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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단 같은 모래사장에서 맨발로 걸어볼까

남해 바래길에서 사부작 (3) 1코스 마을 고샅고샅

이서후 기자 who@idomin.com 2016년 02월 12일 금요일

남해바래길 1코스 다랭이지겟길은 평산항이 있는 남해군 남면 평산1·2리 마을에서 시작해 유구마을, 사촌마을, 선구마을, 항촌마을, 가천마을 이렇게 해안마을 다섯 곳을 거친다. 이 코스에서는 바다 건너로 전라남도 여수가 코앞이다. 그만큼 여수와 관계가 깊은 지역이다. 실제 이들 마을은 20세기 초중반까지 여수 경제권에 속했다.

◇평산1·2리 마을 = 현재 평산1리 마을에 있는 평산항은 1920, 30년대 남면과 여수를 잇는 해상교통 중심이라고 기록은 전한다. 남해군 서면 서상마을과 남면 평산마을·선구마을을 돌아 여수를 오가던 객선이 있었는데 남면을 외지와 연결하는 유일한 교통수단이었다. 당시 평산항에는 남면, 서면, 고현지역 어민들을 대상으로 공판도 하고 금융 업무도 보던 서남 어민조합도 있었고, 5일장도 서서 남면 사람들의 왕래가 잦았다.

평산항

평산항은 이순신의 <난중일기>에 '평산포'라는 지명으로 자주 나온다. 수군 진지로도 중요한 곳이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군사 요충지였던 만큼 이곳에는 성이 있었다. 기록을 보면 조선 성종 21년(1490)에 경상도 평산포성(平山浦城)을 쌓았다고 했다. 현재 평산1리와 2리를 구분하는 경계가 이 평산포성이다. 하지만 지금은 성의 흔적을 거의 찾아볼 수 없다.

마을 서남쪽에는 '망날'이라 불리며 바다 쪽으로 뻗은 야트막한 등성이가 있다. 이 등성이 끝 부분에 작은 당집이 있는데, 장군당이다. 고려 후기 무신 최영 장군을 모신다고 했다. 이 망날에서 보는 노을은 운치가 깊다. 봄날, 이 낙조를 보려고 사람들이 몰려든다고 한다.

선구·항촌마을 몽돌해변

◇유구마을·사촌마을 = 유구마을은 바닷가에서 조금 먼 곳에 있다. 바래길 1코스는 유구마을로 직접 들어가지 않는다. 대신 마을이 거느린 조그만 어항과 앙증맞은 모래사장을 거친다. 모래사장은 '설징이' 해변으로 불리는데 주변으로 들이 제법 넓다. 들에서는 패총이 나왔다고 한다. 아주 오래전부터 사람이 살았다는 뜻이다. 유구마을은 너른 들판을 품고 물이 맑아 주민 70% 정도가 농사를 짓는다.

사촌마을 사촌해수욕장

1코스에서 세 번째로 만나는 사촌마을은 사촌해수욕장으로 유명하다. 모래사장은 너비가 20m, 길이가 650m 정도로 물이 맑고 수온이 적당해 해수욕을 즐기기에 좋다. 여기 모래는 가늘고 부드러운 것이 말 그대로 비단을 밟는 느낌이다. 이 모래 때문이 마을이름이 '모라치' 즉 사촌(沙村)이 됐다. 여기에다 300년 전 1720년 초에 바닷바람을 막으려 심었다는 소나무 숲이 우람하게 뻗어있어 운치를 더한다.

항촌마을 팔각정

◇선구마을·항촌마을 = 어쩌면 선구마을과 항촌마을이 1코스 풍경의 절정이겠다. 두 마을은 항아리 모양으로 해안선이 움푹 파인 몽돌해변을 공유하고 있다. 선구마을 쪽 등성이에서 항촌마을 쪽으로 바라보는 풍경도 좋고, 항촌마을 뒤편에서 선구마을 쪽으로 바라보는 풍경도 기가 막히다.

선구마을 빨래터

몽돌해변은 두 마을 경계를 이루는 암석지대를 중심으로 양쪽으로 각각 300여m씩 모두 600여m가 펼쳐져 있다. 항아리 모양 해안은 그대로 훌륭한 항구 시설이다. 그래서 옛날부터 이곳으로 배가 많이 드나들었다. 하여 옛 시절 이름이 '배구미'라고 한다. 오랜 역사를 증명하듯, 선구마을은 경남도 지정 무형문화재인 민속놀이로 유명하다. 선구 줄끗기다. 이 민속놀이는 창녕 영산줄다리기나 밀양의 게줄다리기와 비슷하다. 지금도 매년 음력 정월 보름에 재현 행사를 하고 있다고 한다.

가천마을 밥무덤
유구마을 들판

◇가천마을 = 1코스 마지막 마을인 가천마을은 아마 전국에 가장 많이 알려진 곳일 테다. 비탈을 깎아 만든 가천마을 다랑논은 국가가 지정한 유형문화재(명승)다. 가천마을에도 해안이 있지만 바위투성이여서 배를 댈 만한 곳이 없다. 그래서 가천마을 사람들은 옛날부터 주로 농사를 지었다. 다랑논에는 여름에는 벼를 키우고, 겨울에는 마늘을 심었다. 농업 현대화로 농기계가 일상화되고서도 좁고 험난한 지형 탓에 소를 몰아 논을 갈고 지게를 지고 나락을 날랐다. 1코스 명칭 다랭이지겟길도 가천마을 사람들이 지게를 지고 오가던 다랑이 논두렁을 가리킨다.

가천마을에 또 하나 유명한 것이 암수바위다. 옛 시절 마을 사람들은 바위를 미륵불로 불렀는데 지금도 매년 음력 10월 23일 마을 제사를 지낸다. 또 가천마을 한가운데에는 조그만 터에 높이 150㎝ 정도로 돌을 쌓아 만든 밥무덤이 있다. 윗부분에 널찍한 돌을 두고 그 아래 제삿밥을 둔다. 마을의 동쪽과 서쪽에도 조그만 밥무덤이 있다. 매년 음력 10월 15일 저녁에 마을 제사를 지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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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플파워 3월호에서 자세한 내용을 볼 수 있습니다.

참고문헌: 남면지(2009)·남해군지(2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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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서후 기자

    • 이서후 기자
  • 문화체육부에서 문학/영화/연극/뮤지컬 등을 맡고 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