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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아침에 도둑맞은 남해의 고탑

[남해 바래길에서 사부작] (17) 5코스 화전별곡길 마을 고샅고샅

이서후 기자 who@idomin.com 2016년 09월 02일 금요일

◇편백숲과 나비 그리고 바람

천하마을에서 시작한 5코스 화전별곡길, 초반 산길을 한 시간 걸으면 남해편백자연휴양림을 만난다. 지난 1998년 개장한 이 휴양림은 국가 직속으로 국립자연휴양소에서 관리한다. 227㏊ 깊은 편백숲 속에 야영장도 있고, 독채 통나무집도 있고, 건물식 숙소도 있다. 성수기에는 예약이 항상 넘친다. 성수기가 아니라면 바래길 5코스 숙소로 추천한다.

휴양림을 빠져나오면 곧 나비생태공원을 만난다. 지난 2006년 남해군이 51억 원을 들여 만든 곳이다. 지난 2014년부터 민간에 운영을 위탁하고 있다. 지금은 이름이 '나비 & 더 테마파크'로 바뀐 듯하다. 개인적으로 가기엔 입장료가 비싼 편이다. 하지만, 아이들이 있다면 가 볼만하다. 나비 온실과 공룡모형들이 아이들 눈요기로 딱 좋다.

나비 & 더 테마파크

이곳에서 조금만 더 가면 바람흔적미술관 입구다. 도로 아래로 향한 길을 따라가면 문득 멋진 미술관 건물이 나온다. 1996년 설치 미술가 최영호 씨가 바람을 주제로 만든 곳이다. 입구부터 대형 바람개비들이 내산저수지를 향해 돌고 있어 운치가 색다르다. 건물 자체는 단순한 구조로 별다른 장식 없이도 독특한 느낌이 드는 무료 전시 공간이다.

체력에 여유가 있으면 도로 위쪽에 만들어진 입체 전시관도 가보길 권한다. 오르내리는 길도 좋거니와 전면이 유리로 된 전시관 내부도 둘러볼 만하다.

바람흔적미술관

◇내산마을의 폐교, 봉화마을의 정자나무

바래길은 내산산촌체험마을과 봉화마을로 이어진다. 내산마을은 남해 금산에서도 깊은 골짜기에 자리 잡고 있어 내산(內山)이라고 부른다. 매년 11월 단풍이 절정일 때 열리는 '내산단풍축제'가 유명하다. 마을로 가는 도로 주변 가로수가 모두 단풍나무다. 특히 내산저수지와 어우러진 단풍이 일품일 듯하다.

폐교로 남은 내산초등학교 건물도 인상적이다. 교실 3개 정도로 보이는 이 작은 학교는 지난 1964년 개교해 420명을 졸업시키고 1994년에 폐교됐다. 세월의 흔적과 추억이 묻어나는 낡은 건물이 자꾸만 발길을 멈추게 한다. 폐교 옆 느티나무도 수령이 300년이 넘은 것으로 볼만하다.

내산마을을 지난 바래길은 봉화마을을 바라보며 걷는다. 커다란 느티나무가 마을 입구에 우뚝하다. 마을을 지키는 당산나무다. 봉화마을 사람들은 예로부터 이곳에서 제사를 지냈는데 그 정성이 깊기로 유명했다고 한다. 나무 그늘에 아담한 삼층석탑이 있다. 애초 이 삼층석탑은 '남해의 고탑(古塔)'으로 불리며 주민들이 애지중지하던 문화재였다. 하지만 지난 1982년 12월 그믐, 누군가 이 탑을 가져가 버렸다. 그래서 지금 있는 것은 마을 주민들이 애타는 마음에 새로 세운 것이다.

봉화마을 당산나무 아래 삼층석탑. 1982년 사라져 지금은 주민들이 대신 세운 석탑이 남아 있다.

