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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로왕·허왕후에 가려져 있던 '이야기 속을 걷다'

[우리 고장 역사문화탐방] (7) 김해
율하유적공원 고인돌·장방리 억새집…구석구석 살펴보며 '특별한 시간여행'
고 노무현 대통령 묘역에 들러 헌화도

김훤주 기자 pole@idomin.com 2017년 12월 22일 금요일

김해 하면 사람들은 대부분 김수로와 허황옥을 바로 떠올린다. 가락국(또는 금관가야) 이야기와 고분군 유물·유적이 중심을 차지한다. 그러다 보니 마치 김수로와 가락국이 김해 역사에서 거의 전체인 양 착각하게 한다. 하지만 그렇지 않다. 이를 알려주는 유적이 율하마을 일대 고인돌이다. 율하유적전시관과 유적공원으로 잘 갈무리되어 있다. 김수로는 철기시대 인물이다. 고인돌은 그보다 앞선 청동기시대 무덤이다. 김수로 이전에도 사람이 살고 있었던 것이다.

학생들은 여기에 오면 말로만 듣고 책으로만 보던 고인돌을 아래에서 위까지 생생하게 체험할 수 있다. 전시관 안에는 고인돌의 구조를 제대로 보여주는 무덤이 있다. 일부러 만든 모형이 아니라 원래 그 자리에 있던 실물이다. 발굴을 한 다음 전체 모양을 알 수 있도록 열어놓았다. 학생들은 고인돌을 만드는 방법과 순서를 손쉽게 짐작해 보게 된다. 바깥으로 나가면 크고 작은 고인돌이 곳곳에 널려 있다. 어떤 것은 아기도 묻지 못할 정도로 조그맣고 어떤 것은 어른 둘이 들어가고도 남을 정도로 커다랗다. 고인돌은 당시 권력층·지배층만 쓸 수 있었으리라는 생각에 금이 간다.

아이들이 율하유적공원에서 어린아이를 묻었을 법한 청동기시대 조그만 무덤을 살펴보고 있다.

다만, 지배하던 권력층은 무덤 영역이 널찍하고 덮개돌이 컸을 따름이다. 그렇지 못한 이들은 조그만 영역에 조그만 덮개돌을 얹었다. 덮개돌은 바로 보기만 해도 규모를 알 수 있지만 무덤 영역은 좀 더 자세히 보아야 한다. 학생들한테 무덤 둘레를 살펴보라고 일러주었더니 어느 눈 밝은 친구가 "우와, 돌이 촘촘하게 빙 둘러 박혀 있어요!" 한다. 그렇다. 왕자갈만 하거나 좀 더 큰 바위들이 둥글게 또는 네모꼴로 무덤을 에워싸고 있다. 이 면적이 넓으면 권력이 세었고 좁으면 그렇지 않았다고 보면 된다.

그러고는 화포천과 봉하마을로 간다. 시작점은 영강사다. 언덕배기에 있는 조그만 절간이다. 절간에는 초가집이 세 채 있다. 이른바 장방리 억새 집이다. 친구들은 두툼하게 50㎝가량 두께로 이은 억새지붕이 신기하다. 아래쪽 평지를 놔두고 왜 가파른 비탈에다 집을 지었는지 궁금하다는 친구도 있다. "억새는 화포천 습지에서 흔히 볼 수 있어요. 그래서 가져다 집 짓는 재료로 썼고요, 오르내리는 수고로움을 무릅쓰고 여기다 지은 까닭은 홍수 때문이에요. 큰물이 지면 아래쪽은 잠기지만 여기는 안전하거든요." "아~ 그렇구나." 고개를 끄덕거린다. 

영강사에 있는 장방리 억새집

옛날 사람들은 이처럼 자기한테 주어진 자연생태에 맞추어 터전을 장만하고 살았다. 봉하마을까지 1㎞ 남짓 산책로가 이어진다. 재잘재잘 얘기를 나누며 풀과 나무 사이로 뻗어 있는 길을 걷는다. 청개구리나 도마뱀 따위를 만나면 탄성도 쏟아낸다. 

마을에 이르러서는 노무현 대통령 생가와 묘역 등 몇몇 지점을 일러주고는 자유롭게 둘러보게 한다. 오면서 눈에 담았던 봉하 들녘에서 친환경농업에 힘썼고 화포천 살리기 환경운동을 했으며 이렇게 대통령 임기를 마치고 자기 고향으로 돌아와 살았던 전직 대통령은 노무현 단 한 사람뿐이라는 얘기와 함께. 또 현대판 고인돌이라 할 수 있는 묘역은 주변 환경과 아늑하게 조화를 이루고 있으니 천천히 거닐면 괜찮은 느낌이 생긴다는 설명도 덧붙인다. 

봉하마을 노무현 대통령 묘역에서 헌화하는 모습.

묘역을 찾아 하얀 국화 한 송이를 내려놓은 아이도 있고 고개를 숙여 바닥 돌에 새겨놓은 글귀를 음미하는 친구도 있다. 국립김해박물관은 가야를 전문으로 다룬다. 김해 가락국의 가야뿐 아니라 고성·창녕·함안·창원 등 경남 일대 가야까지 함께 담고 있다. 김해에 있다 보니 김해 바깥 아이들은 한 번도 찾지 않은 경우가 많고 김해 아이들은 적어도 한 번은 찾았을 법하다. 하지만 그런 차이에 신경 쓰지 않고 지역 구분없이 모든 학교 학생들을 데리고 찾았다. 역사적으로 볼 때 경남의 뿌리가 가야인 데다 제대로 둘러보면 역사 사실도 많이 알고 느낌도 커다랗게 가질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대부분 학생한테 박물관은 매력적인 탐방 대상이 아니다. 지루한 설명이 이어지는 곳으로 기억되어 있기 십상이다. 아니면 내용도 의미도 모른 채 그냥 한 번 지나치는 것으로 그만인 대상이다. 그래서 미션지를 나눠주고 2명씩 모둠을 이루어 답을 찾게 했다. 

국립김해박물관에서 미션 수행을 하는 아이들 모습.

아이들은 이렇게 스스로 주체가 되어 찾아다닐 때 즐거움을 느끼고 자발성이 살아난다. 한 바퀴로 모자라 두 바퀴 둘러보기는 예사다. 30분 시간을 주는데 나중에 시간이 모자란다는 아우성까지 나왔다. 박물관 끄트머리 출구에 모여 미션문제 풀이를 통해 가야를 좀 더 들여다보고 문화상품권을 나누는 것으로 김해 탐방을 마무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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