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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년 만에 40억 빚더미…피눈물 흘리는 협력사

[조선소 사내 하청업체-우리는 이렇게 망했다] (1)사내 협력사 전 대표 이야기
대우조선해양 퇴직 후 사내 협력업체 인수
"원청 기성금 정산에 인건비 제대로 안 쳐줘 적자 떠안을 수밖에"

이시우 기자 hbjunsa@idomin.com 2017년 09월 14일 목요일

조선업체가 많은 거제·통영·고성 담당 고용노동부 통영지청에 접수된 2015년 체당금 합계는 86억 원, 2016년에는 296억 원으로 3.4배나 늘었다. 올해 6월 말까지 약 85억 4900만 원이다. 체당금 증가는 그만큼 어려움에 부닥쳤거나 파산한 사업주가 많고 일자리를 잃은 노동자도 늘어났다는 뜻이다. 국내 대형 조선해양 3사 위기는 곧바로 사내 협력사 몰락과 이들 업체 인력 감축으로 이어졌다. 대우조선해양에서 일해온 사내 협력사 대표 6명은 원청사의 불공정한 거래로 빚더미에 앉고 신용불량자로 전락했다며 지난해 하반기부터 대책위를 꾸려 활동하고 있다. 이들이 밝히는 조선소 사내 하청업체(협력사)가 겪는 실상과 적나라한 원-하청 관계를 3회에 걸쳐 살펴본다. /편집자 주

"30년 넘게 일한 직장에서 어렵게 퇴직을 결심하고 사내 협력사를 인수했습니다. 채 3년이 되지 않아 결국 빚만 41억 원을 지게 됐죠. 30년 넘게 몸바쳤던 회사가 어떻게 이럴 수 있죠?"

지난 7월 말 처음 만난 대우조선해양 사내 협력업체였던 ㅎ 사 대표 박종훈(가명·49) 씨는 울분을 참지 못하고 굵은 눈물방울을 보였다. 30년 넘게 일했던 '내 직장' 대우조선해양은 사내 협력사 대표로 일한 2년 11개월 만에 그에게 분노의 대상이 됐다. 2016년 8월 말 폐업한 박 씨에게 어떤 일이 있었을까?

◇30년 근무 직장 퇴직 후 사내협력사 인수 = 박 씨는 대구의 한 직업훈련소를 수료하고 1985년 만 17세 나이로 대우조선에 입사했다. 현장직으로 일하다가 1988년 산업재해 사고가 났다. 1990년 회사에 복귀했을 때는 현장직이지만 사무실에서 일할 수 있는 의장 기사보로 근무했다. 1996년에는 현장직에서 관리직으로 직종이 전환됐다. 20년 넘게 관리직을 하며 선행의장 파트장(차장)을 하던 2013년 그는 고민에 빠졌다. 관리직치고는 학력 등 이른바 '스펙'이 다소 달리고 끌어주는 내부 인맥도 없으니 승진이 쉽지 않아 보였다. 당시 회사 의사결정 구조에 회의를 느꼈던 상황도 겹쳤다. 박 씨는 그간 경험을 살리면 빚은 지지 않을 정도로 운영할 수 있겠다고 여기고 회사 생활을 접고 2013년 10월 선행의장 협력사 한 곳을 인수했다. 인수비용은 약 4억 원, 직원은 187명이었다.

직원은 평균 250명 전후였다. 폐업 때는 120명까지 줄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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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수 1년 만에 적자 쌓이기 시작 = ㅎ 사는 조선소 내 공정 중 '선행의장'을 맡았고, 그중에서도 해양플랜트 관철(철제 배관과 의장 조립) 업무를 주로 했다. '선행 공정'은 독 작업 전에 선박에 필요한 구조물을 미리 육상 공장에서 만드는 것이다. '의장'이란 선체를 제외한 배에 들어가는 모든 시설물을 이른다.

적자는 사업 1년도 되지 않은 2014년 7월 시작됐다. 이때는 대우조선이 해양플랜트를 집중 건조할 때였다. ㅎ 사 전체 물량의 70% 이상이 해양플랜트 분야였다.

해양 분야는 티그 등 특수 용접이 많아 고인건비의 특수용접사가 많이 필요했다. 특수용접사 인건비는 다른 인력보다 평균 1.3∼1.4배 높았다. 하지만, 원청사 기성금 정산에서 이런 점은 별로 반영되지 않았다. 특히 해양 분야 물량이 집중된 2014년 10월부터 2015년 사이 원청사에서는 해양 인력과 티그 용접 인력을 확보한 만큼 기성금을 더 주겠다고 박 씨에게 말했지만 10개월간 고액 인력 투입에 원청사는 겨우 2개월간 이를 반영해주었다고 박 씨는 주장했다. 이 시기 평균 월 1억∼2억 원의 적자가 났다.