◇21개의 정원 그리고 아픈 역사의 독일마을

독일마을은 이국적인 풍경으로 이름난 곳이다. 예쁜 펜션도 많고, 멋진 카페도 많다. 매년 10월 열리는 독일마을 맥주축제에는 전국에서 인파가 몰려든다.

독일마을은 애초 1960~70년대 파독 광부와 간호사들이 고국에서 노년을 보내게 하려고 마련한 곳이다. 당시 독일로 보내진 광부 8000여 명, 간호사 1만 1000여 명은 낯선 땅에서 생활비를 아껴가며 대부분 월급을 한국에 있는 가족들에게 보냈다. 이 돈이 조국 근대화에 크게 이바지했음은 물론이다. 독일에서 오랜 세월을 보내며 많은 이들이 독일인과 결혼하는 등 현지에 뿌리를 내렸다. 그들 중 일부가 고국에서 노년을 보내겠다고 남해 독일마을로 왔다. 2000년대 초반에 남해로 온 정착 1세대들이다. 더러 독일로 돌아가고, 더러 다른 곳으로 이사를 하고 했지만, 지금도 이들 1세대가 독일마을에 살고 있다. 독일마을이 그저 예쁜 관광지만이 아닌 이유가 여기에 있다. 독일마을 주차장 위쪽에 있는 남해파독전시관에 가면 젊음을 송두리째 독일에서 보낸 광부와 간호사들의 이야기를 자세히 알 수 있다.

원예예술촌은 독일마을 주차장 건너편에 있다. '21개의 개인정원에 여러분을 초대한다'는 홍보문구가 잘 설명하듯 내부는 원예인들에게 분양된 집과 그 집에 딸린 정원들로 구성됐다. 정원마다 주제가 있어 볼거리가 아기자기하다. 개인정원 외에도 공동 정원, 오솔길, 연못, 전망덱, 온실 등도 갖추고 있어 한번은 둘러볼 만하다.

◇시원하고 깊은 물건방조어부림과 남해요트학교

5코스의 끝에 물건마을이 있다. 마을 이름이 독특한데, 한자로는 물건(勿巾)이라고 쓴다. 마을 뒷산이 만물 물(勿)자 모양이고, 산으로 둘러싸인 지형 한가운데 하천이 흐르는 모양이 수건 건(巾) 자를 닮아 물건이라고 했다고 기록은 전한다. 물건마을은 천연기념물 제150호인 물건방조어부림으로 유명하다. 거센 바닷바람과 해일을 막고자 해안에 심은 나무들을 방조림(防潮林)이라고 하고, 바닷가에 그늘을 만들어 물고기들의 서식환경을 풍부하게 하려고 심은 나무들을 어부림(魚付林)이라고 한다. 물건마을 숲은 무려 '방조어부림'이다.

숲은 1600년경에 만들어졌다고 한다. 큰 나무들은 수령이 약 300년이 넘는다. 2000여 그루의 나무들이 몽돌해안을 반달모양으로 감싸고 있다. 동네 어르신들 말로는 숲 규모가 이전보다 많이 줄었다고 한다. 낮에도 하늘이 안 보일 정도로 우거졌는데, 태풍 사라(1959)와 매미(2003) 때 나무들이 많이 죽어버렸단다.

방조어부림 끝에 물건마을 어항이 있다. 그 어항의 한쪽에 남해군 요트학교가 있다. 남해군이 지난 2009년 만든 것이다. 대한요트협회 인증을 받은 지도자가 가르치는 전문 요트 교육기관이다. 지금은 요트를 배우기보다 그냥 한 번 타보려는 이들이 많은 듯하다. 그래서 현재 10인승 크루저 요트 체험 행사를 운영하고 있다. 1시간 동안 요트를 타고 주변 바다를 둘러보는 코스다. 실제 요트를 배우려는 이들은 매월 마지막 주 토요일에 열리는 교육 프로그램에 참가해보는 것도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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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서후 기자

    • 이서후 기자
  • 문화체육부에서 문학/영화/연극/뮤지컬 등을 맡고 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