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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동기획 하천과 문화] (10) 광려천을 둘러보았더니

너른 품에서 철새들 노닐고 맘은 편안해지네
대부분 하천과 달리 북동진
삼계·원계서 폭 더 넓어져
노거수 많은 삼풍대 눈길
아파트 들어서며 인구 증가
곳곳 정겨운 풍경 만나지만
수질정화 방안도 고민해야

공동취재팀 pole@idomin.com 2018년 10월 10일 수요일

광려천은 광려산에서 시작한다. 창원시 마산회원구·마산합포구와 함안군을 동서로 가르는 경계 구실을 하는 산이다. 산마루에서 북동쪽 직선으로 1㎞ 지점에 광산사가 있다. 그 옆에 보면 골짜기를 타고 흘러내리는 물줄기가 있다. 세상에 알려진 광려천의 첫 모습이다. 마산 내서읍 신감리까지 북동진하다 오른편에서 감천을 받아들이며 정북을 향해 흐른다. 우리나라 하천은 대부분 서쪽이나 남쪽으로 흐르는데 광려천은 그 반대다.

광려천은 삼계·원계 마을에 들면서 너비가 확 넓어진다. 비탈진 산지를 벗어나 평지에 이른 셈인데 여기서부터 흐름이 느려진다. 동네 이름도 예사롭지 않다. 동쪽에 원계, 서쪽에 삼계·안계가 있는데 모두 시내를 뜻하는 한자 계(溪)를 쓰고 있다. 여기서 흘러드는 물줄기들 때문에 광려천은 품이 더욱 넉넉해지게 되는 것이다. 여태까지는 개울 수준이었지만 여기서 제법 널러져 하천다운 모습을 갖추었다.

세월교 상류쪽 제방. 불어오는 바람에 갈대와 억새가 몸을 가누지 못하고 있다.

◇광려천과 삼풍대의 관계

삼계 마을에 삼풍대가 있다. 여러 아파트 한복판에 있는 마을숲이다. 옛날에는 훨씬 더 많았는데 지금도 노거수만 해도 서른 그루 남짓이 된다. 팽나무·느티나무·회화나무·말채나무 등인데 400~500살은 되어 보이는 경우도 적지 않다. 울창하고 늠름한 이런 숲이 그냥 자연스레 형성됐으리라 여기기 십상이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다. 옛날 사람들은 새로 정착을 하면 나무부터 먼저 심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어느 마을이든 사람이 살아온 역사와 거기 나무들 나이는 얼추 비슷하다.

재미있게도 광려천과 삼풍대가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다는 사실을 여기 사는 사람들도 대부분 잘 알지 못한다. 아파트로 둘러싸여 있고 광려천은 100m 바깥에 동떨어져 있으니 그럴 만도 하다. 그렇지만 시간을 조금만 뒤로 돌려도 쉽사리 짐작이 된다. 삼풍대 옆에 삼계천이 흐르는데 광려천과 만나기 직전 130m 지점부터는 복개가 되어 버렸다. 1990년대 택지 조성을 하면서 도로로 쓰기 위해 그렇게 했다. 삼풍대와 광려천의 연결고리는 이렇게 사라졌다. 그래서 서로가 무관한 별개로 여겨지게 되었지만 근본을 따져보면 광려천과 삼계천이 만나면서 생겨난 자식 같은 존재가 바로 삼풍대라 할 수 있다.

삼풍대 마을숲.

지금 삼풍대는 복개한 도로와 직각을 이루며 북쪽 산기슭에서 남으로 뻗어 있다. 140m 정도만 숲이고 남쪽 나머지는 도서관·우체국·상가가 잇달아 있다. 원래는 남쪽도 마주보이는 산기슭까지 숲이었을 것이다. 마을숲은 자연과 인간을 나누는 경계였다. 안쪽은 사람이 살면서 농사짓는 인간의 영역이고 바깥쪽은 물도 넘나들고 수목이 우묵한 자연의 영역이었다. 인간을 이롭게 하기도 했다. 홍수가 나면 범람을 막고 태풍이 불면 바람을 막고 여름엔 그늘을 주고 겨울엔 햇볕을 안겼다. 멋진 풍경도 선사하고 쉬거나 노는 마당도 되어주었다. 삼풍대는 무성한 여름철에는 한낮에도 들어서면 어둑어둑할 정도로 장하다.

