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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속 클래식 이야기]킹스 스피치

조지 6세 '버티' 전기 작품…말 더듬어 연설 두려워해
괴짜치료사 로그 만나 변화, 클래식 명곡 수차례 사용
전쟁선포문 낭독장면 압권, 베토벤 교향곡 7번 2악장
비장함 더하며 효과 발휘

시민기자 심광도 webmaster@idomin.com 2018년 07월 17일 화요일

이 영화는 영국 왕 조지 5세의 차남이자 후에 왕위를 이어받아 조지 6세가 되는 버티의 일화를 다룬 전기영화로서 2011년 아카데미 영화제에서 작품상을 받았으며 버티역을 맡은 콜린 퍼스에게 아카데미 남우주연상을 안겨준 수작이다. 조지 6세는 현 영국여왕 엘리자베스 2세의 아버지이기도 하다.

차남이긴 하나 왕자인 그는 대중 앞에서 연설할 기회가 당연히 많아야 한다. 하지만 그는 어렸을 적부터 말더듬이로 그의 앞에 놓인 마이크가 항상 두렵다. 아내는 여러 방법을 동원해 그를 치유하려 하나 매번 실패하고 버티는 이제 거의 포기상태. 이때 호주에서 건너온 괴짜 말더듬이 치료사 라이오넬 로그를 만나게 된다. 

왕자로서 대중 앞에서 연설해야 할 때가 많은 버티, 하지만 그는 말더듬이다.
처음에는 서로 삐걱거렸으나 점차 서로에 대한 우정을 쌓아가며 치료를 계속해 나가는 가운데 아버지인 조지 5세가 서거하고 버티의 형이 왕위에 오른다. 하지만 왕실의 생활에 회의적인 형은 1년도 되지 않아 이혼녀와의 결혼을 위해 왕위에서 물러나고 결국 버티가 조지 6세로서 왕위에 오른다. 그 후 얼마 지나지 않아 히틀러에 의해 유럽은 전쟁의 소용돌이에 휩싸이고 이윽고 영국은 독일에 전쟁을 선포한다. 이제 국왕으로서 버티는 온 국민을 화합하기 위한 전쟁 선포문 방송을 앞두게 된다.

베토벤 교향곡 7번 2악장이 흐르는 가운데 전쟁선포문을 낭독 중인 조지 6세. /스틸컷·캡처

◇몰입감 높이는 음악

한 사람의 입술과 발음을 보고 듣는데 이렇게 긴장해 본 적이 있었던가? 최고의 몰입감을 선사하는 전쟁선포문 방송 장면. 그는 준비된 연설문을 로그가 지켜보는 가운데 천천히 읽어나간다. 이때 마이크의 켜짐과 함께 흘러나오는 음악이 바로 '베토벤 교향곡 7번의 2악장'이다. 장송행진곡으로 유명한 이 악장은 그 비장함으로 인해 그의 연설에 힘을 실어 주는 놀라운 효과를 발휘한다.

베토벤의 7번째 교향곡을 표현할 때 가장 많이 사용되는 단어는 아마도 '술'이다. 누군가는 베토벤이 술에 취해 작곡했다고 표현했으며 '나는 인류를 위하여 술을 빚는 바커스이다'라고 스스로 이야기한 베토벤에게 가장 어울리는 곡으로 꼽히기도 한다. 헝가리 작곡가 '리스트'는 이 곡을 가리켜 '리듬의 신격화'라는 말을 남겼는데 과연 들어보면 강박적으로 반복되는 리듬의 향연으로 이끌리듯 몸이 들썩거린다.

4개의 악장 중 2악장을 제외한 모든 악장이 열정적이며 떠들썩하여 베토벤은 이 곡에서 그의 모든 에너지를 쏟아 부은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 정도이다. 하지만 어떤 의도에서인가 2악장은 장송행진곡으로 불린다. 이러한 배치가 어떤 의도였을지는 알 수 없으나 이어지는 악장의 질주를 더욱 부각시켜 준다는 생각에는 이견이 없을 듯하다.

헤드폰을 쓰고 책을 읽어보라는 로그, 헤드폰에서는 모차르트의 '피가로의 결혼' 서곡이 흘러나온다.

저음 현악기들의 조용한 울림으로 시작하는 곡은 점차 참여 악기군을 넓혀 가며 분위기를 고조시켜 나가다 결의에 찬 듯한 클라이맥스로 이어지는데, 이는 처음에는 어눌한 듯 시작된 조지 6세의 연설이 점차 마음속의 진심을 전하는 굳건한 믿음의 소리로 바뀌어 가는 과정을 보여주는 듯하여 음악이 주는 효과가 상당하다 하겠다. 이 비장한 선율은 영화 <노잉>에서 지구가 멸망하는 마지막 장면에서도 흐른다.

