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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산·창원·진해 잇는 '환상적' 산 줄기 라인

[경남의 산] (19) 창원
대곡산부터 천자봉까지 도심 둘러싼 원형 산지
칼데라 지형과 유사 그 중심은 진해 장복산

이서후 기자 who@idomin.com 2017년 09월 01일 금요일

포털 사이트 지도 서비스에서 창원시 주변 위성 지도를 살펴보자. 마산, 진해를 포함해 창원 도심을 둥그렇게 둘러싼 산이 보일 것이다. 대곡산(517m)에서 시작해 시계방향으로 무학산(761m), 천주산(639m), 구룡산(432m), 정병산(566m), 대암산(675m), 불모산(801m), 웅산(710m), 천자봉(506m)으로 이어지는 거대한 원형 산지. 그리고 그 원 가운데 장복산(593m)이 있다. 이른바 마산-창원-진해 환상구조다. 

창원 주변 지형을 눈여겨본 연구자들이 붙인 이름이다. 환상구조는 산지가 고리모양으로 분지를 둘러싼 것을 말한다. 이는 칼데라(caldera) 지형과 거의 비슷하다. 화산활동으로 마그마가 빠져나간 이후 분화구 주변 땅속이 비면서 넓게 푹 꺼지는 경우가 있다. 이렇게 형성된 냄비 같은 분지가 칼데라다. 마산-창원-진해 환상구조 역시 백악기 창원 도심에서 엄청난 화산 활동이 있었다는 걸 증명한다는 게 연구자의 생각이다. 물론 현재 이 지역을 칼데라라고 부르기는 애매하다. 단층운동과 침식 등 다양한 지질활동을 통해 지금 같은 모습이 됐기 때문이다. 하지만, 백악기 창원지역 주요 산줄기를 형성한 거대한 화산활동을 상상해보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흥미 있는 가설이다.

창원 의창구 서상동 남산공원에서 본 천주산과 구룡산. /유은상 기자

◇창원 분지를 둘러싼 전단산맥

환상구조에서 가장 넓은 부분을 차지하는 게 창원 분지다. 이곳의 중심 산은 경남도청, 경남도의회, 경남지방경찰청 등 주요기관을 산자락 아래 펼쳐둔 정병산이다. 조선시대에는 전단산, 그냥 단산이라고도 했다. 조선 지리서에 빠지지 않고 이름이 나오는 것으로 봐서 옛 사람도 중요하게 생각했던 것 같다. 정병산을 중심으로 양쪽으로 길쭉한 뻗은 지맥을 전단산맥이라 한다.

정병산은 한자로 '精屛山' 혹은 '精兵山'이라 쓴다. 하지만, 한자 자체에서 지명 유래를 찾기는 어렵다. 연구자들은 '징산, 징빙산'이란 순 우리말 지명을 한자로 옮긴 것으로 본다. 이는 정병산 북쪽 창원시 의창구 동읍 자여마을 사람들이 예로부터 이 산을 부르던 이름이다. 천지개벽 때 산 정상에 징 하나 올릴 공간만 남고 다 물에 잠겼다는 설화에서 유래했다. 정병산을 부르는 다른 이름으로 수리봉이 있다. 수리란 말에는 '위, 높다'는 뜻이 들어 있다. 이를 한자로 옮길 때 주로 시루 증(甑)자를 썼다고 한다. 경상도 사투리는 '증'자를 '징'에 가깝게 발음한다. 그래서 수리봉은 증산 혹은 증봉 표기되었고 실제 징빙, 징산으로 불렸다는 해석이다. 어쨌거나 정병산은 '높은 산'이란 뜻이다.

정병산은 유독 군대와 인연이 많다. 고려 충렬왕 때 고려와 원나라 연합군 10만이 일본 정벌을 하려고 마산, 창원 일대에 주둔했는데, 정병산에서 훈련을 했다고 한다. 일제강점기에는 일본군이 야포 훈련을 하기도 했다. 한국전쟁 때는 미군이 방위선을 구축했고, 한때 해병대 훈련장도 이곳에 있었다.

정병산 호랑이 전설을 주제로 한 이성륙 작가의 작품. /이성륙 작가

정병산에는 효자 호랑이 전설이 있다. 옛날 동읍 자여마을에 성이 구 씨인 젊은이가 동네에서 효자로 소문이 자자했다. 하지만, 집이 가난해 날로 병세가 깊어가는 어머니께 해줄 게 없었다. 그래서 정병산 중턱 바위굴에서 산신에게 어머니를 도와달라고 간절하게 빌었다. 지극한 기도에 산신령이 나타나 책을 하나 건넸다. 책에 나온 주문을 외면 호랑이로 변하는데, 고라니 열 마리를 잡아 어머니께 고아 드리면 좋아질 것이라 했다. 그리고 다시 책에 나온 주문을 외면 사람으로 돌아올 수 있었다. 하지만, 남편이 무서운 호랑이로 변하는 데 기겁을 한 아내가 그 책을 아궁이에 넣고 불살라 버렸다. 효자 고 씨는 결국 사람으로 돌아오지 못하고 정병산 바위굴 앞 호랑이 바위로 남았다는 이야기다.

◇청룡산맥과 옛 진산

정병산을 중심으로 한 전단산맥 동쪽은 구룡산(九龍山)으로 이어진다. 산 이름은 산 등성이 9개가 용처럼 보인대서 유래했다. 옛 이름은 염산(簾山)이었는데 산세가 발을 두른 듯 펼쳐진 모습에서 유래했다. 구룡산 역시 옛 문헌에 자주 등장할 만큼 중요한 산이었다.

