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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뜨개질을 하면서

정옥남 숲속자람터 어린이집 원장 webmaster@idomin.com 2018년 01월 11일 목요일

우리 어린이집은 창원시 마산회원구에 있는 유일한 장애전문 어린이집이다. 여느 어린이집처럼 우리 어린이집도 해마다 연말이 되면 아이들에게 줄 성탄 선물을 고민한다. 길게는 3~4년간 머무르다 바로 초등학교로 입학을 하는 아이들도 있어 매년 똑같은 선물을 줄 수가 없어 유익한 다른 선물을 찾기란 쉽지 않다.

올해도 고심을 하다가 목도리를 구입하기로 하였는데 지인이 자기도 합세할 테니 손뜨개질을 해 선물을 주자고 하는 말에 힘입어 그렇게 하기로 하였다.

뜨개질을 한 번도 해본 적이 없다면서 지레 겁을 먹는 교사도 있지만 전문가 솜씨를 가진 교사는 내심 좋아하는 듯하다. 겁을 먹은 교사에게 이번에 배울 기회로 삼으라고 격려를 하면서 시작을 하였다. 나도 그전에 뜨개질을 해 보았지만 이번처럼 치수가 다 다르고 또한 목도리 양쪽을 리본 모양으로 만들고자 코를 늘리고 줄여야 하기에 결코 쉬운 일은 아니었다.

아이들 각각을 떠올리면서 길이도 수시로 점검을 해야 하고 더구나 양쪽 리본의 모양과 크기가 똑같아야만 예쁘다는 생각에 그렇지 않으면 실패작으로 여겨 수시로 풀어서 다시 떠야만 했다. 나중에는 똑같지 않음에 익숙해진 탓인지 아니면 지친 탓인지 풀지 않고 뜨게 되었고 합리화 차원인지 몰라도 똑같지 않은 것이 수제품 특색이 있어 더 멋있어 보였다.

사실 리본 크기가 달라도 목도리의 기능면에 문제가 없었고 목에 매어보니 정작 표시도 나지 않았다. 진작 알았다면 몸고생, 마음고생, 시간 낭비까지 하지 않아도 됐을 것을 괜한 집착으로 헛고생을 했던 것이다.

특수아동에 대한 인식도 이와 별반 다르지 않을 것이다. 모든 아이들이 똑같은 발달을 하지 않아도 마음 편하게 기다려 주면 될 것을 우리는 똑같은 성장을 하지 않는 것에 대해 조바심에 애를 태운다.

설령 그 발달이 아주 미비하여 계속해서 어린아이 같은 수준에서 벗어나지 않으면 부모를 비롯하여 가까운 주변 사람들은 불행감에 휩싸이고 심지어 부모 자신의 인생도 실패라고 여기는 경우를 종종 보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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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에 대한 인식을 크게, 넓게 펼쳐낼 수 있다면 특수아동을 비롯해 장애인을 바라보는 우리의 평가도 한결 편안할 수 있을진대 세속적인 가치 기준에서 벗어나지 못한 정형화된 우리의 인식이 불행감을 가져오는 것은 아닌지 뜨개질을 하면서 새롭게 느끼게 된다. 이번에 만든 목도리의 모양은 어느 하나라도 똑같은 것이 없지만 그래도 하나하나가 다 예쁘고 사랑스러움에 뿌듯한 마음을 금할 길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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