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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새의 상상은 현실이 된다] 〈제로 투 원〉 독후감

경쟁사회 넘어 협동 공동체로 가자
본질 잊고 현상만 좇는 현실
지나친 경쟁, 공멸 가져오기도
경계 허물고 공생의 길 찾아야

시민기자 황원식 webmaster@idomin.com 2018년 10월 12일 금요일

'페이팔'의 창업자 피터 틸이 창업을 계획하는 사람들에게 말하고자 하는 바는 자본주의 사회에서도 '경쟁하지 말라'는 것이다. 이것은 2가지 의미를 담고 있다. 하나는 완전히 창의적인 어떤 것, 세상에 없던 것을 만들어서 누구와도 경쟁 없이 소비자들에게 팔라는 것이고, 또 하나는 경쟁자들이 있을 때에는 그들과 힘을 합치라는 것이다.

사실 '창의'라는 것은 매우 어려운 개념이다. 이미 세상 많은 사람이 우리들에게 창의적이 되라고 귀에 못이 박이도록 말해왔다. 도대체 어떻게 하면 창의적인 사람이 될 수 있을까? 작가는 창의적인 사람이 되려면 어떤 공식을 따라 하는 것이 아니라 '가장 기본적인 원리에 충실하라'고 말한다.

수학 시간에 공식을 외우지 않는 학생들이 꼭 있다. 나는 이런 학생들이 창의적이라고 생각한다. 공식 없이 문제를 풀면 원리에만 충실할 수 있기 때문이다. 수많은 삼각함수를 달달 외우고 볶는다고 해서 세상에 없던 유용한 공식이 새로이 나오지 않는다. 피타고라스 정리(삼각함수는 파타고라스 정리에서 파생된다)를 다시 찬찬히 되짚어 보는 과정에서 다수의 삼각함수 문제들이 한번에 해결되고, 새로운 공식도 창조할 수 있는 것이다.

현실에서 우리가 창의적이 될 수 없는 이유는 본질은 잊고, 현상이나 공식에만 집중하기 때문이다. 지금 서점을 가보면 '고독을 이겨내는 법', '재테크는 어떻게 해야 하는가?', '자기계발은 어떻게 해야 하는가?' 이런 주제의 책들이 난무하고 있으며 또 독자들도 그것을 원하고, 그 물음을 당연시 하고 있다.

사람들은 왜 미래엔 모두가 고독해질 것이며, 치열하고 계산적인 재테크나 자기계발이 꼭 필요하다고 생각할까? 우리는 그저 사회의 복잡한 현상만을 따라가기 바쁘며, 그 원인에 대한 본질적인 고민은 하나도 하지 않는 듯하다. 마르크스는 자본주의 자체를, 프로이트는 우리 의식 자체를, 뉴턴은 떨어지는 사과를 의심했다. 만약 삼각함수를 생각 없이 외우는 대신, 누구나 당연시하는 피타고라스 정리 자체를 의심하는 사람이 있다면, 그런 사람이 창의적인 것이다.

경쟁자가 있으면 그들과 힘을 합치라는 피터 틸의 조언은 신선했다. 내가 살고 있는 창원에는 가구 거리, 꽃집 거리가 있다. 경쟁업체들이 한곳에 다 몰려 있는 것이다. 상황이 이렇게 되면서 그 거리 전체가 '가구'나 '꽃'이라는 콘셉트로 유명해졌다. 결국 모든 경쟁자들이 윈윈하게 되는 것이다.

피터 틸이 만든 '페이팔'도 인터넷 결제를 보급하면서 비자(VISA)가 하는 업무와 경쟁하게 됐다. 소비자들은 가게에서 비자카드로 물건을 사는 대신 페이팔로 온라인에서 물건을 살 수 있게 됐다. 하지만 두 업체는 결제시장 전체를 확장시킴으로써 페이팔이 비자에서 가져온 것보다 더 많은 사업기회를 비자에 돌려주게 되었다.

오히려 경쟁을 함으로써 망한 기업들의 이야기가 책에 많이 등장한다. 작가는 1990년대에 온라인 애완용품 시장의 치열한 싸움을 예로 들고 있다. 펫츠닷컴, 펫스토어, 페토피아 같은 기업들은 '개껌의 가격을 누가 가장 공격적으로 설정할 것인가?'로 경쟁하다가 온라인 애완용품 시장 전체가 점점 망해가는 것을 인지하지 못했다고 한다.

페이팔도 처음에 엑스탓컴이란 경쟁사 때문에 직원들이 일주일에 100시간 넘게 일을 하기도 하였다. 하지만 피터 틸은 서로에 대한 걱정보다 당시 금융계 전체에 타격이 생긴다면 싸움 끝내기도 전에 두 기업 다 망할 것을 알았다. 결국 중립지대(두 사무실로부터 정확히 같은 거리에 위치한 카페)에서 두 회사가 합병하여 같이 문제점을 해결하고, 더 큰 기업으로 성장하는 방법을 택했다.

우리는 보통 경쟁자가 있으면 마음의 문을 닫고 경계부터 하려고 한다. 이 책을 읽고 나면 우리가 누군가와 경쟁을 하기엔 시장이나 외부 세상이 생각보다 훨씬 광활하다는 것을 깨닫게 될 것이다. 우리들이 헤쳐 나가야 할 세상은 에베레스트보다 높고 험한데 등반가들끼리 서로 싸우다가는 낙상하거나 얼어 죽기 십상이다. 비슷한 일을 하는 사람들은 뭉쳐야 한다.

※ 본 기사는 경상남도 지역신문발전지원사업 보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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