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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훈 팝칼럼니스트 "감독이 숨긴 의미 발견하는 묘미"

'영화 감상법' 강연 후기
예술성 갖는 이유 '시공간 제약' 상징·은유로 풀어
<1987>서 책으로 가슴 가리지 말라는 대사 인상적

이서후 기자 who@idomin.com 2018년 03월 15일 목요일

14일 오전 10시 30분 창원 성산아트홀 소극장. 창원문화재단이 시민을 대상으로 진행하는 제34기 수요문화대학 첫 번째 강의에 팝칼럼니스트 김태훈(49)이 강사로 나섰다.

그는 SBS 간판 영화 프로그램 <접속 무비월드>, 그중에서도 인기 코너인 '영화는 수다다'를 영화평론가 이동진과 함께 진행하고 있다. 또 SK브로드밴드 IPTV 서비스 Btv 콘텐츠 중 에도 출연해 '김태훈의 무비셀렉션' 코너를 맡고 있다. 오랫동안 영화 프로그램을 진행한 만큼 그는 이제 전문가라 불릴 정도로 영화에 대한 이해가 깊다. 방송과 강연 활동을 활발히 하는 이답게 그는 능변가였다. 그리고 과연 듣던 대로 영화를 보는 안목과 해석이 남달랐다.

이날 김태훈은 '아주 쉬운 영화 감상법'을 주제로 강연했다. '영화를 해석하는, 결정적인 한 장면'이란 부제에서 알 수 있듯, 평소 영화를 보며 무심하게 지나칠 수 있는 장면과 대사 중에는 감독이나 시나리오 작가가 깊은 의미를 담은 것이 많다는 내용이다.

물론 그런 장면을 알아채고 대사의 의미를 해석하려면 몇 번이고 영화를 봐야 하기에 주제만큼 '아주 쉬운' 감상법은 아닌 듯도 하다.

김태훈은 영화가 예술이 되는 까닭으로 '시간과 공간적인 제약이 있다'는 사실을 강조한다. 모든 이야기를 다 담거나, 모든 장면을 다 보여주지 못하기에 영화는 주로 은유와 상징이라는 장치를 통해 의미를 전달한다. 특히 아주 평범해 보이는 화면과 일상적으로 보이는 대화 하나에도 자기가 이해하고 해석하는 세상의 단면들을 상징적으로 담아내려고 한다.

이런 장치를 잘 살피면 '영화를 본다'는 일이 단순히 한두 시간 즐기다 끝나는 게 아니라 영화를 만든 이들이 도대체 세상을 향해 무슨 이야기를 하고 싶어하는지 알아채는 놀이일 수 있다.

물론 이는 단순한 오락 영화보다는 무언가 생각을 하게 하는 영화들이 대상일 테다.

김태훈은 이를 위해 두 가지 방법을 제시한다. 먼저 영화의 첫 장면과 마지막 장면을 눈여겨보는 일이다. 감독이나 시나리오 작가는 영화의 첫 장면과 마지막 장면에 심혈을 기울인다. 보통 영화 주체를 함축한 장면일 경우가 많다. 예컨대 상영 시간에 늦어서 앞부분을 몇 분 정도 놓쳤다면 이는 영화 전체로 볼 때 가장 중요한 장면을 빼고 보는 것일 수도 있다는 말이다.

또 하나는 대사에 주목하는 일이다. 뛰어난 작가일수록 관객과 게임을 즐긴다. 노골적으로 주제를 설명하지 않는다는 말이다. 그러니 평범한 대사라도 조금 다른 시각으로 보면 영화 전체 주제와 맞물려 의미심장하게 읽힐 수 있다.

구체적으로 김태훈은 영화를 여러 편 가져와 이를 자세히 설명했다. 최근 개봉한 <더포스트>(감독 스티븐 스필버그) 와 <1987>(감독 장준환)을 살펴보자.

