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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북정상회담 만찬메뉴' 냉면의 모든 것

더운 여름 별미지만 알고보면 겨울 태생
조미료 개발로 대중화…경남에선 진주냉면·밀면 '인기'

최환석 기자 che@idomin.com 2018년 05월 03일 목요일

지난달 말 열린 남북정상회담 여파가 지속하고 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언급한 평양냉면이 큰 관심을 끌어서다. 평양냉면을 다루는 식당은 문전성시를 이뤘고, 대체품인 즉석 냉면도 덩달아 인기를 끈다. 냉면에 쏟아지는 관심과 궁금증을 다양한 키워드로 살펴봤다.

◇#육수의 비밀

냉면은 찬 국수 요리의 하나다. 면을 삶아 찬 육수에 넣고 그 위에 양념과 고명(꾸미)을 올린다. 여름에 가까워지면 냉면을 다루는 식당에 손님이 늘기 시작한다. 찬 육수로 더위를 잡으려는 식생활은 이제 일상이 되었다.

본래 냉면은 겨울에 즐기는 음식이었다. 평안도와 황해도 북부 지역민은 음력 11월이 되면 냉면을 즐겨 먹었다. 차갑게 국수를 먹으려면 얼음이 있어야 하는데, 겨울에는 자연스레 동치미 국물이 얼어 어렵지 않았다.

냉면을 여름에 즐기게 된 시점은 1910년대. 근대 제빙 기술과 냉장시설이 등장하면서다. 초창기 제빙공장은 얼음을 직접 만든다기보다는 겨울에 캐낸 얼음을 보관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 얼음은 겨울에 얼어붙은 강과 저수지 등에서 들여왔다.

얼음은 갖췄지만, 냉면 육수에 쓰는 동치미·백김치 등이 걸림돌이었다. 겨울에 담그던 김치를 여름에도 담가야 했던 것. 이때 등장한 것이 일본 화학조미료 회사인 아지노모토다. 공격적인 홍보로 일본인 이케다 기쿠나에가 발명한 화학조미료(글루탐산)는 냉면 육수에 두루 쓰이게 됐다. 슴슴한 동치미 육수는 손이 많이 가지만, 자극적인 화학조미료는 비싸더라도 제값을 했다. 그렇게 냉면은 모든 계절에 두루 즐기는 음식으로 자리를 잡았다.

진주냉면. 꾸미로 올린 육전이 특징이다. /최환석 기자

◇#우리도 있다

경남에서 즐겨 먹는 냉면으로는 진주냉면과 밀면이 있겠다.

진주냉면은 한 차례 명맥이 끊긴 음식이다. 현재 진주냉면은 복원 과정을 거친 셈이다. 김영복 식생활문화연구가에 따르면, 진주냉면 특징은 △메밀과 고구마 전분을 섞은 면 △멸치장국을 섞은 쇠고기 육수 △채 썬 배추김치·쇠고기 육전·데쳐 채 썬 전복, 해삼, 석이버섯 꾸미 등이다.

진주냉면은 특유의 해산물 육수 맛이 있다. 꾸미로 올린 육전에서 나오는 기름이 섞여서 더욱 독특하다.

밀면은 평양냉면이나 진주냉면에 비해 가격이 저렴하다. 부산을 중심으로 김해 등 경남에서는 심심찮게 밀면을 다루는 식당을 볼 수 있다. 어쩌면 가장 대중적인 냉면의 하나다.

메밀이 주 재료인 평양냉면과 비교했을 때 밀면의 식감은 정반대다. 밀가루에 고구마나 감자 전분을 써서다. 쫄깃한 면 식감을 즐기려는 이들은 밀면을 찾는다.

다진 양념을 얹기 때문에 슴슴한 평양냉면과는 달리 간이 세다. 기호에 따라 양념을 덜거나 빼달라고 주문하는 때도 있다.

밀면. 갖은 꾸미와 함께 듬뿍 올린 양념장이 특징이다. /최환석 기자

◇#곁들이는 음식

냉면 꾸미 하면 삶은 달걀이 떠오른다. 온면에는 달걀을 풀거나 지단으로 만들어 올리는데, 냉면에는 보통 반으로 자른 삶은 달걀을 올린다. 면 음식에 부족한 단백질을 추가하려는 까닭이다. 더불어 시각적 효과에 한몫을 한다.

삶은 달걀을 먼저 먹느냐, 마지막에 먹느냐는 논쟁(?)은 크게 의미가 없다. 냉면 자체의 맛을 즐기려면 나중에 먹는 것이 좋다. 뜻밖에 향이 강한 재료여서다. 특히 육수 맛을 즐기려면 달걀이 섞이지 않게 빼놓는 것이 좋다. 이 밖에 육수 재료로 쓰이는 쇠고기를 얇게 썰어 꾸미로 올린다거나, 채 썬 배나 오이를 곁들인다.

함께 즐기는 음식으로는 만두가 있다. 진주냉면을 다루는 식당에서는 꾸미로 올리는 육전을 따로 판다. 최근에는 쇠고기·돼지고기 숯불구이를 내는 면옥도 있다. 돈가스와 밀면을 함께 다루는 식당도 쉽게 찾을 수 있다.

◇#면스플레인

영어 신조어인 '맨스플레인'은 '남성(man)'과 '설명하다(explain)'를 섞은 말이다. 주로 남성이 여성을 권위적으로 대하는 태도를 일컫는데, 어떤 것을 다른 이에게 설명하면서 잘난 체하는 태도를 보일 때 쓴다.

한국 한정으로 '맨스플레인'에서 파생한 '면스플레인'이라는 신조어가 있다. '냉면을 즐기는 방법을 가르치려 든다'는 뜻이다. 면스플레인은 평양냉면을 두고 곧잘 등장한다. 냉면의 긴 면발은 장수를 의미하는데, 가위질로 잘라 먹는 것을 허용하지 않는 태도는 면스플레인 하나로 지목된다. 슴슴한 평양냉면에 식초나 겨자 등을 넣어 먹는 것을 지적할 때도 면스플레인이라는 단어를 쓴다. 최근 남측 예술단이 평양을 찾아 옥류관 평양냉면을 먹는 영상이 공개되면서 남한에서는 한차례 소동(?)이 벌어졌다. 옥류관 직원이 식초와 양념장 등 첨가물을 듬뿍 넣기를 추천하는 모습이 등장해서다.

어떻게 먹으면 더 맛있는지, 왜 맛있는지 알려주는 것은 나쁘지 않다. 다만, 냉면을 먹는 방법은 개인의 선택이다. 무엇이든 도가 지나치면 문제가 되는 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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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환석 기자

    • 최환석 기자
  • 문화부. 공연, 문화정책 담당. 레져도 함께. 제보/피드백 010-8994-43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