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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을 열며]생일

해마다 생일 돌아오듯 잊을 수 없는 4·16
이번 4월, 진상 규명의 새로운 시작이길

김륭 시인 webmaster@idomin.com 2019년 04월 16일 화요일

인생은 한 번뿐이다. 그래서 먼저 이렇게 권한다. 인간은 슬픔으로 세계를 이해하는 종(種)이 되어야 하지 않을까. 그것은 슬픔을 통해 가장 인간적인 아름다움을 가질 수 있기 때문이다.

다시 4월이다. 그래서 우리는 해마다 '생일'이 돌아오듯 '언제까지고 우리는 너희를 멀리 보낼 수가 없다'. 한국작가회의 등이 주최한 세월호 5주기 기억문화제가 지난 13일 토요일 광화문 광장에서 열렸고, 15일에는 4·16연대가 세월호 참사 처벌 대상자 17명의 명단을 1차로 발표했다. 참사 당시 충분히 구조 가능한 100분 동안 퇴선 조처를 막고 피해자들을 그대로 있도록 해 304명을 숨지게 한 책임자들이다. 박근혜 전 대통령과 김기춘 전 대통령비서실장, 김장수 전 국가안보실장 등인데, 당시 법무부 장관이던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도 광주지검 수사 책임자에게 진실을 은폐하도록 압력을 행사했다는 의혹으로 국군기무사령부(현 군사안보지원사령부) 직원과 함께 이번 처벌 대상자에 포함됐다. 정부 차원에서 선행되었어야 할 일이다.

배서영 4·16연대 사무처장의 말처럼 "검찰이 2014년 300여 명을 소환해 조사했지만 지난 5년간 처벌받은 정부 책임자는 김경일 해경 123정장 1명뿐이다. 고성능 스피커를 단 구조헬기가 현장에 있었는데도 세월호 탈출을 알려줄 골든타임을 놓친 책임자가 해경 정장 1명뿐이라는 게 말이 되는가." 공소시효가 끝나기 전 정부 책임자가 응분의 대가를 치러야 미래에 같은 일이 반복되지 않는다.

물론 자유한국당 소속 김문수 전 경기지사처럼 지난 4일 강원도 산불 앞에 "촛불 좋아하더니 온 나라에 산불, 온 국민은 화병"이라고 페이스북에 적는 '인간 같지 않은 인간들'이 많지만, 세월호는 아직도 진행형이다. 인간들의 삶이란 신형철 평론가의 책 제목처럼 <슬픔을 공부하는 슬픔>이기 때문이다. 그는 이 책을 통해 시인의 책무를 '가장 먼저 울지는 못하더라도 가장 마지막까지 우는 일'이라고 표현했다. 비단 시인의 책무이기만 하겠는가. 지난 3일 개봉 후 연일 화제를 모으며 박스오피스 정상을 지키고 있는 영화 <생일>(감독 이종언)만 봐도 그렇질 않은가. <생일>에서 배우 전도연은 설경구와 함께 아들에 대한 그리움을 안고 살아가는 엄마 순남 역을 맡아 진심이 담긴 일상적인 연기를 선보여 국민적 공감을 끌어낸다. 그것은 2014년 4월 이후 남겨진 우리들의 이야기이기 때문이다.

"먹지 마. 네 오빠는 밥도 못 먹는데 너는 지금 반찬 투정할 때야? 나가! 나가라고." 수호 엄마 순남은 오빠 옷만 사 와서 토라진 동생 예솔이 반찬 투정을 하자 나가라고 소리쳤다. 내복만 입고 집밖으로 쫓겨난 예솔은 목 놓아 울었다. 수호 엄마도 식탁 앞에서 가슴을 쥐고 내쫓아버린 딸과 함께 울었다. 영화 속 수호네 가족은 아직도 2014년 4월 16일을 살고 있다. 한 번도 '4·16 세월호 참사'라는 단어를 구체적으로 꺼내지 않고 그날의 참사를 자세히 묘사하지도 않지만 왜 이렇게 아프고 슬픈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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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번째 보는 거라 안 슬플 줄 알았는데 또 울어버렸다. 마음이 너무 아팠다." 그렇다. 영화를 본 어느 여고생의 말처럼, 신형철 평론가의 책 제목처럼 <슬픔을 공부하는 슬픔>처럼 인간적인 '아름다움'이 있을까. 그래서 하는 말이다. 세월호 참사 5주기 기억문화제가 그렇고 영화 <생일>이 그렇듯이 이번 4월이 세월호 참사 진상 규명의 새로운 시작을 알리는 자리가 돼야 한다. 인간이 아름다울 수 있는 것은 "나는 내가 느끼는 아름다움의 정의를 찾아냈다. 그것은 열렬하면서도 슬픈 무엇"이기 때문이라는 보들레르의 문장처럼, 우리는 언제까지고 부디 잊지 말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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