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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절의 맛] (3) 도다리

봄에 가장 맛있다고요? 전 가을에 더 맛있어요
3·4월 가장 많이 잡히지만
산란 마치고 살 빠진 뒤라
회보다는 쑥국으로 즐겨
문치가자미와 헷갈리기도

최환석 기자 che@idomin.com 2018년 04월 17일 화요일

4월이면 통영 강구안 주변 식당 음식 목록에 문구 하나가 더해진다. '도다리 쑥국 개시'라는 문구인데, 일곱 글자만으로 입맛을 돌게 하는 힘이 있다.

인파로 북적이는 통영중앙시장은 큰 줄기인 가운데 통로가 있고, 여기서 옆으로 뻗친 작은 줄기의 골목으로 이뤄졌다. 강구안에서 가장 멀리 떨어진 골목, 활어를 파는 상인들은 언제나 손님맞이에 한창이다.

잠시 짬을 내어 끼니를 해결하는 상인에게 도다리를 보여 달라고 청했다. 상인이 물이 잘 빠지도록 구멍이 뚫린 노란색 바구니 안에 가득 담긴 도다리를 가리켰다. 납작한 마름모꼴 모양, 옅은 갈색 바탕에 암갈색 얼룩이 잔뜩 낀 생선이다. 꼬리지느러미는 몸에서 가장 검다. 우측에 쏠린 두 눈알은 툭 튀어나왔다. 뾰족한 입은 뭔가 성에 차지 않는 표정이다.

통영중앙시장 한 상인이 도다리를 보여주고 있다. 마름모꼴 모양에 납작한 모습. 옅은 갈색 바탕에 암갈색 얼룩이 보인다. /최환석 기자

성인 남성 손바닥 두 개 반가량 크기 도다리 한 마리를 상인이 잡아 올렸다. 앞뒤로 번갈아 돌려 보여줬다. 얼룩덜룩한 등과는 달리 배는 보얗다.

이번에는 옆 바구니를 가리켰다. 앞선 녀석보다 크기가 배로 크다. 상인은 덩치가 큰 이런 녀석은 포를 떠서 먹는다고 말했다. 어떤 녀석은 뼈째 썰어서 먹고, 처음 보여준 작은 녀석은 도다리 쑥국에 쓴다고 했다.

통영중앙시장을 빠져나와 통영에 오면 곧잘 들리는 식당으로 향했다. 역시나 이곳 식당도 '도다리 쑥국' 장사를 시작했다. 이른 저녁이라 가게 안은 조용했다.

1만 5000원짜리 도다리 쑥국이 나왔다. 국물을 한 숟갈 떠 입에 넣자 쑥 향이 먼저 치고 나온다. 머리와 뼈를 우려낸 국물은 시원해서 속을 데운다.

음식에 쓴 도다리는 알을 품은 녀석이다. 알배기는 살이 맛이 없다고 하나, 이 녀석은 그래도 적당히 씹는 맛이 있다. 쉽게 부스러지지 않으면서 입 안을 채운다. 그러나 아무래도 봄에 먹는 도다리 쑥국의 주인공은 쑥인 듯하다.

통영 강구안 한 식당의 1만 5000원짜리 도다리 쑥국. 머리와 뼈를 우려낸 국물이 시원하고 쑥향이 그윽하다. /최환석 기자

대개 도다리는 봄이 가장 맛있다고 일컫는다. 산란을 하려고 봄에 지방을 쌓으니까 자연스레 그렇게 여겨진다. 웬만한 곳에서는 도다리 제철을 보통 3~4월이라고 소개한다.

잡히기는 이때가 가장 활발하다. 앞선 2월께까지 산란을 한 뒤에도 영양분을 쌓으려고 머무는 것이 남해 도다리다. 자연스레 많이 잡히는 까닭이다.

그래서 '난도다리'라고, 가을 도다리를 으뜸으로 치는 사람도 있다. 지방을 쌓기 시작하는 때가 봄이고, 알을 낳기 전 가장 영양분이 많은 때가 가을이어서다. 가을 도다리는 횟감으로 쓴다.

정리해보면, 봄 도다리라는 말은 정확한 표현은 아닌 셈이다. 산란을 마친 도다리는 살이 빠져 횟감으로 전혀 어울리지 않고, 그러니 봄에 나는 쑥과 함께 먹는 셈이다. 남해에서는 이때 많이 잡히니까, 시원한 국물을 내는 용도로 쓰는 것. 봄 도다리라는 말 대신에 '봄 도다리 쑥국'이 알맞은 표현이겠다.

4월 통영중앙시장 풍경. 활어를 사려는 이들과 상인들로 북적인다. /최환석 기자

도다리는 워낙 잘 알려져 생김새나 이름이 확고하게 자리를 잡았다. 그러나 도다리 종류는 대단히 많고, 사실 흔하게 보이는 도다리 또한 보통 양식산 문치가자미다. 실제 도다리는 많이 잡히지 않는다. 시장 상인들은 다른 상인 것은 양식이고 자기가 파는 도다리가 자연산이라고 홍보하지만 대부분 문치가자미를 도다리라고 부른다고 봐야 한다.

비슷하게 생긴 생선으로는 넙치(광어)가 있겠다. 회로 썰어 놓으면 구별하기 어렵지만, 살아 있을 때는 구별하기 쉬운 편이다. 보통 '좌광우도'로 구분한다. 눈이 오른쪽으로 쏠리면 도다리, 왼쪽으로 쏠리면 광어라는 뜻. 다른 말로 '왼 넙치 오른 가자미'가 있다. 도다리는 가자밋과에 속해서다.

그러나 만능 구별법은 아니다. 강도다리는 눈이 왼쪽에 몰려 있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시중에서 쉽게 보기 어렵다는 사실이다. 구별법으로 가장 좋은 것은 맛의 차이를 아는 방법인데, 많이 먹어보지 않으면 터득하기 어렵겠다. 오는 가을에는 전어보다 먼저 도다리를 먹어볼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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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환석 기자

    • 최환석 기자
  • 문화부. 공연, 문화정책 담당. 레져도 함께. 제보/피드백 010-8994-43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