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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을 열며]잘 놀아야 농사일도 즐겁다

농사철 문화 즐길 필요성 느껴 공연 마련
힘든 농사 잠시 잊고 환한 표정에 뿌듯해

김예슬 청년 농부 webmaster@idomin.com 2018년 05월 24일 목요일

비가 온다는 소식에 식구들과 하루 내내 고구마 모종을 심었다. 하루해가 어찌 갔는지도 모른다. 집에 들어와 밥을 먹자마자 졸음이 쏟아진다. 농사철이라 밭에서 하루를 보내는 날이 많다. 농사일이 바쁠수록 시골에도 청년들이 즐겁게 놀 수 있는 문화가 필요하다는 생각이 든다. 그래서 얼마 전에 친구들을 초대해 '청춘 콘서트'를 열었다. 우리 집은 작은 책 카페를 하고 있어 콘서트를 열기에 딱 좋다.

마음을 들여 준비하는 콘서트인 만큼 잘 어울리는 이름을 짓고 싶었다. 온 식구가 머리를 맞대고 며칠을 고민한 끝에 '청춘 콘서트, 모랑모락'이라고 이름을 정했다. 조금씩 자꾸 피어오르는 모양인 '모락모락'을 발음 나는 대로 쓴 것이다. '모락모락 피어난 우리의 평화가 당신에게 닿기를'이라는 의미를 담았다.

먼저 우리 삼남매가 공연을 하나씩 맡았다. 동생 예신이와 수연이는 어릴 때부터 악기 연주를 즐겨 했다. 기타, 피아노, 바이올린, 드럼 여러 악기를 다룰 줄 안다. 그리고 가까운 지역에 사는 싱어송라이터 라온과 기타리스트 민성, 오카리나를 부는 희권이를 초대했다. 예전부터 함께 공연을 해 보자는 이야기를 나누어서 흔쾌히 초대를 받아 주었다.

공연 준비를 하려고 콘서트 날보다 며칠 일찍 모였다. 우리가 다 함께 부를 노래가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고민 끝에 '너에게 난 나에게 넌'과 '뭉게구름' 두 곡을 정했다. 기타를 치고, 오카리나를 불고, 셰이커를 흔들고, 젬베를 치고, 함께 노래를 부르며 화음을 쌓았다. 이렇게도 해 보고 저렇게도 해보면서 소리를 맞추어 갔다. 조용했던 산골 마을에서 친구들과 밥 나누어 먹으며 노래를 부르는 시간이 행복했다.

'청춘 콘서트 모랑모락'이 열린다는 소식에 이웃들이 찾아오셨다. 수연이와 희권이가 오카리나 합주로 첫 무대를 열었다. 동갑내기 친구인 둘은 서로 마음이 잘 맞다. 그래서인지 오카리나 소리도 맑게 잘 어울렸다.

싱어송라이터 라온이 만든 노래는 편안했다. 시골에 살아서 쓸 수 있는 가사가 많았다. 다른 곳에서 들어보지 못한 가사 말들이 내 마음을 기분 좋게 두드렸다. 민성은 '핑거스타일'이란 주법으로 기타를 쳤다. 그동안 알고, 들어온 기타와는 다른 소리가 났다. 모두가 숨죽여 볼만큼 멋진 공연이었다.

수연이는 자기가 만든 '행인3'이라는 노래를 불렀다. 연극 무대에서 대사 하나 없는 '행인3'이 되어 가사를 썼다고 했다. 노래 한 곡이 마치 뮤지컬을 본 느낌을 주었다. "어둔 밤하늘에 달하나, 혼자 무엇을 할 수 있나. 그 뒤에 작은 별 빛나면 밤하늘이 펼쳐지지"라는 가사가 귀에서 맴돈다. 꼭 내 이야기 같아 가슴이 먹먹했다.

나는 '작은 자유'라는 노래를 불렀다. 마음이 힘들 때 위로가 되어준 노래다. 밭에 앉아서 이 노래를 정말 많이 듣고 불렀다. 작은 자유를 잃지 않기를 간절히 바라면서 말이다.

그렇게 각자 이야기를 담은 무대가 어우러졌다. 마지막으로 며칠 동안 함께 연습한 노래를 불렀다. 우리 목소리가 산골 마을 밤하늘에 울렸다. 긴 시간 콘서트가 이어졌는데도 앙코르가 터져 나왔다. 사람들 표정이 환했다. 어린아이부터 어른들까지 모두가 즐거운 시간이 된 것 같아 기쁘고, 고마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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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연비는 따로 받지 않았지만 뒤에 조그만 기부 상자를 두었다. 다른 지역에서 공연을 하러 온 친구들에게 차비라도 줄 수 있을까 해서였다. 고맙게도 많은 분이 기부함을 채워 주셨다. 자연이 푸르게 살아 움직이는 여름에 다시 '청춘 콘서트 모랑모락'을 열어 볼 생각이다. 농사일이 바쁘고 고달플 때도 있지만, 내 곁엔 언제라도 함께 모여 흥겹게 노래 부르고 신나게 놀 수 있는 친구들이 있어 농사지을 맛이 난다.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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