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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정주의 작은 영화] (5) 메리와 맥스

왕따·집안환경 불우한 8살 메리아스퍼거와 증후군 환자 44살 맥스
거리·나이 초월한 우정 이야기 "넌 나의 최고이자 유일한 친구"

시민기자 조정주 webmaster@idomin.com 2017년 08월 14일 월요일

진주시민미디어센터 독립영화관 '인디씨네' 일을 하면서, 요즘 영화와 관객의 거리에 대해 생각하는 시간이 많아졌다. 스크린과 좌석의 물리적 거리가 아닌, 영화 속 세계와 인물 그리고 그걸 지켜보는 관객 사이의 거리. 너무 가까우면 발을 디딘 현실세계를 잊어버리고, 너무 멀면 영화의 매력을 느낄 수 없어진다. 세상에서 가장 어려운 단어가 '적당히'라고 한다. 이처럼 영화와 관객 사이 거리를 '적당히' 유지하는 게 쉽지가 않다.

전에는 이렇게까지 어렵지 않았다. 마음에 드는 작품을 만나면 아낌없이 마음을 주고 주변 사람들에게 추천했다. 영화 속 세계와 인물에게 사심 없이 젖어들었다. 더 알고 싶다는 욕심, 내놓고 좋아하고 싶은 마음, 가까이 가고 싶어하는 조급함까지 사실상 사랑에 빠진 사람과 다를 바 없었다.

그러던 것이 어느 순간 '훅' 멀어졌다. 한 걸음 두 걸음 물러나 머릿속으로 혼자 중얼거리게 됐다. 우리 지역 관객들이 좋아할 만한 작품일까? 지역에서 어떤 점과 연결할 수 있을까? 영화적 완성도와 메시지를 가지고 지역 관객을 설득할 수 있을까? 인디씨네 관객들의 취향과 맞는 부분은 어느 부분이지? 스크린 속에서 튕겨 나오는 슬픔, 온전히 영화와 둘만 남을 수 없는 아쉬움 같은 것들이 공간에 들어찼다.

좋아하면서도 어떻게 좋아해야 하는지 감을 못 잡고 있던 때 <메리와 맥스>(애니메이션, 2011)를 만났다. 오스트레일리아에 사는 여덟 살 소녀 메리는 우연히 바다 건너 뉴욕에 사는 맥스에게 편지를 보내게 된다. 44살의 맥스는 갑작스러운 편지에 당황하면서도 자신이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해 답장을 하게 되고, 이후 그들은 22년이 넘는 세월동안 거리와 나이를 초월한 우정을 쌓아간다. 여기까지 보면 두 사람의 우정은 반짝이는 유리구슬 같은 동화지만 영화는 네모난 화면에 거친 돌멩이 같은 인생을 펼쳐 놓는다.

메리는 알코올 중독인 엄마와 창고에 박혀 박제에 몰두하는 아빠와 함께 살고 있다. 이마에 있는 점 때문에 학교에서 친구들에게 놀림을 당하는 메리에게 온전한 애정을 주는 곳은 없다. 미국에 사는 맥스는 심각한 비만 체형에 다른 사람의 마음이나 분위기를 읽지 못하는 아스퍼거 증후군 환자다. 꾸준히 기르는 금붕어 '헨리'와 달콤한 초콜릿, 이웃집 할머니가 곁에 있는 전부다. 어둡고 우울한 배경이다. 세피아와 흑백 톤의 화면도 갑갑하다. 그 안에서 움직이는 클레이(진흙) 인형들도 예쁘거나 귀엽지 않은데 어째 그들의 세상에 점점 빨려 들어간다. 분명히 멀리서 화면을 보고 있었는데 오해로 멀어졌다가 용서로 다시 가까워지는 두 사람이 옆에 서 있었다. 영화가 끝날 때는 메리 혹은 맥스의 눈으로 상대를 보고 있었다. 스크린 밖에서 안으로 들어가게 되는 놀라운 경험이었다.

아담 엘리엇 감독은 실제로 자신이 20년간 편지를 주고받은 펜팔 친구 맥스를 주인공으로 시나리오를 썼다고 한다. 오랜 시간을 보내면서 봐온 친구의 모습과 소외당하고 불안하게 살아가는 주변 인물들에게서 발견한 것들을 클레이 인형에 담아냈다. 덕분에 메리와 맥스는 우리 주변에 실재하는 누군가 혹은 영화를 보는 관객 자신이 된다. 울퉁불퉁한 내면, 복잡다단한 감정, 완벽하지 않은 관계들이 마치 나의 것처럼 느껴지는 순간의 울림을 잊을 수가 없다.

"내가 널 용서하는 이유는 넌 완벽하지 않기 때문이야. 하지만, 우린 친구를 선택할 수 있어. 넌 나의 최고의 친구고 유일한 친구야."

맥스는 자신에게 큰 실수를 한 메리를 용서하며 말했다. 완벽하지 않은 서로 사랑으로 이해하고, 진심 어린 마음으로 보내는 응원은 화면 바깥의 관객에게도 전달됐다. 많은 사람이 이 대사를 최고의 대사로 꼽는 이유가 여기 있다. 같은 이유로 맥스의 응원에 그간 잰걸음으로 재 오던 영화와의 거리를 잊기로 했다. 관객의 입장이 된다고 해서 불완전한 극장 관계자가 되는 것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뭐, 자기 취향으로 영화를 품는 영화관 관계자가 되면 또 어떠랴 싶었다. 아담 엘리엇의 전작 <하비 크럼펫>(2003)도 찾아봤다. 주인공 하비의 일생을 보여주는 20여 분 역시 어둡고 비극적이다. 아담 엘리엇 감독은 <하비 크럼펫>에 이어 <어니 비스켓>(2015)을 발표하고, 단편 3부작 마무리 짓는 마지막 편을 작업 중이라 한다. 언젠가 무심하게 다가올 그의 위로와 응원이 기다려진다.

/시민기자 조정주(진주시민미디어센터)

※ 이 취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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