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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네책방에서 놀자]문학평론가 신형철 강연

닿을 수 없을지라도 당신의 슬픔을 향해 오늘도 걸어갑니다
김해 '숲으로 된 성벽'서 강연
세월호 참사 계기로 슬픔 공부
"고통 이해하려는 노력 없으면그 무지가 누군가에게 상처로"

이서후 기자 who@idomin.com 2019년 04월 15일 월요일

즐겨 찾는 동네책방마다 언젠가부터 그의 책이 꽂혀 있었다. 문학평론가 신형철의 산문집 <슬픔을 공부하는 슬픔>(한겨레출판사, 2018년 9월). 문학평론가의 글이 대체로 그렇듯, 그 안에 인용한 책이나 작품을 읽지 않으면 이해하기가 쉽지 않다. 그런데도 이 책은 인기가 많다.

"물론 어려웠어요. 그런데 작가가 제목을 <슬픔을 공부하는 슬픔>으로 정한 그 마음이 와 닿더라고요."

이 책을 좋아한다는 한 동네 책방 주인의 말이다. '그 마음'이란 어떤 것일까.

▲ 지난 6일 김해 율하 동네책방 '숲으로된 성벽'에서 신형철 문학평론가가 강연을 하고 있다. /이서후 기자

◇책이 주는 위로

지난 6일 오후 7시 김해 율하동 동네책방 '숲으로 된 성벽'에서 신형철의 강연이 열렸다. 이 강연을 통해 어느 정도 마음에 대한 궁금증이 풀렸다. 이를테면 이런 말을 통해서다.

"누가 옆에서 으쌰으쌰 해준다고 위로가 되는 게 아니라, 내가 어떤 마음 상태인지를 굳이 설명해 주지 않아도 상대방이 이미 다 알고 있다고 느껴질 때 그때 위로가 되는 거 같아요. 우리가 어떤 책을 읽을 때 위로를 받은 순간은 주변 사람들은 나를 잘 이해하지 못하고 있는데 이 책을 쓴 사람은 지금 내가 어떤 상태인지 알고 있다는 느낌이 드는 문장들. 이런 게 있을 때 이 사람이 바로 옆에서 위로해주는 게 아님에도 이해받는 체험을 하게 될 때 그때 위로가 되는 거 같아요."

이렇게 그가 책을 읽는 마음은 그대로 독자가 그의 책을 통해 얻은 위로이기도 할 테다. 다시 말해 '이 작가는 왠지 나를 이해해 줄 수 있겠다'는 생각이다. 같은 맥락으로 책에는 이렇게 쓰여 있다.

"어떤 책이 누군가를 위로할 수 있으려면 그 작품이 그 누군가에 대한 정확한 인식을 담고 있어야 한다는 것, 위로는 단지 뜨거운 인간애와 따뜻한 제스처로 가능한 것이 아니다. 나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사람이 나를 위로할 수는 없다. 더 과감히 말하면, 위로받는다는 것은 이해받는다는 것이고, 이해란 곧 정확한 인식과 다른 것이 아니므로, 위로란 곧 인식이며 인식이 곧 위로다. 정확히 인식한 책만 정확히 위로할 수 있다." (38쪽)

결국 그의 책이 독자들에게 사랑을 받는 이유는 문학평론가로서 뛰어난 작품의 분석력에 있는 게 아니라 한 인간으로서 그의 예민한 공감 능력에 있는 게 아닌가 한다.

▲ 신형철 산문집 <슬픔을 공부하는 슬픔>

◇제목의 뜻

신형철이 '슬픔에 대한 공부'라는 개념을 생각하게 된 계기는 세월호 참사다.

"왜 저렇게 죽어야 하는 거지? 그런 생각을 하지 않을 수가 없었죠. 죄도 없는 사람이 이 세상을 살면서 왜 저렇게 고통받고 살아야 하는 거지? (중략) 당시에는 누구나 가족들이 얼마나 슬플까 생각을 하게 되잖아요. 근데 시간이 지나면서 그 슬픔이 이제는 우리를 불편하게 한다, 거슬린다, 이런 생각을 하는 분들도 있었잖아요. 그런 걸 보면서 저 사람들은 타인의 고통과 슬픔을 잘 모르는구나 싶었어요."

그는 타인의 고통과 슬픔을 이해하려고 노력하지 않으면 우리가 타인에게 상처를 주는 사람이 될 수 있다고 말한다. 슬픔을 공부한다는 개념도 여기서 나왔다.

"세상에는 모르면 누군가에게 고통을 줄 수 있는 무지라는 게 있을 수 있어요. 그럼 공부를 해야 하는 거잖아요. 공부라는 건 보통 내가 잘 몰라서 입게 되는 피해를 방지하려고 하는 거잖아요. 하지만, 제가 말하는 공부는 타인으로부터 나를 공부하기 위한 공부가 아니고 나로부터 타인을 보호하기 위한 공부라고 할 수 있어요. 내가 공부를 하지 않으면 언제나 누군가에게 상처를 줄 수 있는 잠재력을 가진 사람이 돼버리니까, 타인을 보호하려고 하는 공부다, 이런 생각을 하게 됩니다."

하지만, 내가 타인이 될 수 없는 한 우리는 타인의 고통이나 슬픔을 완전하게 이해할 수는 없다. 이 역시 슬픈 일이다.

"마지막에 슬픔을 하나 더 넣었잖아요. 슬픔을 공부하는 '슬픔'이라고. 뒤의 슬픔은 우리 자신의 슬픔이에요. 내가 타인의 슬픔을 공부한다고 한들 어떻게 100% 다 알겠어요. 안된다는 걸 전제로 하고, 그렇지만, 그럼에도, 할 수밖에 없다. 그러니까 이 공부는 즐거운 공부가 아니고 나의 한계에 대해서 계속 좌절하면서 할 수밖에 없는 그런 공부예요."

아마 고통을 받은 사람도 다른 사람이 100% 자신을 알아줄 거라고 기대는 하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노력하는 그런 모습 때문에 위로를 받는 거고, 사랑을 느끼는 거다.

책이든 강연이든 '슬픔을 공부하는 슬픔'에서 신형철이 강조하는 것은 공부다. 공부는 결국 마음이다. 그렇게 하려는 의지가 필요한 일이기 때문이다.

"시가 없으면 안 되는 것이 아니라 해도, 시가 없으면 안 된다고 믿는 바로 그 마음이 없으면 안 된다." (260쪽)

결국, 이런 마음들이 세상을 조금이라도 더 긍정적인 방향으로 이끌어가는 게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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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서후 기자

    • 이서후 기자
  • 문화체육부에서 문학/영화/연극/출판 등을 맡고 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