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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국제영화제에서 만난 사람] (2) 영화 〈크로싱 비욘드〉 주인공

올림픽 경계 허문 입양아·아프리카인
 
 
 
 

이서후 기자 who@idomin.com 2018년 10월 18일 목요일

"올림픽 홍보 영화인가 했다가 계속 눈물을 흘리면서 봤어요." 영화가 끝나고 진행된 관객과 대화(GV) 시간에 한 관객이 한 말입니다.

이번 부산국제영화제에 전 세계 최초로 공개된 영화 <크로싱 비욘드>(이승준 감독)는 2018 평창동계올림픽 공식 영화(Official Film)입니다.

국제올림픽위원회(IOC)가 제작하는 올림픽 영화의 역사는 100년을 거슬러 올라갑니다. 1912년 스톡홀름 올림픽 때부터 만들기 시작했다지요. 처음에는 단순하게 공식 영상 기록을 남기는 게 목적이었죠. 하지만, 기술이 발전하고 올림픽이 TV로 중계되기 시작하면서 점차 기록보다는 예술적인 부분이 커집니다. 요즘에는 감독들에게 올림픽 장면이 그렇게 많이 나오지 않아도 된다, 기록에 연연하지 말고, 스토리 있는 영화를 만들어 달라고 요구합니다. 이런 흐름에서 IOC는 평창동계올림픽 공식 영화감독으로 이승준 감독을 선정했고, 이렇게 영화 <크로싱 비욘드>가 탄생했습니다.

▲ 더운 나라 선수도 동계올림픽 참여를 보여주고 싶었다는 프림퐁. /스틸컷

▲ 미국인 입양아 박윤정 선수가 단일팀과 맺은 인연. /스틸컷
◇IOC 제작 평창올림픽 공식 영화

크로싱 비욘드(Crossing Beyond)를 우리말로 해석하면 '경계를 넘어서' 정도 되겠습니다. 영화에는 평창 올림픽에 참가하거나 참가를 준비한 5명의 선수가 출연합니다. 미국 입양아로 한국 국가대표 여자아이스하키 대표가 된 박윤정 선수, 가나 스켈레톤 국가대표 아콰시 프림퐁 선수, 아프가니스탄의 알파인스키 국가대표 사자드 후사이니, 오스트리아 스키점프 국가대표 다니엘라 이라슈코 슈톨츠, 영국 스노보드 점프(빅에어) 국가대표 빌리 모건입니다. 각각 국적, 성별, 나이, 기술 발전 등 다양한 지점의 경계에 있는 이들입니다. 다니엘라와 빌리는 실제 평창동계올림픽에서 메달을 땁니다. 하지만, 박윤정 선수가 속한 여자아이스하키 남북단일팀은 단 1승도 못했고요, 아콰시 선수는 전체 스켈레톤 출전 선수 30명 중 30등을 합니다. 심지어 사자드 선수는 올림픽 출전 자격도 따지 못했지요. 하지만, 올림픽을 전후한 이들의 이야기를 가만히 쫓아가다 보면 결국 코끝이 시큰해지고 맙니다.

이번 부산국제영화제에는 박윤정 선수와 아콰시 선수가 초청돼 이승준 감독과 일정을 함께했습니다. 관객과의 대화와 개별 인터뷰를 통해 직접 이들의 이야기를 들어봤습니다.

▲ 영화〈크로싱 비욘드〉이승준 감독. /부산국제영화제

◇이승준 감독, 분단에서 출발

이승준 감독은 다큐멘터리 영화에서 제법 특출난 경력을 지녔습니다. IOC가 그를 선택한 이유 역시 그의 이런 점을 높이 산 것이겠지요.

"한국에서 열리는 평창 올림픽만의 요소가 뭘까 고민하다 외국인들에게 각인될 수 있는 게 분단이었고요. 분단과 접목할 올림픽의 가치란 또 뭘까 고민해보니 경계를 넘는 것이더군요."

영화는 분단 이야기로 시작하지만, 분단이 영화 속에서 중요하게 다뤄지지는 않습니다. 대부분 선수 개인의 이야기를 쫓아가거든요.

"첫 촬영이 작년 12월 중순이었어요. 스태프 20명이 올림픽 기간 내내 촬영을 했고요. 올림픽 끝나고도 5월 말까지 후속 촬영을 진행했어요. 그리고 부산국제영화제에 맞추느라 후반 작업은 거의 혹독한 일정으로 진행을 했죠."

