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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휘자 없는 실내악, 수평적 하모니 결정체죠"

이경선 음악감독 인터뷰
지휘자 있는 오케스트라와 차이
대중에 실내악 묘미 전할 것
배려·소통 담긴 '음악의 힘'
감독이자 연주자로 무대 참여
개·폐막 공연 초연작 2곡 선사

최환석 기자 che@idomin.com 2018년 03월 13일 화요일

"스카프를 맬까요?" 바이올리니스트 이경선이 입을 열자, 정체된 주변 공기가 다시 순환했다. 갑작스레 시작된 사진 촬영에도 흔들림 없는 무게감이 인상 깊었다. 오히려 스카프를 제안하는 여유로움까지.

검은색으로 통일한 의상은 배려였을까. '창원국제실내악축제(이하 CHAMF)'보다 음악감독인 자신이 도드라지길 바라지 않는 듯한 인상이었다. 아이러니하게도 그가 열정적 사고와 강한 가치관을 뚜렷하게 드러낼 때 오히려 CHAMF를 향한 기대가 상향했다.

CHAMF는 지난해 여름 첫선을 보였다. 대중적 접근을 의식해 '10일간의 음악여행'이라는 주제를 표방했다. 조심스럽게 운을 띄웠던 터라 무난한 인상을 심어줬다.

올해는 분위기가 다르다. 대중의 기대치는 높아졌고, '처음'이라는 가산점도 이제는 없다. 공격적인 한방이 필요했다. 그런 점에서 이경선을 음악감독으로 낙점한 데는 까닭이 있겠다.

이경선은 지난 CHAMF에서 서울비르투오지 챔버오케스트라와 함께 무대에 올랐다. 올해도 무대(개막·폐막 공연)에 오르는 것은 마찬가지지만, 음악감독이라는 수식어가 따로 붙었다.

이경선 창원국제실내악축제 음악감독 모습. 이 감독은 공연이란 연주자만 즐겨서도, 관객에게 서비스한다는 마음도 아니라고 했다. 연주자끼리 대화한 결과를 관객에게 전하는 과정이라 밝혔다. /박일호 기자 iris15@idomin.com

-부담감이 다르지 않나요?

"굉장히 달라요. 우선 무척 재미있습니다. 뒤에서 묵묵히 일하는 스태프들이 프로페셔널 하게 잘 해줬어요. 덕분에 고생이라는 생각은 들지 않았어요. 결과가 어떻게 나올지 궁금하면서, 또한 기대가 큽니다."

-음악감독으로서 가장 고민한 공연이 있나요?

"개·폐막 공연은 연주자로 참여하는데, 그 프로그램은 모두 다 직접 짰어요. 저는 연주자만 즐겨서도 안 되고, 관객에게 서비스한다는 마음도 아니라고 봐요. 모두가 행복한 그런 공연을 짜려고 노력했습니다. 음악적 깊이가 있어야 하고, 연주자는 서로 대화하고, 그런 생각을 관객에게 전하면서 또한 봄이라는 주제와 어우러지도록 프로그램을 짰어요. 특히 두 공연에 초연 곡이 있는데 아직 악보에 잉크도 마르지 않은 곡이에요. 세상에 선보였을 때 관객이 어떻게 들어줄지 참 궁금해요."

지난 CHAMF의 숨은 주제는 '고향의 봄'이었다. 아동문학가 이원수가 작사한 곡은 지역성과 대중성을 아우르는 선택이었다. 올해는 '봄'을 전면에 배치했다. '나의 살던 봄은(Memories of Spring)'이라는 주제로 진해 군항제 기간에 맞춰 치러진다.

비슷한 시기 가까운 통영에서는 작곡가 고 윤이상의 귀향과 맞물려 '통영국제음악제'가 열린다. 음악이라는 요소 때문에 두 행사를 비교 대상에 놓기도 하지만, 다분히 지엽적인 접근이다. CHAMF와 통영국제음악제는 본질적으로 결이 다르다.

-CHAMF만의 매력은 무엇일까요?

"실내악과 오케스트라를 비교한다면, 후자는 지휘자가 있죠. 훌륭한 지휘자도 많지만, 어떤 지휘자는 독재자의 면모를 보일 때도 있어요. 그런 지휘자를 둔 단원들은 행복하지 않겠죠. 실내악은 그런 독재자가 존재할 수 없어요. 주연과 조연을 오가는 재미가 굉장해요. 모든 사람이 동등하면서 민주적이죠. 그러니까 사회에서 가장 바람직하다고 생각되는 활동이 결국 실내악에 포함되지 않나, 그렇게 생각해요. 배려하고 소통하는 방식 말이죠. 그런데 이런 실내악을 어렵다고 생각하는 대중에게 누군가는 매력을 알려야 하죠. 결국, 연주자의 몫이죠. 대중적이지 않더라도 우리가 실내악을 고집해서, 이번에 성공하지 못하더라도 내년을 생각해야죠. 올해가 있기에 내년의 발전이 있겠죠."

그에게서 줄곧 자부심이 느껴졌다. 자신에게 냉혹한 음악가의 고집이 이번 CHAMF에 녹아들었기를 내심 바라본다.

"제가 하자고 해도 쉽게 이뤄질 일이 아닌데 이미 시작을 했으니 오히려 횡재죠. 짧은 시간에 많은 준비를 했어요. 어떤 날은 정말 앞이…. 시간은 다가오는데, 숨이 가쁘고 잠도 잘 오지 않고 그랬어요. 반년만 더 준비할 수 있었더라면 더욱 알차지 않을까 하는 약간의 아쉬움도 있지만, CHAMF의 질은 걱정하지 않으셔도 좋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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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환석 기자

    • 최환석 기자
  • 문화부. 공연, 문화정책 담당. 레져도 함께. 제보/피드백 010-8994-43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