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흙·물·사람 그들이 빚어내는 남해의 진수

[남해 바래길에서 사부작] (2) 1코스 다랭이지겟길(평산항∼가천다랭이마을16㎞ 4∼5시간)

이서후 기자 who@idomin.com 2016년 01월 29일 금요일

남해군 남면 평산(1리) 정류장에서 버스를 내려 바닷가를 따라 평산1리 마을로 들어서면 평산항(平山港)이다. 평산항에서 바다 건너 보이는 땅이 전남 여수다. 선뜻 건너가 보고 싶은 마음이 들 정도로 가깝다. 한때는 평산항에도 여수로 가는 배가 드나들었다고 한다. 남해섬에 다리가 생기고 자동차를 타는 이들이 늘자 손님이 줄었고 지금은 한적한 어항(漁港)으로 남았다. 하지만, 매주 월요일 아침 9시가 되면 평산항은 왁자해진다. 활어위판장에서 수산물 경매가 이뤄지는 날이다. 규모는 작지만 어종이 다양해 볼만한 풍경으로 꼽힌다.

평산항

남해바래길 첫 번째 코스인 다랭이지겟길은 이곳 평산항에서 시작해 가천다랭이마을까지 이어진다. 왜 이 길을 바래길 1 코스로 삼았을까. 바래길 제안자 문찬일 씨에게 물으니 길을 찾기가 제일 수월했다고 답한다. 남면에서 제일 적극적으로 협조를 한 덕분이기도 하다. 무엇보다 다랭이지겟길은 남해군의 정수를 담고 있다. 갯벌과 갯바위, 몽돌해변, 모래사장, 산길과 밭두렁길 등 남해섬의 속살을 두루 거친다.

평산항 바래길 1코스 초입 벽화.

평산항에서 1코스 초입으로 가다 보면 '남해바래길에 어서오시다'가 적힌 예쁘장한 벽화가 사람들을 반긴다. '어서오시다'는 '어서 오십시오'란 뜻의 남해 인사말이다. 벽화를 마주하고 '남해바래길 작은 미술관'이 들어서 있다. 오랫동안 비어 있던 옛 평산보건진료소를 고쳐 만든 곳이다. 작품을 둘러보고 바로 옆 화장실도 한 번 들르면 바래길을 걸을 준비가 다 된 셈이다.

유구마을∼사촌마을

'남면로 1739번길'이란 표지판이 있는 평산1리 마을 고샅에서 걸음을 시작한다. 구릉을 오르다 보면 온통 황토밭이다. 시금치와 마늘을 번갈아 심으며 밭은 사철 내내 푸르다. 문득 시야가 탁 트이면서 바다가 드러난다. 황토밭과 바다와 하늘이 겹치는 이곳 풍경은 남해섬 사람들의 삶 그 자체를 보여준다.

건너편 여수를 바라보며 한동안 호젓한 밭길이 이어진다. 곳곳에 화살표와 이정표가 있어 위치를 가늠할 수 있다. 이정표는 유구마을을 가리키고 있다. 길이 갑자기 바닷가로 떨어진다. 작지만 야무진 해변에는 캠핑 시설과 화장실이 있다. 해변 끝에서 잠시 언덕을 넘으면 곧 유구마을 초입이다.

바래길은 유구마을을 정면으로 바라보다가 초입에서 다시 바닷가로 돌아선다. 앙증맞은 항구를 잠시 끼고 걷다가 구릉을 오른다. 조금 걷다 보면 밭들이 나오고 다시 한번 시야가 탁 트이는데 멋진 풍광으로 눈이 제법 즐겁다. 여기서 바래길을 잠시 벗어나 구릉 정상에 서 본다. 정상에는 '전망 좋은 곳'이란 표지판이 서 있다. 여수 오동도와 엑스포 해양공원 주변이 손에 잡힐 듯 가깝다.

내리막을 걷다 해변을 한번 스치더니 본격적으로 산길이 시작된다. 해안초소로 가는 길을 이은 것이다. 산길을 벗어나면 바로 갯바위다. 갯바위 근처에서 해녀가 한 명 물질을 한다.

이정표는 이제 사촌마을을 가리킨다. 길이 잠시 도로구간으로 접어들었다가 개울과 논두렁을 살피며 이어진다. 그러다가 다시 바닷가로 내려간다. 사촌해수욕장이다. 이곳은 모래가 좋아 옛날에는 '모래치'로 불렸는데 이름 그대로 사촌(沙村)이 됐다. 한겨울 해수욕장은 조용하고 한가하다. 인적이 드문 마을에서 바닷가 아름드리 송림만이 꿋꿋하게 겨울을 버티고 있다.

바래길 1코스 종착지 가천다랭이마을.

선구마을∼항촌마을∼가천다랭이마을

길은 사촌마을을 빠져나온다. 도로를 따라 언덕을 넘으면 바로 선구마을이다. 항아리 모양의 긴 몽돌해변을 끼고 남쪽을 바라보며 들어앉은 곳이다. 그리고 같은 해변을 끼고 건너편으로 마주 보는 곳이 항촌마을이다. 바래길은 선구마을로 직접 들어가지 않는다. 구릉을 에돌아 선구마을을 정면으로 바라보며 바닷가로 내려선다. 풍년과 풍어를 기원하는 '선구 줄긋기'는 경상남도 무형문화재 제26호로 지정돼 있다. 이는 이 마을의 오랜 공동체 문화를 계승한 것이다. 지금도 마을 한가운데 남아있는 빨래터는 이런 공동체 의식의 상징이다. 선구마을은 고샅마다 정겨운 풍경이 많다.

▲ 항아리 모양 몽돌해변을 끼고 있는 선구마을과 건너편 항촌마을.

선구마을에서 해변을 따라 항촌마을에 이른다. 해변에 있는 몽돌은 크기가 적당하고 모양이 예쁘다. 항촌마을 앞에서 길은 다시 구릉을 오른다. 구릉 정상에 팔각정이 있다. 이곳에서 보는 바다는 그야말로 망망대해다. 그 망망대해를 오른편으로 끼고 길은 가천다랭이마을로 향한다. 아득한 바다 풍경 때문인지 이쪽 길에는 유달리 펜션이 많다.

펜션촌으로 이어진 길이 끝날 즈음 가천다랭이마을에 도착한다. 남해섬에서 가장 유명한 곳이라 항상 관광객들로 붐빈다. 설흘산과 응봉산 골을 따라 바닷가로 이어진 100여 층 계단식 논을 다랭이('다랑이'의 방언)라고 부른다. 독특한 풍경이기도 하지만 척박한 삶의 상징이기도 하다. 마을 안에 식당과 카페 등이 제법 들어서 있어 허기진 배를 채우고 한숨 돌릴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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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서후 기자

    • 이서후 기자
  • 문화체육부에서 문학/영화/연극/뮤지컬 등을 맡고 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