◇수질 정화 노력은 어디에

광려천은 원래 어떤 모습이었을까? 딱 한 가지로 고정되어 있지는 않았다. 바람이 불고 비가 내리는 데 따라서도 달라졌겠지. 언덕이 무너지면 물길이 막혔고 다시 물이 세차게 흐르면 에두르던 물길이 다시 곧아졌을 것이다. 100년 전 150년 전에는 안팎의 구분도 선명하지 않았다. 그러다 1900년대 즈음 사람들이 필요에 따라 높다랗게 축대·제방을 쌓으면서 안팎이 뚜렷하게 나뉘게 되었다. 제방 바깥쪽 저습지는 농경지가 되더니 1980년대부터는 공장·아파트·상가로 한 번 더 변신했다. 이런 겉모습이야 어떻게 달라지든 그냥 그러려니 할 수 있다. 예전에도 인간들이 자기 필요하다고 바꾼 역사가 무수하니까.

반면 수질만큼은 무심하게 넘기기 어렵다. 올여름 7월 5일에 광려천에 기름띠가 둥둥 뜬 적이 있다. 이게 광려천의 일상이 되어서는 곤란하지 않을까 싶다. 깨끗한 수질을 바라는 것은 다른 무엇을 위해서가 아니다. 바로 우리 인간을 위해서다. 삼계마을 한 아파트에 사는 사람은 이렇게 말했다. "1997년 처음 이사왔을 때는 내서여고 앞 중리공단 근처에서 미역을 감아도 까딱없었다. 그런데 2000년에는 같은 물에 들어갔는데도 곧바로 피부병이 생기더라. 보이진 않아도 겨우 3~4년 만에 이렇게 더러워졌다." 인구 압력에 수질이 무너진 것이다. 지금은 1㎞는 더 올라가야 안심하고 놀 수 있다.

지금 광려천에는 둔치에 산책로가 생겨났고 그 둘레에 풀과 나무가 심겨 있다. 그런데 수질 정화에는 다들 별로 관심이 없는 듯하다. 옆구리 하수구에서 구정물이 흘러나와도 크게 문제 삼지 않는다. 지역 주민도 그렇고 행정당국도 마찬가지다. 노랑꽃창포·미나리·갈대·억새처럼 수질 정화 효과가 뛰어난 습지식물은 찾아보기 어렵다. 풍경도 멋지게 하고 물도 깨끗하게 하는데 왜 심지 않는지 모르겠다. 몇몇 뜻있는 이들이 주장을 해도 창원시청까지는 못 미치는 까닭은 무엇일까. 광려천에서 벌이는 토목공사를 10%만 줄여도 비용은 충분히 감당하고도 남을 텐데 아쉬운 노릇이다.

◇광려천 멋진 모습을 보려면

공장과 아파트와 상가가 뒤섞여 나타나는 도시 경관은 10㎞ 정도 더 이어진다. 함안군 칠서면 무릉리 칠원중·고교와 에이스아파트 주변 칠원천이 광려천으로 흘러드는 자리까지다. 여기 합류 지점은 물고기가 많은지 낚시하는 이들을 손쉽게 볼 수 있다. 이들이 잡아올린 물고기 가운데 손바닥 만한 녀석도 많았다.

여기를 벗어나니 바로 시골 경관이 펼쳐진다. 추석 지나고 갔더니 가을이 막 시작된 덕분에 멋진 모습이 곳곳에서 눈에 담겼다. 먼저 세월교 부근(칠서면 구포리 1089-2)이 그럴듯했다. 비가 많이 오면 물에 잠기는 조그만 콘크리트 다리인데 하류 2㎞가량 지점이었다. 떠나지 않은 여름철새 백로와 일찍 돌아온 겨울철새 오리들이 물 속에서 함께 한가로움을 누리고 있었다. 제방 비탈에는 키를 한껏 키운 갈대와 억새가 잔뜩 우거져 바람에 흔들렸다. 꽃대를 높이 세운 채 아래로 자빠졌다 곧바로 일어나는 모습을 되풀이하는 것이었다. 가없이 뻗은 제방이 온통 이러니 제법 넋놓고 볼 만한 풍경이었다.

괜찮은 데는 또 있다. 광려천이 낙동강으로 들어가는 자리(칠북면 덕남리 316-2)에서 상류로 2km 정도(덕남리 1001-1)까지다. 야트막한 습지 풍경이 이어지고 있었다. 이리저리 비틀고 구부러지며 낙동강을 향하는 광려천 모습도 나쁘지 않았다. 상류를 향해 고개를 돌렸더니 몽글몽글 부드러운 느낌을 주는 물버들 무리가 이어지고 있다. 여울 사이로 흙이 두툼하게 쌓여 조그만 섬을 이루다 보니 그 위에 뿌리를 내린 것이다. 바라보니 머리가 절로 깨끗해지고 마음까지 편안해졌다. 〈끝>

주관 : 경상남도람사르환경재단

문의 : 환경교육팀 055-533-9540, gref2008@hanmail.net

수행 : 경남도민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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