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eck 3d gpu
바로가기
메뉴로 이동
본문으로 이동

한진그룹 총수 일가 '갑질'파문이 던지는 사회적 메시지

재벌 갑질 뿌리 뽑자, 헬조선 바꿔야
어린 시절부터 경쟁 속에 내몰아
아이들 '갑'으로 만들려고 몸부림
독버섯처럼 퍼져 있는 갑질 문화
원청은 하도급에 우월 지위 악용
조현아·조현민, 재벌 행태 '민낯'
구태 답습 막고 확실한 근절 절실

제휴뉴스 webmaster@idomin.com 2018년 04월 24일 화요일

'갑질은 어째서 나쁜 것이고, '갑질'로 인해 우리 사회는 도대체 어떤 피해를 보고 있는 것일까?'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의 장녀 조현아의 '땅콩 회항', 그 뒤를 이은 동생 조현민의 '폭언, 물벼락' 파문으로 '갑질'이 사회적 '이슈'로 떠올랐다.

조현민 대한항공 전무는 최근 광고대행사와 회의를 하던 중 팀장이 자신의 질문에 제때 답변하지 못하자 물컵을 던지고 나서 회의실에서 내쫓은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조 전무는 직원들에게 폭언도 퍼부었다.

조 전무의 언니 조현아의 '땅콩 회항'도 엄청난 파문을 일으킨 사건이다. '땅콩 회항'은 지난 2014년 12월 조현아 대한항공 전 부사장이 이륙 준비 중이던 기내에서 땅콩 제공 서비스를 문제 삼으며 난동을 부린 데 이어, 비행기를 되돌려 수석 승무원을 비행기에서 내쫓은 사건이다. 결국, 조 전 부사장은 항공 보안법 위반 혐의로 징역형을 받았다.

지난 21일 오후 조현민 대한항공 전무와 조현아·원태 3남매 등 한진그룹 총수 일가의 자택에서 관세청 관계자들이 압수수색 물품을 들고 나서고 있다. /연합뉴스

◇유치원부터 시작되는 치열한 경쟁, 원인은 '갑질 문화'

이러한 갑질이 치명적인 이유는 우리 삶을 피폐하게 만들기 때문이다. 유치원부터 시작되는 치열한 경쟁을 생각해 보자. 무엇 때문에 우리 사회는 그 어린 것들을 경쟁 속으로 몰아넣었는지를. 어떻게든 갑을 만들려는, 최소한 을이 되지는 않게 하려는 처절한 몸부림 아니었나?

그 치열한 경쟁이 청소년 자살률 세계 최고 대한민국을 만들었음을 부인할 수 없다. 이런 경쟁 속에서 커가는 아이들에게 배려나 화합 같은 말은 끼어들 틈이 없었다. 그런 말들은 책에서나 읽을 수 있는 현실감 없는 단어일 뿐이다.

성인이 돼서는 또 어떤가? 취직하려면 또 수백, 수천 명과 경쟁을 해야 한다. 그 경쟁을 뚫지 못하면 '패배자' 즉 그 또래에서 '을'이 되어 기죽어 지내야 한다. 경쟁을 뚫고 취직을 해도 그 속에서 또 경쟁해야 한다. 방심하다 경쟁에서 뒤처지면 하루아침에 내팽개쳐 '을'이 되기 때문이다.

누군가, 언젠가 이런 사회 현상에 '헬조선'이란 이름을 붙였다. 기발한 작명이다. 배려가 사라지고 경쟁만 남아 있는 사회에 꼭 맞는 이름이다.

우리 사회 갑과 을의 관계는 왕조시대 신분제도만큼이나 불평등하고, 비합리적이다. 정말 큰 문제는 이러한 '갑질 문화'가 이미 우리 사회에 독버섯처럼 퍼져 있어, 갑질이 당연시된다는 점이다.

최근 하도급 문제 등 갑질과 관련한 사건을 몇 건 취재하면서, 갑질이 우리 사회에 얼마나 깊이 뿌리박혀 있는지를 실감할 수 있었다.

대형 여행사 '모두투어'는, 대리점주들에게 금융 거래정보와 거래조건, 금액, 재산, 채무, 소득 총액, 납세실적, 연체, 부도 발생 사실 등 인권침해 소지까지 있는 정보 공개를 요구했다. 이에 반발해서 정보제공을 하지 않은 대리점과는 연장 계약을 하지 않았다는 주장도 나왔다. 우월한 지위를 이용한 갑질인 것이다.

