  

어느 장어를 어떤 조리법으로 주문하든 상관은 없지만, 먹을 때는 소금구이를 먼저 먹는 게 좋다. 장어 본연의 맛을 느끼려면 양념구이는 미뤄두면 되겠다.

뱀장어라고도 불리는 민물장어는 손바닥을 옆으로 향했을 때 높이만 한 폭으로 바다장어보다 폭이 1.5배에서 2배 정도 넓다. 1㎏을 기준으로 민물장어는 3∼4마리, 바다장어는 7∼8마리 정도라고 하니 민물장어가 바다장어보다 얼마나 큰지 알 수 있겠다.

소금구이는 고추냉이를 적당히 푼 간장 양념에 살짝 찍어 먹거나 저민 생강을 곁들이면 된다. 물론 장어와 생강을 함께 입안에 넣고 씹는 건 장어 맛을 느끼는 데 지장을 주지만 비린 맛을 잡아주는 데는 도움이 된다. 비릿한 맛을 즐기기 위해 육류가 아닌 어류를 택한 이유를 충분히 살리려면, 생강을 장어와 장어 사이 입을 헹궈주는 의미로 먹어주면 되겠다.

'아나고'로 통하는 바다장어는 확실히 민물장어보다 폭이 좁고 날렵하게 생겼다. 주로 회로 먹지만 민물장어 구이보다 상대적으로 저렴해 찾는 이가 많다.

민물장어(1인분 2만 7000원)는 공급량이 달려 바다장어(1인분 1만 8000원)보다 훨씬 비싸다. 장어 중에서 유일하게 양식이 가능한 민물장어는 자연에서 잡은 치어를 양식하기 때문에 부분 양식이라고 보면 된다.

양념구이는 비릿한 맛을 꺼리는 이들이 즐겨 먹는데, 연탄불을 확실히 품은 양념 맛과 함께 구워져 나오는 양파 때문에 인기가 좋다.

왜 연탄불에 초벌구이를 하느냐고 물어도 "진주는 원래 그렇게 한다"는 답이 돌아오는 것과 마찬가지로, 양념구이 불판 아래 양파를 품은 이유도 옛날부터 그리 해왔다는 것 말고는 없다.

양념구이든 소금구이든 석쇠에 통째로 올려 초벌구이와 재벌구이를 하는데 민물장어는 바다장어보다 초벌구이에 시간이 더 걸린다. 폭도 넓지만 두께도 바다장어보다 두꺼워 기름기가 많기 때문이다.

양념 된 장어구이는 구운 양파와 짝을 맞춰 상추와 깻잎 위에 올리고 생마늘까지 더해 한 쌈 가득 입안으로 가져가면 대화는 사라진다.

   
  연탄불에 굽는 바다장어 양념구이. /박정연 기자  

진주성 일대 장어구이집의 가장 큰 특징은 연탄불에 장어를 미리 구워 손님상에 내놓는다는 것이다. 마산 등 여타 지역에서 흔한 테이블 위 숯불 불판에서 직접 구워 먹도록 하는 방식과 차별화된다.

연탄불에서 구워내는 '불맛' 때문에 추억의 맛을 떠올리며, 잊지 못하고 진주를 다시 찾는 이가 있다 할 정도라고 하니 연탄장수들도 신이 난다.

옛날장어는 여느 집과 달리 손님상에 가스 불판을 설치했다. 식지 않고 온도를 유지하며 음식을 먹을 수 있다는 점이 좋다. 특히 불이 가까이 있다는 것은 비린 맛을 잡아주는 데 탁월하다.

처음 장어구이가 주문돼 나올 때는 뜨거운 연탄불 맛 때문에 장어 특유의 비릿한 맛을 못 느끼다가도, 미리 구워져 나온 장어가 식으면 비린 맛이 스멀스멀 올라오기 때문에 불은 중요하다.

그런 점에서 옛날장어는 전통적인 연탄불을 고수하면서, 손님상에서 바로 구워 먹도록 하는 다른 지역의 조리법도 혼합한 셈이다.

옛날장어 사장 조순란(49) 씨는 "삼겹살집처럼 가스불을 테이블에 설치한다는 생각은 손님이 내뱉은 말 때문이었다"며 "음식이 식으니 비린 맛이 난다는 불만을 기억했다"고 말했다.

옛날장어를 연 지는 16년째지만, 조 씨가 연탄불 앞에서 장어를 요리조리 구워 온 지는 30년이 다 되어 간다. 스물세 살 때 밥벌이로 시작한 장어구이 집 일이 어느덧 천직이 됐다.

"진주 왔다가 장어 먹으러 들렀다는 손님도 반갑고, 장어구이 먹으러 진주까지 왔다는 손님은 더 반갑죠. 우리 장어 골목은 전국구라 관광객 손님이 많지만, 그래도 우리가 이래 먹고사는 건 옛날에 평상 깔고 연탄 냄새 풍기며 노상에서 먹던 맛을 기억하는 진주 사람들 덕분이죠. 여기에 공원이 들어오면 터를 옮겨야 해 아쉬움이 남지만 사람들 좋으라고 하는 일이니 잊지 않고 계속 찾아주길 바랄 뿐이죠." 

<메뉴 및 위치>

◇메뉴 : △바다장어 1만 8000원 △민물장어 2만 7000원 △낙지볶음 1만 5000원 △매운탕 1만 5000원.

◇위치 : 진주시 진주대로1025번길 20(본성동).

◇전화 : 055-747-68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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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연 기자

    • 박정연 기자
  • 삶이 예술이다. 문화체육부 기자 박정연입니다. 공연(연극·음악·무용 등)분야, 맛집, 서평을 담당하고 있습니다. 언제든지 무엇이든지 귀기울입니다. 연락처 010-5119-6213, 메일 pjy@idom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