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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왁자한 점심 한 끼' 격식 버렸다

본사 창간 18주년 기념식…임직원·내빈 '저널리즘·독자와 신뢰'약속

이서후 기자 who@idomin.com 2017년 05월 16일 화요일

대표이사 연설 중에도 하하 호호 왁자하게 떠듭니다. 노동조합이 신경을 써서 축하 행사를 합니다. 이벤트 중에 혼자 상황 파악 못 하는 회사 경영진에 야유를 보냅니다.

15일 오전 11시 창원시 마산회원구 아리랑관광호텔 1층 무궁화홀에서 열린 경남도민일보 창간 18주년 기념식 풍경입니다. 매년 하는 거지만 매번 이런 분위기입니다.

경남도민일보 창간 기념식은 거창한 '각계 인사'가 없습니다. 사실상 우리끼리 하는 행사입니다. 격식을 차리기보다는 그저 '조금 왁자한 점심 한 끼'라고 하는 게 적당하겠습니다. 그래도 1년에 한 번 하는 행사인 만큼 직원이 평소에 보기 어려운 사외 이사진, 논설위원, 독자모임 대표, 지국 센터장이 다 모입니다. 딱히 의전이라고 할 만한 것도 없습니다. 어른들을 앞 자리에 배치하는 정도, 대표이사가 직접 이분들을 직원에게 소개하는 정도라고 할까요.

경남도민일보 창간 18주년 기념식이 15일 오전 창원 아리랑호텔에서 열렸다. 이날 기념식에 참석한 임직원과 내빈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박일호 기자 iris15@idomin.com

즐거운 날이긴 하지만, 우리가 처한 현실 이야기가 나오면 숙연해지기도 합니다. 개혁적 정론지. 안상수 창원시장은 경남도민일보를 이렇게 표현합니다. 보수정당 출신인 안 시장이 이 정도로 말할 정도면 경남에서 이런 평가가 일반적이라고도 할 수 있겠지요. 하지만, 경남에서 개혁적 정론지로 살아남기가 쉽지 않습니다. 비판과 생존은 항상 위태위태할 정도로 엇갈립니다. 예를 들어 지역 언론에 광역자치단체는 가장 중요한 거래처입니다. 하지만, 홍준표 전 경남도지사가 재직하던 경남도는 우리에게 악몽과도 같았습니다. 정부 사업이라 어쩔 수 없이 배정하는 예산 외에 모든 사업이 끊겼습니다. 홍 전 지사 비판 보도를 지속적으로 한다는 이유였지요. 적당히 고개를 숙이고 타협할 수도 있겠지요. 하지만, 그렇게 하면 자본과 권력으로부터 독립이라는 애초 창간 취지가 사라집니다. 경남도민일보답게 신문을 만들 수 없는 거지요. 이것을 경남도민일보 구주모 대표이사는 이런 식으로 표현합니다. '그라믄 쪽팔린다이가.' '쪽팔리기 싫어서' 경제적 불이익을 감수하며 버텼습니다. 지난 9일 문재인 정부가 들어섰습니다. 그나마 불이익을 당하지 않을 가능성이 커졌다는 뜻에서 안도를 하지만, 생존 위협은 여전합니다. 우리가 종이 신문이기 때문입니다. 이날 창간 기념식에서 구 대표이사가 이런 말을 했습니다.

"신문 환경이 척박합니다. 젊은 사람은 이제 종이 신문을 보지 않습니다. 기사의 주도권은 종이 신문에서 온라인으로 넘어갔습니다. 굳이 디지털 퍼스트를 강조하지는 않지만, 온라인이라는 급격한 시대 흐름을 우리가 주도해 나가야 합니다. 다행히 우리가 생산한 콘텐츠는 온라인상으로는 상당한 위력으로 퍼지고 있습니다."

언론 주도권이 온라인으로 넘어갔지만, 우리가 끝까지 지키고 가야 할 것이 있습니다.

바로 저널리즘 정신입니다. 진실을 추구하는 일, 그리하여 독자에게 믿음직하다는 소리를 듣는 일, 이날 구 대표이사가 강조한 부분도 이것입니다.

"결국, 문제는 신뢰입니다. 거짓과 위선이 난무하는 시대에 사람들이 보여주는 묵직하고 굵직한 신뢰! 이것이 18주년을 맞은 경남도민일보가 유지해야 할 절체절명의 슬로건이 돼야 합니다."

창간 기념식에서 경남도민일보 노조가 준비한 이벤트도 결국 이 신뢰를 강조한 것이었습니다. 직원 몇 명을 앞으로 부른 다음 안대로 눈을 가리고 뒤로 넘어지게 하는 일종의 '신뢰 게임'입니다. 뒤에서 받쳐 주는 동료가 있을 것이라는 믿음이 없으면 할 수 없는 일이죠. 이승환 노조 지부장은 이런 상황을 빗대어 이렇게 표현했습니다.

"뒤로 넘어지는 사람이 경남도민일보 독자라면 뒤에서 받치는 사람이 바로 경남도민일보입니다. 우리가 과연 얼마나 독자에게 몸을 맡겨라, 믿으라 할 수 있는가 계속 고민해야 합니다. 독자들이 마음 놓고 우리에게 몸을 맡기는 그런 신문사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그래서 내년부터는 좀 더 독자에게 다가가는 창간 기념식을 해볼까 생각 중입니다. 이를테면 널찍한 야외에서 도시락을 준비하고, 지나는 이들도 아무렇게나 참여할 수 있는 그런 행사 말입니다. 그러니 내년 경남도민일보 창간 19주년 기념식을 기대해주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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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서후 기자

    • 이서후 기자
  • 국장석 기자입니다. 경남의 산 등 공공 기획. 15면/20면 지역민 참여 보도, 제휴 뉴스. 가끔 자체 기획. 한국언론진흥재단/지역신문발전위원회 업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