구룡산에서 연결되는 게 옛 창원 고을의 진산(鎭山, 나라가 지정한 고을을 수호하는 산)으로 추정되는 천주산이다. 창원(昌原)이란 지명은 조선 태종 때 의창(義昌) 고을과 회원(會原) 고을을 합쳐 만든 것이다. 지금도 창원시 의창구과 마산회원구로 옛 지명이 남았다. 창원 고을의 중심이 되는 읍치(邑治)는 현재 창원시 의창구 서상동 일대다.

천주산은 함안군 칠원면 작대산(687m)과 한 줄기다. 작대산은 옛 칠원 고을의 진산이다. 천주산과 작대산은 지금은 따로 불리지만 조선시대에는 따로 구분하지 않은 것 같다. 천주산의 옛 이름이 청룡산(靑龍山), 첨산, 담산(擔山), 작대산(爵大山) 등인데, 이들이 한 문헌에 서로 다른 산으로 동시에 등장하기도 했다. 창원시 서상동에 있는 남산공원에 올라 천주산 쪽을 바라보면 옛 창원 고을이 어떻게 자리 잡고 있었을지 상상할 수 있다.

마창대교에서 본 합포만과 무학산./유은상 기자

천주산을 중심으로 이뤄진 지맥을 청룡산맥이라 한다. 청룡산맥은 창원 분지를 서쪽에서 감싸고 있다. 청룡산맥은 남쪽으로 무학산(舞鶴山)과 연결된다. 무학산은 백두대간 낙남정맥의 최고봉으로 이견 없는 옛 마산시의 대표 산이다. 남쪽으로 만날고개가 있는 대곡산(517m)으로 이어지고, 여기에서 다시 대산(726m), 광려산(723m), 봉화산(388m) 등으로 연결된다. 무학산의 옛 이름은 두척산(斗尺山). 조선시대 마산 지역에 조창이 있었는데, 말(斗), 척(尺)은 쌀과 관련된 단위다. 무학산이란 이름은 신라 말 최치원(857~?)이 학이 날개를 펴고 춤추는 것 같다고 해서 붙였다고 전한다.

창원시 마산합포구 진동면, 진북면, 진전면을 아울러 '삼진'이라 부른다. 이곳은 조선시대 진해(鎭海) 고을이 있던 곳이다. 지금 창원시 진해구와 이름이 같지만, 아무 관련이 없다. 진해 고을 관아가 있는 읍치는 현재 진동면 진동리 일대에 있었다. 이 고을의 진산은 취산(鷲山)이다. 지금 진동면 교동리 마산향교를 품은 수리봉(405m)을 말한다.

마산합포구 진동면에 있는 수리봉. 옛 진해현의 진산이다./유은상 기자

정병산이 속한 전단산맥은 동남쪽으로 대암산, 불모산, 웅산을 통해 진해로 연결된다. 불모산과 웅산 사이에서 서쪽으로 길게 뻗어나간 장복산(593m)은 마산-창원-진해 환상구조의 중심이다. 북쪽으로는 창원 분지를 감싸고 남쪽으로 진해만을 굽어본다. 삼한시대 장복(長福)이라는 사람이 이 산에는 무예를 익혔다는 전설에서 지명이 유래했다. 혹은 장(長)이란 글자가 중심을 뜻하는 '알, 얼'을 한자로 표현한 것으로 보고 '중심 산'이라는 뜻이라고 보기도 한다. 이는 마산, 창원, 진해 전체를 하나의 환상구조로 보는 시각과 비슷하다.

웅산(熊山)은 옛 웅천 고을의 진산이다. 웅천 고을은 현 진해구와 부산 가덕도까지를 포함했다. 현재 진해 도심은 일제 강점기에 조성된 것이고 원래 읍치는 진해구 웅천동 일대였다. 웅천왜성이 있는 산을 남산(南山·185m)이라고 하는 것도 옛 읍치의 남쪽에 있었던 까닭이다. 웅산은 순 우리말로 곰뫼(곰메)다. 시루봉 정상에 우뚝한 바위를 '곰메 바위'라 하는데 곰이 하늘을 향해 울부짖는 것 같다고 해서 붙은 이름이다. 이 바위에서 산 이름이 나왔다. 이후 시루떡처럼 생겼대서 시루봉이라고 부르지만 옛 사람들의 마음을 담아 '곰 바위'로 부르는 게 더 좋을 듯 하다. 곰 바위는 한눈에 봐도 꽤 영험한 모양이다. 신라시대부터 이곳에서 제사를 지냈다는 기록이 있다. 조선 말기 명성 황후가 순종을 낳고 세자의 무병장수를 비는 백일기도를 이곳에서 올렸다고 한다.

[참고문헌]

<창원 시사>(창원시사편찬위원회, 1997)

<창원 도호부 권역 지명 연구>(민긍기, 경인문화사, 2000) 

<마산-창원-진해 환상지형에 대한 고찰 : 지질과 환상구조를 중심으로>(정윤기, 국립중앙과학관, 2003) 

<진해시사>(진해시사편찬위원회, 2006) 

<위성에서 본 한국의 산지지형>(지광훈 외, 한국지질자원연구원, 2009) 

<창원 600년사>(창원문화원, 2009) 

<마산시사>(마산시사편찬위원회, 2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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