추천되는 연주로는 빈 필하모닉 오케스트라를 이끈 지휘자 '카를로스 클라이버'의 연주를 이야기해야 할 것이다. 많은 명연이 존재하지만 리듬이 주는 쾌감이라는 측면에서 볼 때 그의 연주는 압도적이다. 이미 그는 많은 음악가와 감상자로부터 리듬감에 있어서는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는 평가를 받던 지휘자였으며, 연주에 있어서도 과연 그 명성이 허투루 생긴 것이 아닌 것을 증명한다. 녹음을 꺼렸던 탓에 녹음이 많지 않은 것이 안타깝지만 남은 대부분이 명연으로 꼽히며 이전 TV드라마 <베토벤 바이러스>에서 주인공이 닮고 싶어 했던 지휘자로서 언급되기도 했다.

말 더듬는 것을 치료 중인 주인공 버티, 모차르트의 클라리넷 협주곡 1악장이 배경음악으로 사용된다.

◇시대 관통하는 명곡

이 곡 외에도 영화에서는 여러 클래식 명곡이 사용된다. 버티와 로그의 첫 대면과 치료상담, 말을 더듬는 버티에게 헤드폰을 쓰게 하고 누구나 한 번쯤 들어봤을 법한 문장을 읽게 하는데 이때 헤드폰에서 모차르트의 <피가로의 결혼> 서곡이 흘러나온다. 자신의 소리를 들을 수 없다고 투정하자 로그는 꼭 자기가 하는 말을 들어야 알 수 있냐며 버티의 말을 녹음하기 시작한다. "죽느냐 사느냐 그것이 문제로다."

포기를 선언하고 집으로 돌아간 버티. 그는 우연히 자신의 말을 녹음한 음반을 듣고는 다시 로그를 찾아가게 되고 치료를 시작한다. 이때 경쾌히 흘러나오는 모차르트의 클라리넷 협주곡 1악장은 그의 말더듬이 나아질 것이라는 희망을 이야기하는 듯하다. 이 음악은 영화의 엔딩크레딧이 올라갈 때도 사용된다.

마지막 장면, 전쟁선포문 낭독을 성공리에 끝낸 조지 6세는 로그를 친구라 부르며 고마움을 표시한다. 그러곤 왕궁 앞에 모인 군중에 인사를 하고자 가족과 함께 로비로 나간다. 이때 베토벤의 피아노협주곡 5번 <황제>의 2악장이 흐른다. 그런 왕의 뒷모습을 조용히 지켜보는 로그. 이 장면이 끝나고 엔딩크레딧이 오를 때 3악장이 나오겠거니 했지만 앞서 이야기했듯 모차르트 클라리넷 협주곡으로 이어진다.

한 가지 기억에 남는 장면이 있다. 무사히 대관식을 마치고 편집된 영상물을 확인하는 조지6세의 가족들, 모두가 만족하고 마치려는 때 이어지는 영상이 있어 보게 된다. 바로 히틀러의 연설장면. 호소력 있는 목소리와 자신감 넘치는 제스처로 청중을 압도하는 그의 모습에 딸이 묻는다.

"뭐라고 하는 거예요?" 이때 왕이 대답한다. "잘 모르겠는데 말은 청산유수로구나." 말더듬이 왕과 연설의 제왕 히틀러. 말을 전달하는 데 호소력이 있다면 좋을 것이다. 하지만,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은 무엇인가? 바로 내용이다. 편견과 파괴의 말이 호소력을 가졌을 때 가져 오는 비극을 우리는 히틀러로부터 보았다. 자신의 의견을 어떤 식으로 멋지게 전달할 것인가를 고민하기 이전에 자신의 혀에서 독이 뿜어져 나오는 것이 아닌지 살펴볼 일임을 이 장면을 통해 느낄 수 있다.

사람은 누구나가 단점을 가지고 살아간다. 어떠한 것은 삶을 살아가는 데 지장을 줄 정도로 심각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하다면 버티처럼 끊임없이 나아지려고 노력해야 한다. 하지만 더 중요한 것은 자신을 사랑하는 것이 아닐까? 단점이 있다면 극복하려 노력하고 서서히 나아져 가는 자신을 칭찬할 줄 알아야 한다.

그리고 '이게 나다'며 스스로 감싸 안을 수 있는 용기가 필요한 것이라 영화는 이야기한다. 많은 경우, 상대방은 인식조차 하지 못하는 나에 대한 불만으로 자책하며 자신감을 잃고 스스로 불행해 하는 모습들을 자주 보아 오지 않았는가.

연설이 끝난 버티를 향해 로그가 농담 식으로 말한다. "아직 W에서 조금 더듬으세요."

이때 조지 6세로 거듭난 버티가 그를 향해 대답한다. "조금 더듬어야 난 줄 알지." 

/시민기자 심광도

※ 이 기사는 경상남도 지역신문발전지원사업 보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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