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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절의 맛] (9) 감자

우리 집 감자 샐러드 소개합니다
조리법·부재료 달라 집마다 맛 각양각색
식빵에 넣어 먹으면 한끼 식사로도 그만

최환석 기자 che@idomin.com 2018년 06월 26일 화요일

각자의 집에서 나는 냄새는 특유의 결이 있는데, 그 형태가 몹시 다르다. 특히 요리를 했을 때 나는 냄새가 그렇다. 어떤 재료를 쓰느냐, 조미료는 무엇을 쓰느냐 등에 따라 천차만별인 것이 음식이다. 거기에는 요리를 하는 사람의 개성이 묻어있다.

타인의 집에 식사 초대를 받아 방문했을 때, 수저를 들고 가장 먼저 먹는 것이 김치다. 김치 맛에는 그 집의 개성이 묻어있어서다. 한국인 한정으로 상대방을 빨리 이해하고, 그 사람의 성향을 읽는 데 가장 도움이 되는 것이 김치라는 생각이다.

아쉽게도 요즘은 김장 김치를 내는 집이 별로 없다. 시판용 김치를 주로 내는데, 맛은 평준화했을지 몰라도 개성은 없어 심심할 따름이다. 물론 갈수록 지치고 바쁜 일상인 데다, 김장 재룟값도 심심찮게 드는 터라 김장을 하지 않는 그 마음을 이해하지 못할 까닭은 없다.

어릴 때는 김치를 딱히 찾지 않았다. 더군다나 집에서 담근 김치 말고는 손을 대지 않았다. 김치 기호에서만큼은 입이 짧았다. 그래서 다른 집의 개성을 읽으려면 다른 음식에 집중해야 했다.

가끔 여러 친구 집에 초대를 받아 함께 밥을 먹었는데, 이유는 모르겠으나 꼭 감자 샐러드가 식탁에 올려졌다. 감자 샐러드는 비교적 쉽게 맛을 낼 수 있고, 여러 재료가 들어 있어 식단 구성이 간편하다는 장점이 있다. 여러모로 김장보다는 손이 덜 간다.

완성한 감자 샐러드. 삶은 감자를 으깬 다음 파프리카, 햄, 소금에 절인 오이와 양파를 한 데 섞었다. 마요네즈와 머스터드 소스도 함께다./최환석 기자

감자 샐러드도 김치에 버금가는 개성 요리다. 공통으로 들어가는 것은 삶은 감자가 거의 유일하고, 나머지 곁들이는 재료는 집집이 조금씩 차이가 있다. 계란을 넣는 집이 있는가 하면, 과일을 꼭 넣는 집이 있다. 쓰이는 과일도 사과, 바나나 등 종류가 갖가지다. 계란과 과일은 일절 넣지 않는 집도 당연히 존재한다.

본래 감자 샐러드는 사워크림(생크림을 발효시켜 새콤한 맛이 나는 크림)이 바탕이 되는데, 보통 한국 가정에서는 마요네즈를 쓴다. 머스터드 소스를 함께 넣어 맛을 내는 집도 있다.

손재주 좋은 엄마를 만나 제철 재료를 쓴 훌륭한 요리를 매일 얻어먹는다. '계절의 맛'을 쓰면서 그 덕을 심심찮게 봤다. 가장 훌륭한 취재원이 바로 엄마다. 곁눈질로 보고 배우고 있지만, 아무래도 그를 따라갈 자신은 없다.

감자가 제철이라 요즘 집에서 곧잘 감자를 쓴 요리를 만난다. 거의 매일 먹는다고 보면 되겠다. 며칠 전에는 집에서 직접 감자탕을 해먹었다. 물론 엄마 솜씨다. 푹 삶긴 돼지고기도 훌륭했지만, 포슬포슬한 감자가 일품이었다.

아침에는 식빵 두 장 사이에 감자 샐러드를 넣어 먹는다. 감자 샐러드를 듬뿍 넣어 먹으면 점심때까지 배가 든든하다. 식빵과 감자 샐러드의 조합은 다소 텁텁하긴 하지만 배를 채우는 데는 그만이다.

이제 엄마의 감자 샐러드 조리법을 밝힐 차례다. 먼저 감자를 잘 삶는다. 젓가락으로 찔러 익은 정도를 확인한다. 삶은 감자는 껍질을 벗겨야 하는데, 뜨거울 때 하는 것이 좋다. 감자를 으깨서 넣을 것이면 마찬가지로 뜨거울 때 하자. 반대로 마요네즈는 감자가 식었을 때 넣어야 한다.

부재료는 파프리카, 햄, 소금에 절인 오이와 양파가 들어간다. 당연히 입맛에 따라 부재료를 다양하게 써도 좋다. 대신 살짝 절인 채소는 물기를 꼭 빼고 넣어야 한다. 한 번 먹을 정도만 만들어 먹는 것이면 크게 상관없지만, 두고 먹을 예정이라면 꼭 물기를 빼야 한다. 나중에 물기가 흥건하게 묻어 나와 잘 만든 감자 샐러드를 망친다.

으깬 감자가 식으면 샐러드 볼에 채소와 함께 넣고 마요네즈를 뿌려 잘 섞는다. 감자 샐러드 간은 절인 채소와 마요네즈가 좌우하기에 맛을 보면서 적당한 양의 마요네즈를 넣으면 된다. 절인 채소가 짜다 싶으면 물에 헹구면 된다.

감자 사진을 찍으려고 엄마에게 감자를 들게 했다. 거친 감자 질감과 엄마의 손이 무척 닮았다. /최환석 기자

엄마는 감자 샐러드에 머스터드 소스를 넣었다. 적당히 매운맛을 내려는 까닭이다. 여기에 후추를 뿌려 향미를 더한다. 잘 섞여 완성된 감자 샐러드는 보기만 해도 배가 부르다. 냉장고에 2~3시간가량 묵히면 간이 적당히 배어 맛있어진다.

솔직히 감자는 그냥 삶아 먹어도 맛있다. 어떻게 먹든 속을 든든하게 채운다. 남미 안데스가 원산지인 감자는 한국을 포함한 전 세계에서 재배된다. 식민지화를 목표로 함대를 이끌고 돌아다니던 유럽인에게 감자를 내어준 것은 남아메리카 원주민이다. 배가 고파 허덕이는 이들에게 감자는 더할 나위 없는 식량이었겠다. 남아메리카 원주민이 건넨 선물은 유럽 식량문제를 해결한 주인공이기도 하다. 한국에서도 마찬가지 먹을 것이 부족한 시기에 감자가 큰 역할을 했다.

뱀발로, 사진을 찍겠다고 엄마에게 감자를 들게 했는데 다 찍고 나서 결과물을 보니 거친 감자의 질감과 엄마의 손이 무척이나 닮았더라. 아들 배를 불리게 하겠다는 엄마의 마음과 감자의 포슬포슬한 속살도 꽤나 닮은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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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환석 기자

    • 최환석 기자
  • 문화부. 공연, 문화정책 담당. 레져도 함께. 제보/피드백 010-8994-4329.

2개의 의견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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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비단안개 2018-06-26 21:15:22    
잘 읽었습니다.^^*
211.***.***.1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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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 환석 (choi****) 2018-07-03 09:56:30
고맙습니다^^
6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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