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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을 열며]대학이 뭐길래

중2 내신성적도 대입 반영된다는데
그 어린 때부터 친구와 경쟁하라니

문일환 경남지방변호사회 총무이사 webmaster@idomin.com 2018년 10월 11일 목요일

올해 여름은 기상관측 이래 최고의 더위라며 말이 많았는데 뜨거운 사회 의제도 참 많았던 것으로 기억한다. 개인적으로는 대입제도 개편 공론화위원회의 활동과 그 결과물이 기억에 남는다. 수백 명의 다양한 시민참여단이 구성되었고, 그들이 여러 날 숙식까지 하면서 결론을 내렸다. 물론 그들의 결정에 구속력이 있는 것은 아니지만 그 시도와 과정이 놀랍도록 새로웠던 것은 사실이다. 국가의 큰 정책 결정에 비전문가인 일반 시민들이 이런 식으로 정돈된 의견을 낸다는 것은 직접민주주의의 새로운 시도로 보였다. 법원에서 시행하고 있는 국민참여재판과도 매우 비슷했다. 아무튼, 대학이 뭐길래 이런 것까지 하나 싶었다.

필자는 요새 말 많은 수학능력시험(수능) 2세대다. 1994년 입시에서 수능이 처음 도입되었고, 필자의 1년 선배들이 수능이라는 것을 처음 봤었다. 현재는 구 교육의 상징처럼 까이는 수능이지만 그때만큼은 신교육의 샛별처럼 모든 이들의 관심을 받았었다. 완전히 바뀐 입시에 득을 본 사람도 있고, 그렇지 않은 사람도 있었다. 다만 그래도 수능이나 본고사가 당락을 결정했지 내신 성적이나 면접시험으로 당락이 결정된다는 생각은 하지 않았었다. 하지만 지금은 대학입시에서 수시가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고, 그 수시에서 내신 성적이 가장 중요하다. 그런데 그 내신 성적이라는 것이 중학교 2학년 때부터 시작이라고 한다. 필자 때는 중학교 성적은 대입에 반영되지 않았는데 지금은 그렇단다. 중학교 2학년 때부터 바로 옆 친구가 대학 진학을 위한 잠재적 경쟁자가 아니라, 실제적 경쟁자라니 너무 삭막한 시절이 아닌가 싶다.

필자 중학생 시절에 학교에서 큰 난리가 난 적이 있었다. 요샛말로 시험지 유출 사건이었다. 지금은 학교에서 시험지 관리를 어떻게 하는지 모르겠지만 그 시절만 해도 참 허술했다. 시골 학교라 더 그런 건지도 모르겠다. 시험 보기 며칠 전에 잠겨 있는 교무실 문을 열고 들어가 각 과목 선생님들의 캐비닛을 열어보면 고스란히 시험지와 답안지가 놓여있었다. 학교 성적으로 그렇게 눈에 띄지 않았던 한 다른 반 학생이 갑자기 혜성처럼 등장해 전교 1등을 하였다. 그런데 한 번에 그치는 것이 아니고 중간, 기말시험 계속해서 수석을 놓치지 않았고, 필자는 그 학생에 밀려 2등을 하였다. 그런데 그 학생이 수학 시험을 보는 중에 시작한 지 얼마 되지도 않아 답안지를 적고 자는 모습을 본 감독 선생님이 의아해서 시험지를 보았는데 수학 문제를 푼 흔적이 전혀 없었다. 뭔가 이상하다는 생각이 든 그 선생님은 시험이 끝나고 그 학생을 따로 불렀고, 결국 그 학생과 친한 일단의 학생들이 매 시험 전에 숙직실에 몰래 들어가 교무실 열쇠를 빼서 시험지와 답안지를 유출한 사실이 모두 발각되었다. 모두 정학을 맞았고, 특히 유출을 주도한 그 학생은 극약을 먹고 자살시도까지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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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시 대입에 반영되지도 않는 중학교 내신 성적에 어린 소년들이 그리도 간 큰일을 저질렀는지 지금도 의아하다. 요새 시험지 유출 사고는 모두 학부모나 교사가 관련되어 있다고 한다. 내 아이의 대학입시를 위해, 내신 성적을 위해 학교 교사와 공모해 시험지를 유출하는 부모와 그 부모로부터 그것을 받아들고 시험을 보는 학생. 도대체 우리는 인간의 선의를 어디까지 믿어야 할까. 왜 우리 아이들은 중학교 2학년 때부터 옆 친구와 잔인한 경쟁에 내몰려야 할까. 대학입시 비용을 줄이고 신뢰를 쌓으려고 한 정책들이 결국 더 복잡해진 전형을 만들고 그로 인해 더 많은 사회적 비용을 치르게 하고 신뢰를 잃게 만드는 게 아닐까. 도대체 대학이 뭐길래 말이다.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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