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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광로 같은 일터…꾸역꾸역 넘기는 소금밥

무더위 속 건설 노동자 "점심 시간 40분 순식간…그늘서 잠시라도 쉬고파"

류민기 기자 idomin83@idomin.com 2018년 07월 17일 화요일

가만히 있어도 등줄기로 땀이 흘러내린다. 찜통 같은 무더위에 바깥에 사람이라고는 찾아볼 수가 없다. 모두 뜨거운 햇살을 피해 어디론가 숨어버렸으리라.

쾅! 쾅! 쾅! 쾅! 16일 오전 11시 50분쯤 창원시 마산합포구의 한 건설현장에서는 쇠망치 소리가 울려 퍼졌다. 점심을 먹으려 건물 밖으로 나오는 이들이 있었고, 몇몇은 작업을 계속하고 있었다.

"30도가 넘으면 점심시간을 더 주면 좋을 긴데."

한 노동자가 툭 내뱉었다. 낮 12시부터 40분쯤 되는 점심시간이 부족하다는 말이었다. 밥을 먹고 나면 잠시 눈 좀 붙일 시간도 없다는 하소연이었다. '함바집'(건설현장 식당)에 들어가니 노동자들은 밥 한 숟가락을 입에 넣고 분주히 젓가락질을 했다. 식당 아주머니가 오이냉국을 내놓으니 목이 타는지 한 번에 들이켜는 이도 있었다.

경남 대부분 지역이 폭염경보가 발령된 16일 창원시 마산합포구 한 건설현장서 노동자가 콘크리트 타설을 위한 철근 작업을 하던 중 물로 갈증을 달래고 있다. /박일호 기자 iris15@

땀 흘리고 나서 먹는 밥은 어떤 맛일까? 아무 맛이 없단다. "먹어야 일하니까, 억지로 먹는 거 아니가. 날 더운데 밥맛이 있을 턱이 있나. 물맛이 최고지." 저마다 주거니 받거니 이야기를 나눴다. 누군가는 아무 표정 없이 밥숟가락을 입에 넣었다. 그렇게 점심시간이 흘러갔다.

공사 현장으로 돌아오니 한 무리가 옹기종기 모여 쉬고 있었다. 누군가는 누워 있고, 누군가는 밖을 내다보고 있고, 누군가는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목수로 일하는 ㄱ(51) 씨는 자신을 '욱이'로 소개해달라고 했다. "90년도 때부터 이 일을 했으니깐 한 30년 했지. 지금 일당이 20만 원 정도 되니 쏠쏠할 거로 생각하는데 일 없으면 쉬고, 비 오면 쉬고 돈 많이 못 벌어. 한 달에 많을 때는 20일 일하지만 적을 때는 10일이나 하는지 모르겠다."

중학교 3학년 아들, 초등학교 6학년 딸을 둔 그는 어깨가 무겁다. "누가 좋아서 하겠노. 배운 게 이거라고, 입에 풀칠하려고 하는 거지. 먹고살아야 하니깐 하는 기라."

짧은 점심때가 훌쩍 지나버렸다. 햇볕에 타지 않도록 팔 토시랑 수건으로 '중무장'한 후 그늘 한 점 없는 공사판으로 나섰다. 이내 땀은 비 오듯 쏟아져 내렸다.

뜨거운 햇볕 아래서 철근 작업. /박일호 기자

거푸집을 떼어내는 작업을 하는데, 앞뒤로 흔들어대는 게 보는 사람마저 '흔들흔들' 거린다. 비계 아래로 보이는 바닥도 아찔하기만 하다. "됐다, 됐다", "약간만 더". 이렇게 말을 주고받더니 거푸집을 떼어낸 후 아무 일 없다는 듯 자리를 옮겼다. 또 다른 노동자는 용광로에서 지금 막 나온 듯한 철근을 옮겼다. 그 길이며 무게도 그렇지만 잘 달궈진 탓에 장갑을 꼈어도 소용이 없을 듯했다.

타워크레인 기사 ㄴ(70) 씨는 나이가 많지만 건강하기에 계속 일한다고 했다. 중공업 회사에서 정년퇴직했다는 그는 해외에서 16년간 생활하는 등 건설현장에서 잔뼈가 굵었다. "여기 일하는 사람들도 그렇고 모두들 이렇게 덥지만 일하려고 한다. 일거리라는 게 계속 있는 게 좋지."

통계청이 최근 발표한 '6월 고용동향'을 보면 전국에서 일하는 건설업 종사 노동자가 203만 4000명. 이들은 저마다 사연을 안고 오늘도 불볕더위에서 땀방울을 훔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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