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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절의맛] (6) 장어

아프거나 기운 없을 때 절로 떠오르는 그 친구
단백질·비타민A 풍부
'여름철 보양식 대명사'
일본, 전세계 소비 최다
나고야식 덮밥도 별미

최환석 기자 che@idomin.com 2018년 05월 29일 화요일

몸살이 났다. 며칠 휴식을 취하자 낫는 듯싶더니, 이번에는 콧물과 기침 증세가 나타났다. 일주일을 끙끙 앓다가 잠깐 하루 야외 활동을 했더니 결막염까지 걸렸다. 기력이 없고 무기력한 상태로 여름을 맞아야 하는 건지, 걱정이 앞선다.

아플 때 몸이 찾는 음식이 있다. 그땐 만사 제쳐놓고 몸이 원하는 음식을 먹어야 만족감이 높다. 언젠가 오가다 봤던 장어덮밥 집이 눈에 아른거렸다. 그래, 장어를 먹자.

보통 장어라고 하면 뱀장어를 가리킨다. 뱀장어는 민물장어다. '하모'는 갯장어, '아나고'는 붕장어, '곰장어'는 먹장어다. 민물장어가 바닷장어보다 가격이 비싸다.

경남에서는 고성이 갯장어로 잘 알려진 고장이다. 5월이면 서·남쪽 연해로 갯장어가 몰려드는데, 10월까지 활동한다. 낮에는 모래 진흙에 숨어 지내다 밤이면 돌아다닌다.

일본 아이치현 나고야식 장어덮밥 '히쓰마부시'. 나무 그릇에 담긴 장어덮밥을 네 등분하여 세 가지 방식으로 즐긴다. /최환석 기자

일본의 장어 사랑은 유별나다. 전 세계 장어 소비 70~80%는 일본 몫이다. 소비는 점차 느는데, 어획량은 줄면서 한때 일본 정부는 한국, 중국, 대만과 어획량을 줄이자며 협의를 제안하기도 했다.

고성 갯장어도 일제 강점기부터 1990년대 초반까지 모두 일본에 수출했다. 한국에서도 점차 장어 소비가 늘면서 고성 갯장어 전체 어획량 대부분은 국내에서 소비된다.

뱀발로, 갯장어를 부르는 다른 말인 '하모'는 일본어로 '물다'라는 뜻의 '하무'에서 비롯한 것으로 알려졌다. 아무것이나 잘 무는 갯장어 습성에서 유추한 듯하다. 참고로 갯장어 제철은 5월 말부터 9월까지다. 9월과 10월 갯장어가 더 맛있다는 이도 더러 있다.

자, 이제 본격적으로 장어덮밥을 즐길 차례다. 일본 아이치현 나고야식 장어덮밥, '히쓰마부시'다. '히쓰'는 나무로 만든 뚜껑이 있는 그릇을 뜻한다. 나무 그릇에 장어를 올려 먹는다는 뜻으로 읽힌다.

히쓰마부시는 다른 장어덮밥과 차이가 있다. 장어를 비교적 잘게 썬다는 점이 시각적인 차이다. 가장 큰 특징은 먹는 방법이다. 세분화해서 세 가지 방법으로 장어덮밥을 즐긴다.

가장 먼저 나무 그릇에 밥을 담아 그 위에 장어를 올려 낸다. 함께 나온 나무 주걱으로 덮밥을 네 등분한다. 그중 한 부분을 빈 그릇에 옮겨 그대로 즐긴다. 장어 본래 맛을 즐기는 방식이다.

한 차례 맛을 즐겼다면 두 번째로 장어덮밥을 덜어 빈 그릇에 옮긴다. 여기에 고추냉이, 잘게 썬 파 등을 넣고 잘 섞는다. 고추냉이 대신 절인 음식을 내는 곳도 있다고. 이렇게 먹으면 고추냉이 매운맛과 파 등의 풍미가 입안에 돌면서 맛을 더한다.

세 번째는 차나 육수를 부어 먹는 방법이다. 녹차 우린 물에 밥을 말아 먹는 '오차즈케'다. 이쯤 배가 살짝 불러오는데, 찻물에 장어덮밥을 말아 먹으면 가볍게 들어간다. 입맛 없을 때 물에 밥을 말아 먹는 그 느낌이다.

마지막 남은 장어덮밥은 앞서 즐긴 세 가지 방법의 하나를 선택해서 즐기면 된다. 장어덮밥을 그냥 즐겨도 좋겠지만, 가끔은 이렇게 다양한 방식으로 먹는 즐거움을 더해보자.

주변에 장어덮밥을 내는 식당이 없다면 직접 요리하는 방법도 있다. 온전한 장어를 사서 뼈와 가시를 제거하고 다루는 일은 번거롭다. 기술도 필요하다. 등골뼈와 가시를 손질한 장어를 사서 쓰면 편리하다.

히쓰마부시는 차나 육수를 부어 즐길 수 있다. 그 맛이 입맛 없을 때 물에 밥을 말아먹는 것 같아 친근하다. /최환석 기자

먼저 손질한 장어를 팬이나 냄비에 넣고 청주 1컵(200㎖), 맛술 1컵, 물 2컵, 쓰유 2분의 1컵을 넣는다. 중간 불로 조리하다 끓어오르는 시점부터 10분 동안 익힌다. 이 과정은 흙냄새와 비린내를 없앤다.

다른 냄비에는 참치진국 3분의 1컵, 쓰유 2분의 1컵, 물엿 2분의 1컵, 진간장 2분의 1컵, 설탕 2큰술을 넣고 중간 불로 졸이면서 소스를 만든다. 대파와 생강도 약간 넣는다. 반 정도 줄면 불을 끈다.

장어를 구울 때는 가장 먼저 껍질이 바닥에 놓이도록 한다. 중간 불로 굽다가 장어 앞뒤가 노릇해지면 요리용 붓으로 만들어 놓은 소스를 발라가며 굽는다. 완전히 노릇해지면 완성이다.

이제 먹기 좋게 썬 장어를 밥에 올리고 즐기면 된다. 김 가루나 잘게 썬 파, 고추냉이가 있다면 히쓰마부시를 먹을 때처럼 즐겨도 좋다. 오차즈케 방식으로 즐기고 싶다면 시중에 파는 녹차 티백을 우린 물을 써도 나쁘지 않다.

기름진 장어는 단백질과 비타민 A가 많다. 꼭 장어덮밥으로 즐길 필요는 없다. 장어 샤부샤부도 있고, 장어구이도 있다. 물론 가격이 만만치 않은 장어지만 기력을 찾고자 한다면 훌륭한 선택지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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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환석 기자

    • 최환석 기자
  • 문화부. 공연, 문화정책 담당. 레져도 함께. 제보/피드백 010-8994-43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