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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남 맛집]창원시 의창구 '모루식당'

살살 비벼 한 입 가득히…아! 일본이다
건더기 없는 일본식카레
'은은한 향·신선 재료·톡톡 밥알' 조화
따뜻한 공간, 느림의 미학 일깨우기도

이미지 기자 image@idomin.com 2017년 08월 01일 화요일

창원 '모루식당'은 일본의 한 작은 마을에서 마주한 식당같다. 하얀 타일이 발라진 반지하. '당기시오(ひく)'라고 적힌 삐걱거리는 하얀 문을 열고 들어서면 카레 향이 코를 찌른다. 튼튼해 보이는 나무로 잘 짠 테이블, 투박하지만 귀여운 의자가 곳곳에 놓여 있다. 한쪽 벽면에는 일본 요리 영화(<안경>, <리틀포레스트>, <바닷마을 다이어리>)가 소리 없이 상영된다.

왜 모루식당에서는 주문을 마친 손님들이 휴대전화를 꺼내 드는지 알겠다. 마치 일본으로 여행을 온 기분, 즐거운 상상을 하고 싶다.

김정관(33) 주인장은 지난해 겨울 모루식당을 열고 오늘의 카레와 간단한 음료를 팔고 있다.

오늘의 카레는 신선한 재료에 따라 매일 달라진다.

"소고기, 돼지고기, 병아리콩, 시금치, 치킨. 이렇게 다섯 가지가 있어요. 요일을 정해놓고 내놓는 게 아니라 그때그때 재료 사정을 고려해 메뉴를 정합니다. 그리고 매일 되는 새우크림카레가 있습니다."

시금치카레, 새우튀김 등 창원 모루식당 메뉴들.

모루식당의 메뉴는 간단하다. 오늘의 카레를 먹든지, 매일 되는 카레를 선택하든지. 아니면 둘 다 먹을 수 있는 반반카레를 주문하면 된다. 여기에다 크로켓과 치킨 가라야케, 새우튀김을 하나씩 맛볼 수 있는 정식메뉴가 있다.

취재한 날은 시금치카레였다. 넓은 접시에 하얀 밥과 연한 풀색을 띤 카레가 담겼다. 건더기가 없는 일본식 카레다. 고명으로 단호박과 방울토마토, 아스파라거스, 고구마튀김이 올려져 있다.

"가르니튀르(고명)도 직접 만듭니다. 일일이 굽고 튀기지요. 보통 연근이 올라가는데 요즘 제철이 아니에요. 그래서 고구마로 바꿨습니다."

먹기 아까울 정도로 예쁘게 담긴 카레를 숟가락으로 살살 비벼 한술 떴다. 부드럽다. 그래서 밥알이 톡톡 튄다. 은은한 카레 맛에다 느끼함을 잡는 마늘향이 입안에서 확 퍼진다. 튀김도 카레에 푹 찍어 베어먹으니 궁합이 딱 맞다.

짙은 노란색을 띤 새우크림카레도 한입 크게 먹었다. 바닷내음이 살짝 풍긴다. 건더기가 없다고 생각했는데 갑자기 오동통한 새우살이 씹힌다. 예상치 못한 만남이라 반갑다. 카레를 휘휘 저어보니 새우가 푸짐하게 들어 있다. 모루식당에서 가장 인기있는 메뉴다.

식당을 운영하는 사람들. 사진 가운데가 김정관 주인장이다. /이미지 기자

카레는 누구나 쉽게 만들지만 맛은 확연히 다르다. 주인장은 양파를 잘 쓰면 된다고 했다.

"하루에 200인분을 만드는데 그러려면 먼저 양파 40~50개를 다져서 볶아요. 양파캐러멜라이즈가 되게 2시간 정도 계속 저어줘야 해요. 그런 다음 일본카레가루와 물, 재료를 섞어 만듭니다. 우스타소스도 약간 들어갑니다. 양파를 볶고 안 볶고 차이가 크죠."

손님 중에는 이 정도 비법도 아쉬워 어떤 카레가루를 쓰는지 묻는단다. 하지만 이것만큼은 비밀이다. 이는 모루식당마다 다른 맛을 내는 이유이기도 하다.

'그릇에 가득 담다'라는 뜻을 지닌 모루(もる)식당은 부산과 통영, 구미 등에 있다. 하지만 체인점이 아니다. 부산에서 먼저 문을 연 모루식당 주인장이 식당을 열고 싶다는 지인에게 가게 이름과 콘셉트를 자유롭게 쓸 수 있도록 했단다. 김 씨도 그중 한 명이다.

반반카레정식. 다이아몬드 모양을 한 흰밥을 중심으로 왼쪽이 새우크림카레. 오른쪽이 시금치카레다.

"미국에서 7년 동안 매니저 일을 했어요. 가족이 있는 한국으로 돌아와 제 사업을 열고 싶었죠. 모루식당을 시작한 사장님이 아는 누나랍니요. 제 뜻을 잘 알죠. 부산 모루식당에서 한 달 넘게 카레를 만들고 일본에도 두어 번 왔다 갔다 했어요. 가게에 있는 일본 소품도 직접 사온 거고요. 우리 가게는 부산과 분위기가 비슷해요. 일본의 한 골목길에서 마주한 작은 식당 같죠."

창원에 연고가 없는 주인장은 여기저기 가게를 알아보던 중 창원 경남도립미술관 맞은편 골목에 매력을 느꼈다. 곰팡이가 그득했던 반지하를 핫플레이스로 만들었다. 1년이 채 안 된 가게는 대기를 해야 할 정도로 북적인다. 대부분 단골이란다.

그렇다고 주인장은 대화를 나누면서 밥을 먹고 사진을 찍으며 이 시간을 즐기는 손님을 보고 조바심을 내지 않는다. 그가 선택한 일본 영화들처럼 일상을 천천히 느리게 보내라고 말한다.

'미시오(おす)'라고 적힌 하얀 문을 열고 나서는 길. 공간이 머금은 따듯한 기운 덕에 더 맛난 한 끼다.

시금치카레.느끼함을 잡는 마늘향이 잘 느껴진다.

<메뉴 및 위치>

◇메뉴 △오늘의 특선카레(인스타그램 moru_changwon 공지) 8000원 △새우크림카레 8000원 △반반카레 9000원 △정식메뉴 2000원 추가

◇위치: 창원시 의창구 용지로 265번길 7(용호동 10-8)

◇전화: 055-606-5656(월요일 휴무)

경남도민일보 '경남맛집'은 취재 시 음식값을 모두 지불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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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4년 7월부터 지역 문화 소식을 전합니다:) 전시와 문화재, 맛이 중심입니다 깊이와 재미 둘 다 놓치지 않겠습니다:D 소통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