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덕천강 따라 남명 숨결 따라, 산청 시천면 나들이

[만보기] (19) 산청 시천면
조식 머문 선비의 고장, 굽이굽이 감 익는 마을
산천재·덕천서원·기념관경(敬)·의(義) 정신 울려

최환석 기자 che@idomin.com 2018년 01월 05일 금요일

산청군 시천면에 감이 익는다. 감나무 꼭대기에 남은 까치밥은 도시에는 없는 인정이다.

'열린 채 닫힌 적 없는 사립을 들어서면/처마 밑에 헛기침 사이사이 놋쇠 재터리가 울고/안마당 가득히 말라 가는 곶감 내음새/달디 단 어머니의 내음새에 고향은 비로소/콧잔등 매워오는 아리고 쓰린 이름'(유안진 시 '감익는 마을은 어디나 내 고향' 한 대목)

덕천강을 낀 시천면은 선비의 고장이라 불러도 부족함이 없다. 경북 안동에 퇴계 이황이 있다면, 산청에는 남명 조식(1501~1572)이 있기 때문이겠다.

남명은 국가의 부름을 받았으나 나아가지 않고 재야 지식인으로 남았다. 1561년 시천면으로 자리를 옮겨 죽을 때까지 학문을 닦고 연구하는 데 게을리하지 않았다.

산청 남명 조식 유적은 크게 두 곳으로 나뉜다. 그중 하나인 사리에 있는 '산천재'는 자신의 학문을 제자에게 전하던 공간이다.

산청 시천면 덕천강 풍경. 하늘을 품은 강물의 모습이 말로 표현하기 어려울 정도로 아름답다. /이서후 기자

지리산 천왕봉 물줄기가 중산과 삼장으로 나뉘어 흐르다가 양당에서 다시 만나 덕산을 이루는 바, 산천재를 덕산에 둔 까닭은 방법만 다를 뿐 진리는 하나라는 깨달음이겠다.

산천재에서 서북쪽으로 천왕봉이 모습을 드러낸다. 멀리 햇빛을 받아 홀로 빛나는 모습이 자못 근엄하다.

산천은 '굳세고 독실한 마음으로 공부하여 날로 그 덕을 새롭게 한다'는 의미다. 남명 선생의 한결같은 심정이 이름에서도 드러난다.

정원에서 매화나무 한 그루가 겨울을 나고 있다. 산천재를 지으며 심었다니 500년이 넘었다. 봄이 되면 그 향기를 뽐낸다는 '남명매'다. 남명매를 설명하는 비석에는 시구를 새겼다.

산청 시천면 덕천서원. /최환석 기자

'작은 매화 아래서 책에 붉은 점 찍다가/큰소리로 요전을 읽는다/북두성이 낮아지니 창이 밝고/강물 넓은데 아련히 구름 떠있네//'

정당매·원정매와 더불어 산청 3매라 불리는 남명매는 아쉽게도 조금씩 야위어 가는 모습이다.

산천재 뒤를 돌아 2차로 도로를 건너면 남명기념관이다. 2001년 남명 탄생 500주년을 맞아 건립을 추진했다. 3개 전시관에는 영상실, 교육관, 세미나실, 유물 수장고를 마련했다.

정원에 선 남명 선생 전신상이 돋보인다. 압도하는 인상은 찾아보기 어렵다. 그윽하게 내려보는 시선이 포근할 뿐이다. 남명 선생이 단성현감을 사직하며 명종에게 올린 상소문이 새겨진 비석과 전신상 뒤로 조성한 작은 인공 숲이 그의 성품을 잘 나타낸다.

기념관 옆으로 정원이 갖춰진 고즈넉한 공간이 나타난다. 남명과 정경부인, 숙부인의 위패를 모신 여재실이 있는 공간이다. 여재실의 이름은 <예기>에서 따왔다. '비록 보이지 않는다 하더라도 하늘의 진리는 언제나 존재한다'는 뜻.

매년 이곳 가묘에 모신 세 명의 기일과 설, 추석, 동지에 후손이 모여 제향을 올린다는데, 그 풍경이 몹시 궁금해진다.

또 다른 조식 유적을 찾아 덕천강을 따라나선다. 매서운 겨울바람이 사정없지만 도시의 그것과는 결이 달라 상쾌한 기분이다.

산청 시천면 곶감 말리는 어느 집 마당.

'덕천서원'은 남명을 기리고자 그가 사망한 후 4년이 지난 해에 세워졌다. 몇 차례 소실된 덕천서원의 현재 모습은 1926년 복원한 것.

서원 앞은 높이 18m, 둘레 4.6m짜리 은행나무가 지키고 있다. 단풍 든 때 찾았다면 장관이었겠다. 옷을 말끔하게 벗은 모습이지만, 우람한 자태는 그대로다.

홍살문을 지나면 서원이다. 교육공간인 경의당, 유생 생활공간인 동재·서재가 있다. 인적 드문 덕천서원 정원에서 다시금 남명의 결을 느낀다.

서원 건너편에 정자가 있다. '세심정'은 남명 제자 성리학자 최영경(1529~1590)이 1582년 서원 유생 휴식처로 세웠다. '성인이 마음을 씻는다'는 <주역> 속 '성인세심'에서 비롯한 이름의 정자는 소실되고 옮겨지길 반복하다 1900년대 초 새로 지었다.

세심정에 올라 노을을 품은 덕천강을 감상한다. 정갈해진 마음으로 무술년을 반긴다.

이날 걸은 거리 3.2㎞. 6224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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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환석 기자

    • 최환석 기자
  • 문화부. 공연, 문화정책 담당. 레져도 함께. 제보/피드백 010-8994-43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