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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보기] (15) 함안 칠원읍

'이인좌의 난'평정 주재성 선생
속세에 연연 않고 자연에 묻혀
'무기연당'보며 선비정신 발견
나환자 평생 함께한 손양원 목사
아들 죽인 원수 양아들로 삼기도
'기념관·생가'서 순교정신 접해

최환석 기자 che@idomin.com 2017년 09월 08일 금요일

주객이 전도했다는 말이 맞겠다.

함안군 칠원읍 무기마을은 공장 사이에 끼어 숨을 쉬기 어려운 모양새다. 마을 앞을 지나는 도로는 대형 화물차가 점령했다.

분명히 들어서기는 마을이 먼저고, 공장이 나중인데 말이다.

마을회관 뒤를 돌아 골목을 따라 조금 들어가자 인상부터 남다른 고택이 나온다.

붉은 정려로 장식한 솟을삼문이 시선을 사로잡는다. 경상남도 민속문화재 제10호 '주씨 고가'다.

국담 주재성(1681~1743) 생가인 이곳은 정려가 두 개다.

각각 국담의 충성에 내려진 '충신 정려'와 아들 주도복 효행에 내려진 '효자 정려'다. 이를 함께 '충효쌍정려문'이라 부른다.

▲ 산돌 손양원 목사 기념관 모습. 생가 마루에 놓인 손 목사 동상은 글을 읽는 형상이다. /최환석 기자

국담 이후 주씨 종가인 고택은 대문채와 더불어 사랑채인 감은재, 살림집인 안채, 사당인 불조묘 등으로 이뤄졌다.

불조묘는 '영원히 위패를 옮기지 마라'는 뜻.

영조가 '이인좌의 난'을 평정한 국담 공을 인정하여 기제사를 영구히 받들라는 명을 내려서다.

정려문을 지나 오른쪽으로 난 한서문을 지나면 다시 널찍한 공간이 등장하고, 가운데는 연못이 차지한다.

연못 둘레는 이중 석축으로 쌓았다. 가운데에는 산을 본뜬 작은 섬을 놓았다.

연못 이름은 국담이다. 주재성이 지어 또한 자신의 호로 삼은 이름이다.

오른쪽으로 하환정과 풍욕루가 보이고, 왼쪽으로는 1971년 지은 충효사와 영정각이 있다.

▲ 무기연당과 충효사./최환석 기자

이들이 한데 모인 정원이 바로 국가민속문화재 제208호 '무기연당'이다.

정원은 자연을 소박하게 옮겨놓은 모습이다. 위세 없이 아늑하다.

주씨 고가 정려문이 굳게 잠겨 주인장에게 전화를 건다. 산을 오르고 있다 하여 양해를 구하고는 담장 너머로 무기연당을 감상한다.

대형 화물차가 아슬아슬하게 비켜 달리는 도로를 따라 읍내로 향한다.

목적지로 향하는 길에 칠원초등학교를 지난다. 담벼락 한 곳에 색이 바랜 안내판이 하나 섰다.

조선 성종 23년(1492) 11월에 축조한 칠원읍성을 소개하는 내용이다.

높이 11자(3.33m가량), 둘레 1600여 자(484m가량)에 옹성이 여섯, 우물이 하나, 연못이 하나였다는 옛 기록이 성 규모를 가늠케 한다.

지금은 체성벽 일부만 남아 초등학교 담장 역할을 한다. 볼품없고 쓸쓸한 모습이 못내 아쉽다.

칠원읍사무소를 지나 훤칠한 칠원교회 건물 뒤로 들어서자 전체를 노출 콘크리트로 마감한 '산돌 손양원 목사 기념관'이 나온다.

함안 출신 손 목사는 일제강점기 신사참배 강요를 거부하여 6년 옥고를 치렀다. 해방 이후에는 소록도 애양원에서 나환자와 함께한다.

▲ 무기마을 입구./최환석 기자

아들을 죽인 원수를 양아들로 삼았고, 6·25전쟁이 터졌음에도 환자를 두고 떠나지 않겠다며 곁을 지키다 결국 목숨까지 잃게 된다.

손 목사 순교 후 안용준 목사가 <사랑의 원자탄>이라는 책으로 그를 기록했고, 책 이름은 그의 애칭이 된다.

원자탄이 터지는 모습을 형상화했다는 기념관 내부는 손 목사 일생을 잘 기록했다.

기념관 바깥 정원에는 손 목사 생가를 살려뒀다. 우물 하나까지 제자리에 있는 모습이 꼭 보존과 기록은 이렇게 하라고 가르치는 듯하다.

▲ 칠원초등학교 담장 역할을 하는 칠원읍성 체성벽 일부./최환석 기자

뱀발로, 이날 기자가 걸은 길은 뚜벅이 입장에선 매우 불친절하다. 걷기엔 위험하니 반드시 차로 이동하길 권한다.

또한 주씨 고가는 현재 소유주가 함안군청과의 불화로 개방을 허락하지 않고 있으니 참고하자.

이날 걸은 거리 3.5㎞. 6109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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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환석 기자

    • 최환석 기자
  • 문화부. 공연, 문화정책 담당. 레져도 함께. 제보/피드백 010-8994-43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