촬영이 그렇게 순탄치만은 않았다고 하는군요. 이 감독은 무대 뒤 이야기를 담고 싶었지만 접근이 안 될 때가 잦았다죠. 하루는 힘들어서 그냥 아무 연락 없이 사라진 적도 있다는군요.

"개인적으로는 올림픽 공식 영화감독으로 선정된 것만으로도 큰 영광이죠. 하지만, 정말 열심히 찍었어요."

▲ 부산국제영화제 관객과의 대화에 나선 박윤정 여자아이스하키 선수. /부산국제영화제

◇여자아이스하키, 박윤정 선수

"내 이야기가 전 세계 사람들 특히 입양아들에게 어떤 메시지를 줄 수 있다고 생각해 출연을 결정했어요."

박윤정 선수는 한국어를 못합니다. 한국 여자아이스하키 국가대표가 되기 전까지 철저하게 미국인으로 살았습니다. 한국은 잘 몰랐죠. 여자아이스하키 세러 머리 감독이 그를 부르기 전까지 말입니다. 지난해 4월 강릉에서 국제아이스하키연맹 여자 세계선수권대회가 열렸지요. 전 세계 최하위 팀이 출전하는 4부리그입니다만, 한국팀은 5전 전승으로 우승하죠.

2018 평창동계올림픽 여자 아이스하키 남북단일팀 인사 모습. /연합뉴스

"그때 태극기가 게양되는 것을 보는 순간, 뭔가 굉장히 뭉클하면서 내가 한국인인 것이 자랑스럽게 여겨졌어요."

동계올림픽에는 1부리그에서도 최상위 팀들이 출전합니다. 경기를 앞두고 급히 만들어진 남북단일팀은 단 1승도 거두지 못했죠. 하지만, 단일팀이 보여준 평화와 화합의 정신은 세계를 감동시킬 만했습니다.

"처음에 북한 선수들이 합류했을 때 의구심이 들었어요. 하지만, 북한 선수들은 노력했고, 결국은 정이 들었어요. 북한 선수들도 우리가 사랑하는 운동을 함께 하는 또래 여자들이더라고요. 이슈도 많이 되고 긴장된 상태에서 같은 마크를 달고 뛰었다는 게 중요했던 것 같아요."

▲ 아콰시 프림퐁 스켈레톤 선수. /부산국제영화제

◇스켈레톤, 아콰시 프림퐁 선수

평창동계올림픽 스켈레톤 선수 중 가장 주목을 받은 이는 금메달을 딴 한국 윤성빈 선수죠. 하지만, 꼴찌로 들어온 가나 국가대표 아콰시 선수에게도 환호가 쏟아졌습니다. 그의 이야기는 이미 많은 언론에 소개가 됐더군요.

"영화에서도 나왔듯이 부모님이 우리 형제의 교육을 위해, 또 미래를 위해 네덜란드 이민을 했어요. 처음에는 불법 체류자 신분이었죠."

그는 네덜란드에서 자라며 단거리 육상 선수가 됩니다. 그동안 육상이나 봅슬레이 선수로 몇 번의 올림픽 출전 기회가 있었다네요.

"그때 일이 잘되어 네덜란드 국가대표 선수로 출전을 했더라면 저 개인에게만 큰 의미가 있었겠죠."

가나 대표 아콰시 프림퐁의 스켈레톤 연습경기 장면. /연합뉴스

그는 종목을 스켈레톤으로 바꾸면서 모국 가나의 국가대표가 되는 길을 선택합니다.

"저에게조차 낯선 종목이던 스켈레톤에 도전함으로써 아프리카처럼 더운 나라 출신도 동계올림픽에 당당하게 참여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어요. 그러면서 그동안 불가능하다고 생각했던 그런 일들, 의사나 변호사 같은 전문적인 일에 도전하고 발을 내딛는 아프리카의 청소년에게 용기를 주고 싶었습니다."

그는 이제 2022 베이징 동계올림픽에 출전해 메달을 따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금메달이건 꼴찌건 모든 선수가 자신만의 이야기를 가지고 올림픽에 출전합니다. 결국 올림픽이 전하는 메시지는 '희망'이 아닐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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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서후 기자

    • 이서후 기자
  • 문화체육부에서 문학/영화/연극/출판 등을 맡고 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