◇적자 떠안기는 기성금 계산법 = 여기에 대우조선해양만의 독특한 기성금 정산법은 사내 하청입체가 적자를 면하기 어려운 구조를 만든다고 했다. 보통 단순 임가공업을 하는 사내 협력사 기성금은 '시간당 단가 × 투입 시수(맨 아워, 실 작업시간×투입인력)'로 이뤄지는 단순한 형태다. 그런데 대우조선해양은 여기에 투입 시수가 아닌 '맨 아워-잡(Man hour-job)'이라는 '상응 시수'를 부여한다. 시간당 단가에 상응 시수/투입 시수를 곱해야 실제 기성금이다. 상응 시수/투입 시수를 '능률'이라고 한다. 기성금은 '임금 + 안전 장구 구입비 + 피복비 + 4대 보험 + 퇴직금 충당금(퇴직 연금) + 상여금 + 휴가비 + 대표 임금 + 회사 이익금(평균 3∼4%) + 부가가치세 등 국세 + 지방세' 등이 다 포함돼 있다. 실제 기성금을 받을 때 이 능률을 따지는데, 평균 60∼65% 전후라고 했다. 즉 실제 투입 시수의 60∼65% 정도만 단가로 쳐서 기성금을 주는 것이다.

박 씨는 "원청사 스스로 전체 기성금의 75%가 인건비로 나가면 사내 협력사 손익분기점은 된다고 한다. 그런데 해양플랜트 물량이 많았던 2014년 7월부터 2015년까지 인건비 비중은 80∼85%에 육박했다. 기성금 능률은 겨우 59∼65%밖에 쳐주지 않으니 적자를 볼 수밖에 없는 구조였다"고 말했다. 이어 박 씨는 "통합생산작업관리시스템으로 사내 협력사의 작업 실적과 공정률, 하루 근무 인원과 근무시간을 다 볼 수 있는데, 비슷한 공정의 사내 협력사 대부분 59∼65% 수준으로 능률을 일괄 맞춰줬다. 원청사에서 생산에 투입할 돈을 정하고 여기에 맞춰 협력사에 기성금을 나눠준 구조"라고 덧붙였다. 사업을 접을 땐 능률이 25%밖에 되지 않았다.

여기에 야간근로 때는 직원에게 시급을 150%를 줘야 하는데, 원청사에서는 단가의 128%만 인정해줬다. 단가계약서상 128%로 된 야간 할증조차 받은 적이 없다는 다른 사내 협력사도 적지 않았다. 휴일 근로 때는 따로 단가를 높여 주지도 않았다고 한다. 협력사 직원은 휴일근로와 초과근로를 많이 하면 그만큼 돈을 더 벌지만 사내 협력사 대표는 원청사가 일한 만큼 단가를 쳐주지 않으니 초과·야간·휴일근로가 많을수록 마이너스가 되는 구조라고도 했다.

◇신용불량자 전락 40억 빚더미 = 박 씨 집은 경매로 넘어가고, 시가 15억 원 수준의 빌딩 한 채에도 20억 원의 근저당이 설정돼 있다. 박 씨는 결국 신용불량자 처지로 나앉았다. 빚 41억 원은 해결하지 못했고, 두 딸은 대학을 휴학하고 부인은 화장품 판매 일을 하고 있다. 그는 최근 대구에서 지인이 하는 공사 현장 일을 돕고 있다. 대우조선해양 피해업체 대책위 활동을 하며 대우조선에 별도 민사소송(일부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했고, 조만간 공정거래위에도 제소할 예정이다.

박 씨는 "'잘나갈 때는 잘 벌고서 뒤늦게 적자가 좀 났다고 살려달라는 것 아니냐'며 저희를 고깝게 보는 일부 시선을 모르지 않는다. 하지만, 2013년 전후 해양플랜트를 맡은 업체 상당수가 저처럼 적자에 허덕였다. 애초 불공정한 계약에서 비롯한 '예정된 적자'였다"며 "국내 굴지 조선업체의 배와 해양플랜트는 이렇게 사내 협력사 대표와 직원들의 피눈물로 만들어진다는 점을 알리고 싶다"며 긴 한숨을 내쉬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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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시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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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직전 자치행정1부(정치부) 도의회.정당 담당 기자로 일하다가 최근 경제부 (옛 창원지역) 대기업/창원상의/중소기업청 경남지역본부/한국산업단지공단 경남지역본부 등을 맡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