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노트]한 편의 드라마가 남긴 것들
어렸을 적 난 사극을 좋아했다. 말을 타고 전장을 누비는 영웅들의 모습은 어린 날 흥분시키기에 충분했다. 나이가 들어 다시 보게 된 사극에서 내 눈길을 끈 건 영웅이 아닌 병사들이었다. 사극 속 그들은 한낱 병졸에 불과했지만 현실에선 누군가의 아버지이자 형제이고 아들이었다. 그러나 그들의 이름은 역사책 어디에도 기록돼 있지 않다.
최근 종영한 tvN 드라마 <미스터 션샤인>은 우리에게 큰 울림을 준다. 미스터 션샤인은 구한말 조국의 독립을 위해 목숨을 바친 민초들의 모습을 집중적으로 조명한 작품이다. 김은숙 작가는 "이 드라마로 '아무개 의병' 들이 기억되길 바란다"고 집필 의도를 밝히기도 했다. 지금까지 일제강점기를 다룬 작품들이 잘 알려진 독립 운동가를 다룬 것에 비해 이름 없는 의병의 삶을 담아낸 것은 큰 의미가 있다.
경제적 효과도 상상 이상이다. 430억 원의 제작비가 투입된 드라마는 방송 3회 만에 시청률 10%를 돌파했다. 거기다 방영권 라이선스 계약, 주문형 비디오(VOD), 간접광고(PPL) 등으로 인한 총수익은 500여억 원에 달한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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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를 촬영한 장소들이 인기를 끌면서 지역경제 활성화에도 크게 기여했다. 경남지역도 그 특수를 맞고 있다. 고애신(김태리 분)의 집으로 나온 함양 일두 선생 고택을 비롯해 희성(변요한 분)의 할아버지 집인 하동 최참판 댁, 합천 황매산, 창녕 화왕산성 등에 관광객의 발길이 끊이질 않고 있다. 드라마 한 편이 우리에게 참 많은 것을 남긴 듯하다.
치열하고 어두웠던 그 시절, 조국의 독립을 위해 이름 없이 죽어간 민초들의 희생에 다시 한 번 경의를 표한다. 굿바이 미스터 션샤인, 독립된 조국에서 시유 어게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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