정부 산업통상자원부 산하 연구기관인 KETI(한국전자부품연구원, 아래 연구원)가 청소, 경비, 건물관리 용역업체에 한 행위도 분명히 갑질과 관련이 있다.

연구원은, 회사 통장에 1년 가까이 질권(質權)을 설정했다. 통장에 있는 돈을 꺼내 쓰지 못하도록 한 것이다. 용역 업체 대표는 "질권 설정에 동의하지 않으면 재계약을 하지 않겠다고 협박해서 어쩔 수 없었다"라고 털어놓았다. 그는 "KETI의 불공정 거래(낮은 용역비)로 인해 회사가 어려워 직원 퇴직금 적립을 못 하자, 직원들 퇴직금을 보호한다는 이유로 그런 것(질권 설정)인데, 이 때문에 용역업체는 망할 뻔했다"라고 하소연했다.

◇먹이사슬 구조에서 배려나 상호 존중은 숨 쉴 틈이 없다

이처럼 갑질은 우리 사회에 이미 만연해 있다. 대기업은 중기업에, 중기업은 소기업에 갑질하는 게 당연시된다. 이 같은 먹이사슬 구조에서 행복의 바탕이 되는 배려나 상호 존중 같은 철학은 숨 쉴 틈이 없다.

기업과 기업 간의 관계뿐 아니라 개인 간에도 이와 비슷한 형태의 갑질은 공공연하다. 집주인과 세입자 관계에서도 나타나고 직장 상사와 부하 사이에서도 나타난다. 정규직과 비정규직 사이에서도 역시 공공연하게 벌어지는 게 갑질이다.

이런 상황이니 을이 되지 않으려는 노력을 탓할 수가 없다. 지나친 경쟁이 헬조선을 만들고 있으니 서로 양보하자고 말하기도 어렵다. 차라리, 열심히 하라고 등 두드려 주는 게 더 현실적인 위로다.

갑질은 전염병과 같은 것이다. 갑질을 당한 사람이 다른 사람에게 보복하듯 갑질을 하게 되고, 그러다 보면 삽시간에 전염병처럼 퍼져 사회 전체를 병들게 한다. 조현아·조현민 사건을 통해 드러난 것은 재벌 일가의 '갑질 행태'다. '갑질 공화국!'의 민낯이 이들 자매를 통해 낱낱이 드러난 것이다.

숙주라는 게 있다. '임자몸'이라고 한다. 전염병을 옮기고 다니는 병원체를 말하는데, 전염병을 물리치려면 바로 이 숙주를 찾아내서 없애 버려야 한다. 왕조시대 갑질의 숙주가 임금과 양반들이었다면, 우리 시대 갑질의 숙주는 사회계층 최정점에 있는 재벌이다. 안하무인하고 방약무인한 조현아·조현민 사건이 우리 시대 갑질의 숙주가 재벌가임을 증명한다.

그래서다, 그래서 조현아의 '땅콩 회항' 뒤를 이은 동생 조현민의 '폭언, 물벼락'사건에 대한 엄정한 단죄가 이루어지길 간절히 바란다. 갑질의 숙주인 재벌의 갑질을 뿌리 뽑지 못하면 헬조선을 면할 길이 없기 때문이다.

조현민의 '폭언, 물벼락' 사건에 대해 정치권이 비난을 퍼부은 데 이어 경찰이 대한항공 등을 압수수색했고, 관세청도 압수수색에 나섰다.

문재인 대통령도 지난 18일 청와대에서 열린 제2차 반부패 정책협의회에서 '갑질 문화'를 부패의 한 사례로 꼽았다. 조 전무의 '폭언, 물벼락' 논란이 일어난 가운데 나온 발언이라는 점에서 주목할 만하다.

그래도 한 가지 걱정되는 것은 이런 움직임이 스쳐 지나가는 바람이 되지 않을까 하는 것이다. 확실하게 뽑아내지 못하면 금세 되살아나는 게 숙주다. 조현아의 동생 조현민이 똑같은 잘못을 답습하는 것만 보아도 알 수 있다.

잊지 말자, 유치원 그 어린 것들을 경쟁으로 내몰고, 우리 삶을 피폐하게 만들어 대한민국을 헬조선으로 만든 숙주가 바로 '갑질'임을.

/오마이뉴스

신문 구독을 하지 않고도
경남도민일보를 응원하는 방법
<저작권자 ⓒ 경남도민일보 (http://www.idomin.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