영화 속 숨은 의미 찾기에 대해 강의하는 팝칼럼니스트 김태훈. /이서후 기자

<더포스트>는 최근 김태훈이 '클래스는 영원하다!' 호평을 했던 영화다. 베트남 전쟁 속사정이 담긴 펜타곤 페이퍼를 입수한 <워싱턴 포스트> 편집장 벤(톰 행크스)과 발행인 캐서린(메릴 스트립)이 보도와 비보도 사이에서 괴로워하는 이야기다.

김태훈이 이 영화에서 인상적인 대사로 꼽은 것은 캐서린의 대사 중 "신문사의 가장 큰 돈벌이는 아주 좋은 기사"라는 부분이다. 포털 사이트에 있는 이 영화 명대사 항목에는 아직 이 대사가 등록되지 않았다. 관객들이 그렇게 주목하지 않은 것이란 뜻이다.

"처음에는 흘려 들을 대사인데, 이 대사는 스필버그가 언론을 보는 시각을 담고 있다. 그러니 신문사의 자본주의적인 이해관계가, 사회 정의를 다루는 매체로서 이해관계는 충돌하는 게 아니라는 이야기다."

그가 결정적인 장면으로 꼽은 것도 자칫 그냥 흘려보내고 말 부분이다. 영화 대부분이 신문사 장면이나 괴로워하던 캐서린이 잠시 손녀들 자는 모습을 바라보고 딸과 일상적인 대화를 나누는 장면이 있다.

"스필버그 같은 거장은 자기 영화에 쓸데없는 장면을 넣지 않는다. 긴장감과 완성도를 높이고자 중요한 걸 보여주기도 바쁘다. 그런 면에서 이 장면은 이상하다. 이 장면을 빼도 영화를 보는 데 불편함은 없다. 그래서 어쩌면 이 장면이 정말 중요한 장면일 수 있다는 합리적인 의심이 가능하다. 그래서 생각해보면 캐서린의 결정이 자신과 신문사뿐 아니라 다음 세대인 자신의 딸과 손녀들을 위한 결정이라는 것을 이 장면으로 보여주고자 하는 것이다."

영화 <1987>에서 김태훈이 꼽은 대사는 연희(김태리)가 한 "왜 다들 가슴을 책으로 가리고 지랄이야. 가진 거 없어도 당당하게 살아!"다. 영화에서 주요 인물들이 박종철의 유해, 증거가 든 상자 등 중요한 물건을 가슴에 안은 장면이 반복된다.

"가장 슬픈 것, 가장 비극적인 것, 사건의 열쇠가 되는 것들을 가슴에 안고 등장한다. 이 자체만으로는 의미를 찾기가 쉽지 않다. 하지만, 영화 속에서 연희가 대학에 들어갔을 때 한 결정적인 대사를 통해 의미가 드러난다. 1980년대 대학생들은 전공 서적을 가슴에 품고 캠퍼스를 돌아다녔다. 슬쩍 유머러스한 장면처럼 넘어가지만, 앞서 장면들과 겹쳐 생각하면 역사의 진실이 가슴에 안겨 있는데, 학생들은 책과 지식(안정된 직장, 미래)으로 가슴을 가리고 있다. 그때 연희가 한 왜 가슴을 가리고 사냐는 대사를 통해 당당하게 진실을 드러내야 한다는 의미를 드러낸 거다."

사실 김태훈이 제시한 예들은 신경 써서 보지 않으면 기억도 나지 않을 장면과 대사들이다. 하지만, 이런 장면에서 의도와 의미를 찾아내는 희열은 어쩌면 영화를 보는 큰 즐거움이 될 수도 있다.

"문학과 영화 같은 예술은 의미를 계속 숨긴다. 그리고 관객과 게임을 한다. 자, 내가 숨긴 의미를 찾아낼 수 있겠어요? 의미를 잘 숨긴 영화일수록 완성도가 높다고 평가받는다."

김태훈의 조언대로 올 한 해 영화를 보며 감독과 작가가 숨긴 의미 찾기를 해보는 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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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서후 기자

    • 이서후 기자
  • 문화체육부에서 문학/영화/연극/뮤지컬 등을 맡고 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