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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습지에서 인간의 삶을 읽다>와 함께 찾은 고성 갯벌

다시 돌아본 자연과 인간의 관계
책 궁금증에 곧바로 고성으로 발걸음
들판 가운데 있는 거산리지석묘 독특
갯벌·주변 풍경에 얽힌 다양한 이야기
경남 곳곳 습지와 역사 두루 살피게 해

이서후 기자 who@idomin.com 2018년 12월 07일 금요일

이런 책을 만나면 엉덩이가 들썩들썩합니다. 책에 소개된 장소에 가보고 싶거든요. 갱상도문화공동체 해딴에 김훤주 대표가 쓴 <습지에서 인간의 삶을 읽다>(피플파워, 2018년 11월) 이야기입니다. 2008년에 출간해 그해 우수환경도서로 선정된 <습지와 인간>(산지니)의 속편 같은 책입니다. '발품으로 쓴 습지와 역사 이야기'란 부제처럼 이전보다 더 가까이 들여다본 도내 습지와 인간의 삶에 관한 내용이 담겼습니다.

지난 휴일 책을 건네받자마자 그날 오후에 바로 고성군으로 향했습니다. 책에 소개된 고성군 마암면 마동호갯벌과 검포갯벌이 그리 유명하지 않고, 가까워서 훌쩍 다녀오기도 좋았거든요.

마동호갯벌은 육지 쪽으로 깊숙한 당항만 끝자락을 간척하면서 만들어진 곳입니다. 이전에는 쏙시개였는데, 간척공사 이후에는 간사지로 불렸답니다. 간척공사는 1952년 초에 시작해 1960년 말에야 끝이 납니다. 지금은 마동호 자체를 담수호로 만드는 공사가 한창인 모양이네요.

▲ 마동호갯벌에 있는 경남에서 가장 큰 갈대밭.

"9년에 걸친 간척사업이었다. 마동호 갯벌에서 육지 가까운 안쪽 100㏊는 논으로 개간되었다. 바깥에는 거산방조제와 간사지교를 이어 붙여 바다를 막았다. 500m가량 되는데 이전에는 배를 타야 건널 수 있었다. 지금 쓰는 다리는 1998년에 새로 만든 것이다. 차량이 다니지 않는 옛 다리에는 수문이 달려 있다. 바다에서 짠물이 올라오지 않도록 막는 구실이다. 이렇게 소금기를 줄여야 개간한 농지가 염해를 덜 받기 때문이다." (103쪽)

책에 쓰인 대로 간사지교에서 마동호를 바라보고는 거산마을 앞 들판 한가운데 있는 거산리지석묘로 향합니다. 지석묘가 축대 위에 올려진 게 독특합니다. 이런 고인돌은 처음 봅니다. 축대는 청동기인들이 하늘에 제사를 지내던 자리라고 합니다.

▲ 거산마을 앞 들판 한가운데 있는 거산리지석묘. 뒤편으로 마동호와 간사지교, 거산방조제가 보인다.

"이 들판에 논이 먼저였을까? 고인돌이 먼저였을까? 당연히 고인돌이 먼저다. 그때 고인돌이 하나밖에 없었을까? (중략) 다른 고인돌들은 어떻게 되었을까? 거산방조제로 자연스레 눈길이 간다. 60년 전 춥고 배고팠던 시절에는 동원할 수 있는 수단이 사람이 지는 지게나 소가 끄는 구르마가 아니면 트럭 정도가 고작이었다. 방조제 바닥에 까는 돌을 멀리서 가져오는 것은 상상도 할 수 없었겠지. 가까이에 커다란 바위가 널려 있다면 더욱 그랬을 것이다. 여기 있던 여러 고인돌들이 바다 밑에 가라앉아 2000년 뒤 후손들을 위하여 방조제의 기초가 되어준 셈이다." (105~106쪽)

이처럼 거산리지석묘는 자연과 인간의 역사·삶이 어떤 식으로 얽혀 흘러가는지 보여주는 좋은 사례 같습니다. 거산마을 앞 갯벌에 갈대가 엄청납니다. 이곳이 경남에서 가장 큰 갈대밭이라는 걸 책을 통해 알았습니다. 물결은 잔잔하고 갈대밭이 풍성하니 왜 황새, 저어새, 매, 두루미 같은 멸종위기종이나 원앙 같은 천연기념물 새들이 이곳을 찾아드는지 알 것 같습니다.

거산마을에서 동해면 해안을 따라 1010번 지방도를 달리다 보면 검포갯벌이 나옵니다. 이 갯벌은 고성을 찾게 되면 더러 차를 세우고 바라보곤 했던 곳입니다. 하지만, 검포갯벌 근처 내산리고분군은 책을 읽으며 새삼스럽게 알게 된 곳입니다. 지금까지 고분군 앞을 정말 자주 지나쳤는데, 한 번도 눈길을 준 적이 없었습니다. 그곳이 고분군이라는 생각을 전혀 하지 못했거든요. 하지만, 다시 보니 누가 봐도 명백한 고분군 모양을 하고 있습니다. 고성 하면 송학동고분군만 생각했는데, 내산리에 있는 것도 제법 괜찮은 곳이었습니다.

▲ 고성군 동해면 내산리고분군. 고대 고성 지역 관문이던 당항만을 지키던 지역의 귀족 무덤이다.

"내산리고분군은 당항만이 바깥바다와 만나는 자리 근처에 있다. 남해의 동쪽에 있는 세력들 - 가락국, 아라가야, 일본(왜), 신라 등이 고성으로 드나드는 해상관문이다. 여기 고분군은 이 관문을 지키는 지역 귀족의 무덤이라 할 수 있다. 고성은 이처럼 남해의 동쪽과 서쪽을 잇는 해양강국이었다." (117쪽)

내산리고분군 시대보다 훨씬 이전에 살던 사람들의 흔적은 근처 검포마을 도롯가에 흩어진 고인돌로 남아 있습니다. 정확하게는 동해중학교 맞은편 길가와 바로 옆 실내포장마차 주변입니다. 특히 포장마차 바로 앞에 초라하게 놓여있는 고인돌은 언뜻 고인돌처럼 보이지도 않는데요. 주민들한테 물어보니 도로가 나기 전 그 자리에 초가집에 있었는데, 집 마당에 놓여있던 거랍니다. 초가집은 사라지고 마당에 있는 고인돌만 살아남은 거지요. 초라한 고인돌 앞에서, 그것을 스쳐갔을 2000여 년의 시간을 생각해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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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검포마을 동해중학교 앞 도로변에 있는 고인돌. /이서후 기자

이처럼 <습지에서 인간의 삶을 읽다>는 그냥 읽기보다 소개한 습지를 직접 찾아 체험하고 느끼면서, 여러모로 자연과 인간의 관계에 대해 성찰해보기 좋은 책입니다. 고성 말고도 경남 곳곳에 있는 습지와 관련해 다양한 이야기가 담겨 있으니 저처럼 책을 들고 찾아가보면 좋겠습니다. 272쪽, 1만 6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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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서후 기자

    • 이서후 기자
  • 문화체육부에서 문학/영화/연극/출판 등을 맡고 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