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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소리 다섯 마당 오롯이 남긴 '독보적 목소리'

'경남 소리꾼' 이선유 조명하는 까닭은
김택수가 채록·출판한 창본 <오가전집> 명창
춘향가·심청가 중심 전승에 유실 우려 제기
이선유 연구·판소리 가치 보존 필요성 커져

최환석 기자 che@idomin.com 2018년 07월 09일 월요일

한 명의 소리꾼과 한 명의 고수로부터 재연되는 판소리는 가장 잘 알려진 한국 전통 무대예술 하나다. 1993년 개봉한 임권택 감독 영화 <서편제>는 한국영화 최초로 서울 관객 100만 명을 넘기며 전통문화는 고루하다는 인식을 바꿨다. 잘 만든 영화 하나가 판소리를 대중에 각인한 셈이다.

대중의 관심 아래 판소리는 다른 공연 분야와 협력하면서 외연 확장을 시도했다.

요즘 판소리는 전통 아래 형식을 다양화한다. 영화 <서편제>를 모르는 세대에도 접근할 방안을 모색하면서 약동하고 있는 셈이다.

현재 판소리는 춘향가·심청가 중심으로 전승되는데,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수궁가·적벽가 전승은 적고, 흥보가 끄트머리에 나오는 놀보가 박 타는 부분은 유실 우려도 있는 상황이어서다. 그런 점에서 판소리 다섯 마당을 완전한 형태로 기록한 사설집 <오가전집>과 경남의 소리꾼 이선유의 의미가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명창 소리를 채록, 출판한 창본 <오가전집>을 펴낸 김택수. /최란경 박사

영화 <서편제> 덕분에 대중은 동편제·서편제로 판소리를 구분한다. 동편제·서편제·중고제는 지역으로 판소리를 구분하는 방식이다. 동편제와 서편제를 나누는 지형적 기준은 전라도 지리산 기슭을 지나 남해 광양만으로 흐르는 섬진강이다.

동편제 고장인 남원과 구례는 지형적으로 지리산과 맞닿아 평야가 발달한 서편제와 소리가 다르다. 박자는 빠르고 기교는 적다. 대신 힘이 있다. 소리의 끝을 짧게 끊고, 시김새는 굵다. 기교와 수식이 돋보이는 서편제와 다른 점이다. 나머지 중고제는 경기도·충청도 지역 소리다.

일제 강점기를 거치면서 교통수단이 발달했고, 이동에 드는 수고가 줄었다. 그 까닭에 지역으로 판소리를 구분하지 않고, 전승 계보에 따라 분류하기 시작했다. 19세기 전반 활동한 송흥록과 19세기 활동한 박유전이라는 인물은 전승 계보 분류의 시작점이다.

동편제는 송흥록으로부터 시작한다. 김세종, 정춘풍이 다음 세대로 계보를 이루면서 송흥록, 김세종, 정춘풍 계열이 자리를 잡았다. 송흥록 계열 소리는 남원·구례, 김세종 계열은 고창·순창이 중심이다.

하동에서 태어나 진주에서 사망한 소리꾼 이선유(1873~1949)는 동편제 송흥록, 김세종 두 계열을 모두 잇는 독특한 인물이다.

이선유가 살던 진주 장대동 집터. /최란경 박사

이선유는 열다섯 나이에 송흥록 계열의 송우룡에게 3년 동안 소리를 배웠다. 독공을 하다 이후 김세종에게 소리를 배웠다. 이선유는 감정을 절제하는 동편제 법통을 목숨처럼 지킨 인물이다.

이선유는 '역설적' 인물이다. 뒤를 잇는 제자가 없어 전승이 끊겼다. 그럼에도 <오가전집>이라는 판소리 다섯 마당(춘향가, 심청가, 화용도, 수궁가, 박타령) 창본과 여러 음반 등을 남겨 누구보다 명징하다는 점에서다.

이선유는 총 세 번 음반을 녹음한 바 있다. 유성기 음반으로는 총 24면, 1시간 20분가량 분량인데 송만갑 다음으로 많다.

사설집인 <오가전집>은 조선 시대 예학을 대표하는 유가 출신이면서 판소리를 애정한 김택수라는 인물이 펴냈다. 그는 사라질 처지에 놓인 판소리를 기록으로 남기려고 시도했다.

1962년 <동아일보> 기사에서 김택수는 "우리 고유의 노래를 성문화해 보았으면 하는 욕심과 국악학교의 설립과 당시 1만 명을 헤아리는 기생들에게 책을 팔아보자는 데 있었던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상업적 목적, 전통 보존 필요성, 개인적인 취향이 맞물려 나온 책이 바로 <오가전집>인 셈이다.

<오가전집>은 판소리 다섯 마당을 소리꾼이 부르면 글로 옮겨 적은 것이다. 명창의 소리를 채록, 출판한 최초의 창본이다. 김택수는 기록에 필요한 소리꾼으로 이선유를 선택했다. 당시 이선유는 대중과는 다소 거리가 먼 소리꾼이었다.

이선유 전문가 최란경 박사는 김택수가 이선유를 선택한 까닭으로 이선유 소리가 고제 동편제였다는 점을 꼽았다. 일제 강점기를 기점으로 판소리는 고제, 신제로 나뉜다. 고제는 전통을 따르는 것, 신제는 새로운 흐름을 강조하는 것이다. 신제 소리꾼으로는 송만갑이 잘 알려졌다. 이선유는 고제의 인물이다.

김택수 성향으로는 개혁적인 신제 동편제보다는 전통에 가까운 고제 동편제가 맞았을 것이라고 설명한다. 이밖에 김택수가 좋아한 <수궁가>를 이선유가 잘 불렀다는 점, 가늘고 맑은 이선유 소리를 김택수가 마음에 들어 했을 가능성도 있다.

경남의 소리꾼 이선유. /최란경 박사

어떤 이유에서든 김택수는 친분이 있던 송만갑 대신 이선유를 선택했다. 김택수의 선택 덕분에 이선유 소리는 명확하게 기록이 남았다. 제자가 없어 전승은 끊겼지만 해방 이전 판소리 명창 가운데는 유일하게 판소리 다섯 마당 창본을 남긴 셈이다.

같은 동편제라도 송만갑 소리는 적벽가, 유성준 소리는 수궁가만 전승되고 있다. 다섯 마당 모두 완전한 형태로 사설집이 존재하는 인물은 이선유가 독보적이다.

기록이 명확하게 남은 상황에서 남은 작업은 이선유라는 인물에 집중하는 것이다. 최 박사는 "이선유에 깊숙이 들어가 이론적, 음악적으로 그의 소리를 뽑아내야 한다"고 강조했다. 다섯 마당을 바탕으로 온전한 기록을 완성해야 한다는 것.

판소리 전승이 일부 마당 중심으로 이어지고, 나머지 마당 유실 우려가 나오는 상황에서 온전한 판소리 다섯 마당 가치를 보존하려면 소리꾼 이선유와 <오가전집> 역할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설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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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환석 기자

    • 최환석 기자
  • 문화부. 공연, 문화정책 담당. 레져도 함께. 제보/피드백 010-8994-43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