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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리뷰]<서점 여행자의 노트> 김윤아 지음

그곳은 책만 사고파는 데가 아니었습니다
세계 11개 서점서 느낀 점 담아
"공동체 문화·철학의 구심점"

이미지 기자 image@idomin.com 2018년 11월 30일 금요일

서점을 선택하는 기준이 달라졌다. 책을 구매하면서 이제껏 고려하지 않았던 것들을 생각하게 됐다. 책을 어떻게 유통할 것인가, 내 서재에 있는 책을 어디에다(중고 서점) 내고, 어떤 경로로 책을 살 것인가.

<서점 여행자의 노트>를 낸 김윤아 씨는 '책'이 아니라 '서점'을 찾는 이였다. 서점에서 사람을 만나고 영감을 받은 후 자신의 서재에 꽂아두고 싶은 책을 골랐다.

그녀가 여행한 서점은 단순히 책을 팔고 사는 곳이 아니었다. 도시 공동체의 구심점 역할을 했다.

프랑스 파리 센강변에는 책을 파는 사람들 '부키니스트(Bouquinistes)'가 있다. 고서적과 신문이나 우표, 엽서 등을 파는 작은 서점들이 줄지어 있는 파리의 흔한 풍경. 부키니스트는 보통의 상인이 아니다. 자릿세나 수익에 대한 세금을 내지 않지만 지켜야 할 규칙이 있다. 2m 길이의 초록색 상자 네 개만 활용할 수 있다. 신간 도서는 팔 수 없고 일주일에 최소 4번 이상 문을 열어야 한다. 무엇보다 파리의 문화를 전파하는 사람이라는 소명 의식을 지녀야 한다.

▲ 프랑스 파리 센강변에서 책을 파는 상인들.

파리시는 부키니스트를 선발할 때 지원자가 판매하고 싶은 분야의 책을 선별할 능력이 있는지를 기준으로 삼는다. 그들은 파리라는 도시의 철학을 공유하고 다양한 지식을 책으로 알리는 존재였다. 대기자 명단만 8년 치가 쌓여 있다고.

"장 자크 상페의 삽화집 있나요?"

저자는 한 부키니스트에게 프랑스의 유명 일러스트 책을 물었다. 이 부키니스트는 지금은 없지만 구할 수 있다고 말했고, 며칠 후 상페의 삽화집을 꺼내놓으며 그의 전시회 소식을 알려 주었다.

미국 뉴욕의 '하우징 웍스 북스토어 카페(Housing Works Bookstoer Cafe)'는 서재에 가깝다. 뉴욕 시민으로부터 책을 기부받아 에이즈 환자 치료와 노숙자 직업 교육을 벌이는 곳이다. 뉴욕 시민들은 하우징웍스에 책을 기부하는 일을 자신의 지적 깊이를 드러내는 일이며 지역의 품격을 만드는 것으로 생각한다. 자신들의 지향하는 가치관이 공유되는 지식의 장이었다. 저자도 하우징웍스에 가기 전 기부하고 싶은 책을 신중히 골랐다고 했다.

영국 런던 '게이스 더 워드(Gay's The Word)'는 지역사회의 성 소수자 소통의 구심점이다. LGBT(성적소수자) 분야의 서적을 파는 서점을 넘어, 공동체가 성장하는 장소이자 지역사회의 역할을 보완하는 기관으로 성장하고 있다. 1984년 영국 정부가 게이스 더 워드를 포르노 상점으로 간주하고 폐쇄를 감행할 때 작가들과 독자들은 자발적으로 모금 운동을 벌이며 서점을 지키려고 나섰다. 게이스 더 워드는 자신과 후대의 자손들이 살아갈 다양성을 상징하는 공간이었다.

저자는 서점을 여행할 때면 그 서점의 가치와 잘 맞는 책을 가져갔다. 책을 기부하면서 자연스럽게 서점 직원과 대화를 나눌 수 있고, 그곳에서 추천받은 책을 살 수 있기 때문이다. 그녀는 뉴욕 '아거시(Argosy)'에선 미국 작가 E. B. 화이트의 수필집 <여기, 뉴욕>의 한국어 번역본을 내보였고, 여행책 서점인 맨해튼 '아이들와일드(Idlewild)'에선 한국의 라이프 스타일 잡지를 보였다.

또 서점에서 책을 고르는 데 신중했다. 뉴욕의 페미니즘 서점 '블루스타킹스(Bluestockings)'에서는 자신이 평소 어떤 여성을 상상하며 페미니즘을 지지했을까, 평소보다 많은 생각을 했다고 고백했다.

<서점 여행자의 노트>에는 서점 11곳이 소개되어 있다. 하지만 저자는 미국, 영국, 프랑스에서 서점 스물다섯 곳을 여행했다. 집으로 돌아와 보니 서른 권이 넘는 책을 샀다고. 그녀는 표지만 봐도 어느 도시, 어떤 서점에서, 무슨 생각을 하면서 고른 책인지 생생하게 기억한다.

그녀는 열린 마음으로 서점의 문을 여는 여행이 삶의 태도까지 바꾸어 놓는다고 했다. 여행을 통해 깨달은 가치를 자신에게 적용해보면서 지금 내가 충분히 행복한지 곰곰이 생각할 기회를 얻는다고. 그래서 서점으로의 여행은 그렇게, 다시 나의 일상을 단단하게 다지고 새로운 세상으로 발을 넓힐 방법을 알려 준다고 자신했다.

<서점 여행자의 노트>를 덮으며 생각한다. 나는 내 서재를 어떻게 채울 것인가.

스리체어스 펴냄, 130쪽, 1만 2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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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4년 7월부터 지역 문화 소식을 전합니다:) 전시와 문화재, 맛이 중심입니다 깊이와 재미 둘 다 놓치지 않겠습니다:D 소통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