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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예술인] 프로젝션 아티스트 박상현

과학과 예술의 만남, 틀에 박힌 형태서 벗어나
프로젝터로 '빛' 쏘아 영상 보여주고 다양한 연주 들려줘
밤 9시 계곡 등 게릴라 방식…콘서트·디지털앨범 발매도

문정민 기자 minss@idomin.com 2017년 11월 16일 목요일

어둠이 낮게 깔린 실내 공간. 하얀 벽면에 검은빛이 흐릿하게 물든다. 미세한 입자의 흔들림에 흰색 선들이 기묘하게 그려진다. 움직임이 커지자 이미지가 환영처럼 펼쳐진다. 주변에서 흘러나오는 소리도 포착해 입체적 모양으로 형성된다. 마치 살아 숨 쉬는 듯. 특수효과가 입혀진 뮤직비디오 한 장면 같다.

"빛을 통해 시각적 이미지를 연출하고 다양한 느낌을 바탕으로 음악을 연주해요."

영상이 번진 벽면에 검은 그림자를 드리운 박상현(38) 씨. 프로젝션 아트 작가로 활동하는 그는 프로젝터로 빛을 쏘아 영상을 투사하는 예술가다. 프로젝션 아트는 다양한 매체를 미술에 도입한 미디어아트의 한 분야다.

프로젝션 아트 '영혼의 소리' 게릴라 전시를 펼치는 박상현 작가. /문정민 기자

박 작가는 프로젝트명 '18K'로 활동하고 있다. 8K는 디스플레이 초고해상도를 말하며, 10은 세상의 모든 것이 입자가 아닌 끈으로 이뤄져 있다는 '초끈이론'에 입각했다. 즉 '끈이론'이 존재하는 10차원을 뜻한다. 풀이하자면 '18K'는 10차원처럼 보이지 않고, 알지 못하는 세계를 8K와 같이 선명하게 표현하고자 하는 의지를 담았다.

박 작가는 지난 8일부터 '영혼의 소리' 전시를 진행하고 있다. 날짜와 장소, 시간을 미리 예측할 수 없는 게릴라 형태다. 그저 마음이 닿는 곳을 찾아 빛을 쏘고 영상을 펼치며 음악을 연주한다.

전시 첫날이 펼쳐진 곳은 다름 아닌 창원시 의창구 천주산 계곡. 어둠을 배경으로 빛을 투사해야 하는 특성상 밤 9시에야 이뤄졌다. 숲을 이룬 나무를 향해 쏘아진 빛은 몽환적으로 녹아들었다.

프로젝션 아트. 영상은 오직 흑백의 조화로 채워진다. 우리 눈으로 보이는 모든 형태에 의문을 던지는 것이다. 컬러만이 실체의 다가 아니라는, 관념적인 시각의 틀을 깨는 시도이기도 하다. /문정민 기자

작품 '영혼의 소리' 기획 의도는 자아가 의식하지 못하는 혼의 기운과 소리를 4차원의 세계에서 마주하고자 하는 데서 비롯됐다. 쉽게 말해 인간이 시각이나 청각으로 받아들이는 모든 정보를 디지털 매체로 재해석해서 발현하는 것. 이를 통해 또 다른 세계를 경험하고 새로운 시각을 발굴할 기회를 제공한다. 박 작가 프로젝트명처럼 미지의 영역, 드러나지 않는 무엇을 밖으로 꺼내 표현하고자 하는 의도와 맞닿는다.

영상은 오직 흑백의 조화로 채워진다. 우리 눈으로 보이는 모든 형태에 의문을 던지는 것이다. 컬러만이 실체의 다가 아니라는, 관념적인 시각의 틀을 깨는 시도이기도 하다.

박상현 작가 프로젝션 아트의 하나. /문정민 기자

실용음악과에서 컴퓨터 음악을 공부한 박 작가는 작곡부터 편집, 믹싱, 마스터링 등 음원을 만드는 기술을 섭렵한 덕분에 기계와 프로그램을 이용한 다양한 연주가 가능하다. 게다가 프로젝션 아트를 구현하기 위한 필요불가결한 요소인 그래픽디자인까지 다방면으로 활용할 줄 안다.

이러한 과학적 요소와 융복합한 예술을 통해 박 작가는 궁극적으로 관객과 보이지 않는 벽을 허물고자 한다.

의외의 장소, 예기치 못한 시간에 그의 전시가 이뤄지는 이유이기도 하다. 규정되고 형식에 박힌 형태를 벗어나 언제 어디서든 관객과 소통하고 그들 머리와 가슴에 여운처럼 작품이 남길 바란다.

프로젝션 아트 장비. 과학적 요소와 융복합한 예술을 통해 박 작가는 궁극적으로 관객과 보이지 않는 벽을 허물고자 한다. /박상현

"관객들 움직임과 손짓을 인식해 영상이 춤을 추듯 움직여요. 관객이 순간적이나마 창작에 참여해 작품의 일부가 되는 경험을 할 수 있어요. 한마디로 컬래버레이션을 하는 거죠."

박 작가는 지난 6월 씨네아트 리좀에서 '꿈'이란 이름으로 힐링 콘서트를 기획하기도 했다. 수많은 고민과 연구 끝에 풍경 소리를 각색한 뉴에이지 음악을 탄생시켰다. 영상을 최소화한 초저음대 소리에 귀를 기울이다 보면 어느새 마음은 평온해지고 고요히 가라앉는다. 이를 계기로 <더 드림>이란 디지털앨범도 발매했다.

문화예술 공연 기획자로 1인 기업 '천둥소리'를 운영하기도 하는 박 작가. 사실 그는 고가 장비와 사업으로 경제적으로 어려움을 겪으며 예술 활동을 영위하고 있다.

지난 6월 리좀에서 진행된 '꿈' 힐링 콘서트. /박상현

한집안의 가장이기도 한 그는 현실과 이상 사이에서 적지 않은 고민을 하며 갈등의 시기를 겪기도 했다. 어려운 환경 속에서 몇 번이고 예술가로서 삶을 포기할까도 했다. 그때마다 운명처럼 다시 찾았다. 빛과 영상 그리고 소리를.

자신이 추구하는 예술과 과학의 경계를 허물고, 관객과 함께 어우러지는 가치가 언젠가 통하리라는 것을 믿는다. 그리하면 언젠가 빛처럼 빛나는 순간이 올 것이라는 것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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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정민 기자

    • 문정민 기자
  • 문화부 연극, 문학, 영화 담당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